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의문과 반발만 키운 대통령실 ‘명태균 해명’
대통령실이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씨 간 만남에 대해,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을 통해 명씨를 처음 만나는 등 정치인 소개로 두차례 자택에서 만났다’고 공식 해명했다. 또 “(대선) 경선 막바지 이후 윤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뒤늦은 이 해명마저 각종 반박에 부닥치면서,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이 명씨와의 첫 만남을 주선한 당사자로 지목한 이준석 의원은 9일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은 당시 명씨가 자신과 윤 대통령 간 세번째 만남을 주선했다며, 자신보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와 아는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직접 밥 먹자고 해서 (식당에) 갔더니 거기에 명씨가 있더라”라고 했다. 김 여사도 동석했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두차례, 소개로, 자택에서’ 명씨를 만났다는 해명은 어느 하나 맞는 게 없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이토록 금방 들통날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것인가.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명씨 관계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명씨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자택을 수시로 방문해 조언을 했다며 “대여섯번 정도 간 것으로 (집에) 가봤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두번 만났다는 해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렇다면 두번 이외 다른 자택 방문 때는 김 여사를 만나 조언한 게 아니냐는 더 큰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취임 뒤에도 김 여사가 명씨와 문자·통화를 이어간 사실에 비춰보면, 사인에 불과한 명씨가 역시 공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를 통해 국정과 당무에 개입한 ‘비선의 비선 농단’이 벌어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용산에 (박근혜 청와대 시절의) ‘십상시’ 같은 4인방이 있다. 여사가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 먹는다”고 말하는 녹취 파일도 8일 공개됐다.
김 여사 의혹은 용산의 얕은 해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
대통령실이 더 늦기 전에 진상을 낱낱이 소명하는 것은 물론, 국회 국정감사와 수사를 통해 의혹 전모가 규명돼야 한다.
[ 2024. 10 10 한겨레 사설 ]
'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현·여인형 '일탈', 통수권자 향한 퍼포먼스였나 (0) | 2024.10.11 |
---|---|
'계엄의 발' 세 사령관이 한남동으로 불려갔다는데… (0) | 2024.10.11 |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0) | 2024.10.07 |
‘김’이 곧 국가다? (0) | 2024.10.07 |
'고발사주' 발언 대통령실 비서관, 류희림 '청부민원'과도 연결됐나 (0) | 2024.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