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돼서”…지난해 폐업 자영업자 100만 육박
2023년 폐업 신고 98.7만명으로 역대 최대
2020년 이후 80만명대 감소하다 급등세로
폐업 사유 1위인 '사업 부진' 크게 늘어나
코로나19 지원금 상당 부분 중단도 한몫
올해도 자영업자 감소…개선 기미 안 보여
지난해 사업을 접은 폐업자가 100만 명에 달했다. 한 해 동안 12만 명이나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폐업 사유는 '사업 부진'이 가장 많고 숫자도 크게 늘었다. 경기가 나빠 장사가 안돼서 문은 닫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자영업자 수가 계속 줄어드는 등 내수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15일 국세청의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86만 7292명)보다 11만 9195명 늘어난 규모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폐업자 수는 지난 2019년 92만 2000명에서 2020∼2022년 80만 명대로 떨어져 감소 추세였는데 지난해 100만 명에 가깝게 급등했다.
폐업 사유는 '사업 부진'이 48만 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 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전년(40만 6225명)보다 7만 5958명(18.7%) 늘어 증가 폭이 역대 최대이다. 사업 부진 외에 폐업 사유로는 기타(45만 1203명), 양도·양수(4만 369건), 법인전환(468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가동사업자 가운데 폐업자의 비율인 폐업률은 지난해 9.0%로 높아졌다. 폐업률은 지난 2016년 11.7%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영향으로 15.2%까지 높아졌던 폐업률은 이후 가동사업자 수 증가로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폐업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면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업종별로는 내수 관련소매업 폐업이 27만 65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1만 7821명), 음식업(15만 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임대업(9만 4330명), 건설업(4만 8608명) 등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부동산 관련 폐업자도 많았다.
지난해 폐업 신고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내수 부진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 지원금이 상당 부분 중단해 그나마 버티던 사업자들도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폐업자 증가 추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벼랑으로 내몰린 사업자들이 폐업 행렬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올해 자영업자 수는 1분기 약 2년 만에 마이너스(-9000명)로 돌아선 뒤 2분기 10만 1000명 줄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 4100명 줄며 2015년 4분기(-11만 8200명)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표한 7월 경제 동향에서 경기 판단을 '다소 개선'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으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주된 요인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내수'를 들었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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