역대급 재정적자인데... 삼성전자가 법인세 안 낸 진짜 이유
세율 낮추고, 비과세 늘리고, 공제 확대하고...윤 정부의 말뿐인 '재정건전성'
윤석열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재정건전성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당성과 존재 이유가 재정건전성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정부는 재정을 '거덜' 냈기 때문에, 건전재정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가장 실패한 부분이 무엇일까? 바로 재정건전성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건전성보다 재정의 책임성을 더 강조했다.
국가가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하겠다고 공언한 첫 추경이 이루어진 2017년 통합재정수지는 24조 원 흑자다. 돈이 많이 남았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해인 2018년 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무려 31조 원이다.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돈이 많이 남았다. 적극적인 재정지출은 말뿐이었고, 사실상 긴축재정을 2년 연속했다. 문 정부 3년 차인 2019년 드디어 통합재정수지가 12조 원 적자가 됐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과 언론 등은 재정이 '거덜' 났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정부는 말끝마다 건전재정을 강조했다. 그러나 2022년 첫 추경에서 손실보상금 29조 원을 포함해 사상 최대 규모인 62조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그리고 65조 원이라는 역대급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달성했다. 몇몇 언론은 이를 "윤석열 정부가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표현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통 큰 추경의 책임도 상당 부분 있다.
▲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통합재정수지 비교 ⓒ 이상민
진짜 문제는 2023년부터다. 2022년은 그래도 손실보상금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인한 적자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지출을 줄였는데도 발생한 적자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해인 2023년 적자규모는 37조 원, 세 번째 해인 올해 적자규모 목표치가 44조 원이다. 44조 원 적자는 목표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세수결손이 생기면, 적자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 올해도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 같다.
재정적자 원흉은 법인세
작년에 큰 폭의 재정적자가 발생한 이유는, 역대 최대치인 56조 원의 세수결손 탓이다. 올해도 큰 규모의 세수결손이 예측된다. 올해 4월까지 국세 수입 규모는 126조 원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세수 134조 원보다 8조 원이 적다. 특히, 올해 세수 예상치(목표치)는 작년보다 23조 원이 더 많은 367조 원이다. 즉, 목표는 작년보다 23조 원 더 걷혀야 하는데, 오히려 작년보다도 덜 걷히고 있으니, 또다시 세수결손이 예측되는 것이다.
왜 세금이 안 걷히고 있을까?
문제의 원흉은 법인세다. 올해 4월까지 법인세는 불과 23조 원 걷혔다. 작년 같은 기간에 걷힌 법인세 36조 원보다 무려 13조 원(36%) 감소했다. 정부는 법인세가 덜 걷히는 이유는 작년 경영실적이 안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올해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이라고 한다. 많은 언론은 그 이유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적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업은 영업이익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영업이익에 비영업 손익(영업외 손익)을 합산하여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기준으로 법인세를 산정한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에서 세무조정을 거쳐서 법인세를 납부하게 된다. 쉽게 말해 반도체 등을 팔아서 생긴 손익(영업 부문)과 이자 및 배당 등에서 발생한 손익(비영업 부문)을 통산한 순이익에 따라 법인세액을 산정한다.
▲ 삼성전자 2023년 손익계산서 (별도기준, 단위 : 조 원) ⓒ 삼성전자
작년 삼성전자는 170.4조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2022년 211.9조 원에서 크게 감소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11.5조 원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영업외 수익은 29조 원이 발생해서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7.5조 원 흑자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법인세 비용이 -7.9조 원이다. 법인세 비용이 마이너스란 의미는, 법인세 비용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법인세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결국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9.7조 원에서 17.5조 원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법인세 수익이 7.9조 원 발생해서 당기 순이익은 우연히도 2022년 25.4조 원과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즉, 반도체 등을 팔아서 발생한 영업이익은 25.3조 원에서 -11.5조 원으로 적자가 되었어도, 결과적으로 당기순이익은 동일하게 되는 마법이 발생했다.
물론 회계상 법인세 비용과 실제 현금흐름상 법인세 납부액과는 다르다. 회계상 법인세 비용은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2023년 경제적 실질을 반영해 금액을 작성한다. 반면,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현금주의 원칙에 따라 납부한다. 다만 이 차이는 대부분 중장기적으로는 일치하게 된다. 즉, 회계상 법인세 비용이 -7.9조 원이 발생하면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수년간 그 금액만큼 감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 법인세 깎아준 금액만 5.1조 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31.8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4월 30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 연합뉴스
그럼 법인세 비용이 아니라 수익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일까? 2023년 세무상 과세되지 않는 수익이 7.3조 원이다. 그리고 세액공제 및 감면액이 5.1조 원이다. 세무상 과세되지 않는 수익은 대부분 해외 자회사 배당수익으로 짐작된다.
2023년부터 바뀐 법에 따라 해외 자회사 배당수익이 세법상 이익금액에서 제외된다(익금불산입). 즉, 경제적 실질로는(회계적) 해외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으면 이익이다. 그런데 바뀐 법에 따라 과거 외국에 납부한 금액만큼만 세금을 깎아주는 외국 납부세액 공제에서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액을 전액 이익이 아니라고 간주하게 되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배당이익을 이익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이익 금액 전체가 세법으로는 이익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해외 자회사 배당금액을 세법상 이익으로 보지 않을 만한 합리적 이유는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이 해외에만 재투자되지 않고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좋은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이 준 이유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감소한 것뿐만 아니라, 해외 배당금을 세법상 이익으로 보지 않게끔 법이 바뀐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세액공제 및 감면액도 5.1조 원에 달한다. 연구개발(R&D) 공제, 설비투자 공제 등 세액공제를 통해 삼성전자 법인세를 깎아준 금액만 5.1조 원이라는 뜻이다.
정리해 보자. 올해도 큰 폭의 세수결손이 예측된다. 세수결손의 핵심은 법인세가 잘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법인세수는 104조 원이다. 2023년에 80조 원으로 대폭 감소했는데 올해는 70조 원도 위태위태하다.
법인세 감소 이유는 첫째, 기업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둘째, 법인세율을 1%p 인하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나는 여기에 추가로 세법상 과세되지 않는 수익이 증가하고 세액공제 증가도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삼성전자 하나의 세액공제액만 2023년 5.1조 원이며, 상위 10대 재벌기업의 세액공제액은 지난 2020년 3.1조 원에서 2023년 9.6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 이상민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 이상민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서를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이며 <소셜 코리아> 편집위원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덕업일치 타이핑 노동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국의 신복지체제의 재정전략>, <지방의정백과>(이상 공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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