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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4대 개혁 ‘시늉’

道雨 2024. 6. 5. 08:54

윤 대통령의 4대 개혁 ‘시늉’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연금·교육·의료 4대 개혁 추진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생색내기 혹은 책임회피, 그리고 떠넘기기다.

 

우선 의료개혁의 경우, ‘전임 정부가 하지 못한’ 의대 증원을 해냈다는 생색내기에 무게를 뒀다. 지난달 말,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내년 의대 신입생을 단번에 50%(1540명·차의전원 포함) 늘리는 파격적 증원이다. 의대 증원은 제주 의대가 설립된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이를 겨냥해, 윤 대통령은 “지난 27년간, 그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한” 일을 추진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해왔다.

 

하지만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시민사회는 “가짜” 의료개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애초 의대 증원은 한국 의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으로 대변되는 필수·지역 의료 붕괴의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엔 분만실이 아예 없다.

의대생 수만 늘린다고 부족한 곳에 의사가 자동으로 늘진 않는다. 필수 의료에 속하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가 기피 과목으로 전락하고, 지역인재전형을 늘려도 지역 의사로 남으려고 하지 않는 현실은 그대로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논의하자’고 했지만 “진짜” 의료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인기 없는 개혁’으로 꼽히는 연금개혁은 양상이 달랐다. 책임회피와 떠넘기기가 두드러졌다.

연금개혁이 끝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윤 대통령은 이미 21대 국회 종료 한달 전부터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며 김을 뺐다. 핵심 쟁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협상에서 여당은 야당의 적극적 타협안 제시에도 응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제시했던 44%안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걷어찬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오랜 기간 진영 논리로 갈라져 팽팽한 대립을 겪어온 사안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고 노후 소득을 든든히 한다는 연금개혁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득실 계산이 더 중요해 보였다.

 

진즉부터 총대를 멘 것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24가지 시나리오만 열거한 맹탕 보고서를 낸 데 대한 비판이 나온 직후였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주어만 바꾸면, 의대 증원 ‘2천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온 대통령에게 의사단체가 늘 해오던 말이다.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탄식이 흘러나오지만, 정부는 22대 국회에서도 개혁안을 제출하고 논의를 주도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다시 정치권에 책임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어느 정부에서나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동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출범 초기 자유와 공정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그 내용이 막연하고 국민의 삶과 겉돌았다. 소모적인 이념 전쟁을 벌이거나 전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일에만 주력한 탓이다.

여기에다 책임감의 결여는 개혁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정책의 난맥상을 초래했다. 대표적 헛발질 정책으로 비판을 산 ‘해외 직구 차단’ 조처가 철회되는 과정에서 용산은 “대통령은 몰랐다”고 발을 뺐다. 윤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다는데, 현실에선 정반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개혁이 단순히 ‘시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비켜나 왜곡된 형태로 전개되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그렇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윤 대통령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법치’가 노동개혁으로 강조되긴 처음이었다. 대기업 조직 노동자는 법과 원칙을 앞세워 끌어내리고, 미조직 노동자는 ‘약자 보호’ 정책으로 재정을 지원해 내부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구조적 문제에 천착하고 큰 틀의 제도 개선을 할 생각이 없다 보니, 어느 정부나 개혁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던 노사정 대화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불평등 해소가 화두인 교육 영역에서 ‘사교육 카르텔 잡기’에만 열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별적으로 대통령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그런 일들은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황보연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