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판 카르텔'에 발목 잡힌 조국…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道雨 2024. 12. 13. 16:45

총칼로 못한 조국 체포를 법으로 한 판·검사와 언론

 

군사쿠데타는 막았지만 검찰쿠데타는 진행 중

'입시비리 조국 재판'은 모든 언론의 가짜 프레임

12.3 윤석열 쿠데타의 뿌리인 5년 전 '조국 사태’

내란 동조가 잘못이듯 마녀사냥 동조도 문제였다

검찰-언론-사법 카르텔을 통한 연성쿠데타 계속

떠나는 조국에게 '이제부터 달라질 것' 약속해야

 

결국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와 구속이 확정됐다.

지금 윤석열 탄핵과 처벌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조국 대표는, 며칠 내로 우리 곁을 떠나서 감옥으로 가야 한다. 

이 상황은 우리가 윤석열의 12.3 군사쿠데타는 일단 막았지만, 2019년 '조국 사태' 때부터 본격화한 검찰-언론 쿠데타는 아직 진행 중이고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지금 조선일보와 족벌언론들은 기뻐하면서도, '지연된 정의 때문에 범죄자가 당을 만들고 의원까지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보언론'들은 단순히 사실만 전할 뿐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국 대표에 대한 1, 2심 판결을 '입시의 공정성을 위한 엄정한 잣대를 세웠다'라면서 환영한 바 있다. 

 

*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2.12. 연합뉴스

 

 

 

모든 언론이 '입시비리 조국 재판'이라고 쓰고 있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거짓 프레임이다. 조국 대표가 5년 동안이나 수사와 재판을 겪게 된 진정한 '죄'는, 윤석열과 검찰 권력에 앞장서 맞서 싸우며, 감히 '검찰 개혁'을 추진한 것에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12.3 쿠데타에서 계엄군이 총칼로 완수 못 한 일을, 검사와 판사들이 법으로 완수한 셈이다.

 

여기서 기득권 카르텔과 검찰 권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를 건드리면 본인, 부인, 자녀까지 모조리 멸문지화 당한다'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이다.

조국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무려 3년이 넘게 감옥에 갇혔던 것에 이어서, 이제 조국 대표도 2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됐다.

두 사람의 자녀들은 청춘과 인생이 파괴됐다. 우리 모두 이 가족에게 큰 빚을 졌다.

 

사실, 이번 판결은 결과가 뻔히 예정돼 있었다. 같은 혐의로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서 큰 고통을 준 엄상필 판사가 대통령이 된 윤석열에 의해서 대법관이 됐고, 대법원은 짜고 치듯이 그에게 조국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 주심을 맡겼다. 조국 대표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돼 왔다.

 

검찰은 영혼까지 털어내면서 없는 죄와 증거, 증언까지 짜내고 만들어서 두 사람을 기소했다. 조금이라도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려던 판사들은, 검찰과 언론의 공격을 받다가 밀려났다. 가장 친검찰적이고 보수적인 판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들은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판결문을 썼다.  

 

* 기득권 세력은 쿠데타에서 총칼로 조국 대표를 체포 구금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이제 법으로 그것에 성공하고 있다/ 뉴스 화면 갈무리  

 

 

 

이런 구조 덕분에, 윤석열 부부가 저지른 범죄들이나, 이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 공직자와 그 자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입시비리, 부정부패, 직권남용 등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될 것 같은 '죄'로도, 조국 대표와 정경심 교수는 법적으로 가능한 최고의 형량들을 판결받았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가 받은 명품백은 무죄이지만, 조국 대표의 딸이 받은 장학금은 유죄가 됐다.

 

 

조국 대표는 이번에 계엄군이 제일 먼저 체포해야 할 정치인 명단에 올랐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 나라의 기득권 세력이 가장 미워하는 인물 중의 하나였다.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은 조국 대표를 사찰하면서, 내부 문건에 "체제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라고 표현했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적개심은 더해졌다.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에 있는 검찰에 대한 개혁을 추구했으니 말이다.

2019년에 '조국 사태'라는 검찰과 언론의 합동 마녀사냥이 시작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2019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 마녀사냥은, 특수통 검사 70명과 수사관까지 총인원 100여 명이 투입돼,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조국, 부인, 동생, 딸, 아들, 모친, 친척들로까지 확대돼 나갔다.

 

사망한 부친과 동생의 이혼한 전처까지 끌려 나왔다. 검찰은 조국 부인과 딸의 일기장도 압수해 갔으며, 부부와 가족 간의 사적인 문자메시지까지 모두 언론에 흘렸다.

2019년 그 절정기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고, 혐오, 조롱, 따돌림, 조리돌림은 역사에 남을 수준과 규모였다.  

 

* 검찰은 조국몰이를 시작하며 70여군데를 압수수색하면서 인간사냥을 전개했다/ 당시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거대한 마녀사냥 속에 압도적인 양의 기사들이 쏟아지자, 여론은 거기에 동조하게 됐다.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가족을 욕하는 편에 줄을 서게 됐다. 혐오의 감정은 전염됐고,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고립의 압박을 느껴서 침묵하게 됐다.

‘내로남불과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586’은 검찰-언론 카르텔의 강력한 프레임이 됐다.

 

결국 '조국 사태'는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과 이들 세력이 승승장구하다가, 마침내 최고 권력을 차지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것은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이 손을 잡고, 2016년 촛불에서 시작된 변화를 뒤집기 위한 '소프트(연성) 쿠데타'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2019년 당시에 검찰과 언론이 제기한 혐의 중 대부분은 남아있지도 않다.

사모펀드, 대선자금 조성, 권력형 비리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에서도 이런 내용은 다 빠졌다.

결국 '유죄'로 남은 것은 고작 감찰 무마 의혹과 함께, 딸이 받은 장학금, 인턴활동 증명서, 온라인 쪽지시험 조력뿐이었다. 이런 것이 '죄'가 돼서 징역 실형을 판결받은 학부모는 지금까지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5년 전에 왜 그토록 이 가족을 욕하며 돌을 던졌는지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어차피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국 대표와 그 가족이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른 모든 보통 사람들처럼 인간적 결함과 약점들이 있고, 크고 작은 잘못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마녀사냥의 핑계와 불쏘시개였을 뿐이었다. 

 

* 조국 마녀사냥은 윤석열 사단의 기획된 마녀사냥이 분명했다/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란수괴 윤석열만이 아니라 내란 동조세력을 보고 있듯이, 마녀사냥에도 동조자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진중권, 김경율, 권경애, 서민 같은 이들이 나서서, 조국 교수와 그 가족에게 살기등등한 표현으로 낙인을 찍었다. 이들 모두는 ‘진보 지식인’이라고 불렸지만, 그 후 모두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족벌언론과 보수언론만이 아니라 중도 언론과 '진보 언론'들도 마녀사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마녀사냥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세력이 많았다. 이런 세력은 다행히 대부분 지난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을 떠나서 이준석당이나 이낙연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회운동 안에서 진보단체나 좌파단체들마저 대부분 방관하거나 동조했다.

 

처음부터 마녀사냥에 맞선 것은 그런 정치 지도자도, 지식인도, 진보언론도, 진보좌파 단체도 아니었다. 사방에서 물어뜯기는 이 가족을 보면서, '이건 너무 심하다. 누구에게도 이럴 수는 없다'라는 생각으로 일어선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서초동 네거리를 꽉 채운 거대한 '검찰개혁 촛불집회'로 나타났다. 연인원 수백만 명이 그 자리에 함께했다.

 

"저를 알아보고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 했던 택시기사님, 조용히 대리운전을 마친 후 떠나시면서 ‘잘 버티십시오’라고 말씀해주신 대리기사님 … 빵을 더 넣어주신 빵집 주인 할머니 … 차 열쇠를 받으면서 "힘내십시오"라고 말씀해주신 주차요원분들 … 이렇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분들 덕택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조국의 시간>) 

 

 

* 조국 마녀사냥의 대표적 나팔수였던 진중권은 최근까지도 '교수들의 탄핵 시국선언은 국민들의 호응이 없다'면서, 윤석열 탄핵 투쟁을 가로막는데 앞장서 왔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올해 4월 총선에서 갑자기 등장한 조국혁신당이 엄청난 태풍을 일으키며, 한 달 만에 제3당이 된 놀라운 힘도 여기서 나왔다. 그토록 전 사회적 마녀사냥 속에 거의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정치할 자격도 없는 파렴치한 위선자'로 낙인찍혔던 조국 대표는 이렇게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마녀사냥에 동의하지 않는 수많은 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라던 수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 앞에서 입을 닫았다.

조국 대표는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 민주당보다 더 빨리 행동하는 정당,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싸우는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했고,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금융투자소득세 문제 등에서 민주당의 후퇴를 반대하고 비판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면서 윤석열 탄핵에도 앞장섰다.

 

무엇보다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함께 12.3 '내란의 밤'에 시민들에게 저항을 호소하고, 국회 담벼락을 넘어서 계엄을 해제하는 데 함께했다.

내란수괴를 탄핵, 구속, 처벌하기 위한 투쟁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국 대표는 검찰-언론 쿠데타의 희생양에서, 이제 윤석열의 쿠데타가 촉발한 제2 촛불혁명의 핵심적인 지도부 중에 일부가 돼 있다.

 

윤석열과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원장에 의해서 재구성된 대법원이, 지금 시점에 조국 대표를 구속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12월 12일부터 그 발톱이 드러나고 있는 윤석열 내란세력과 동조세력의 반격이기도 하다. 이날 윤석열은 생중계된 대통령 담화를 통해서, 12.3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극우 지지자들의 결집과 행동을 호소했다. 

 

* 조국은 마녀사냥의 희생양에서 반윤석열 투쟁의 지도자로 부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조 윤핵관의 핵심이면서 12.3 쿠데타를 옹호해 온 권선동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전광훈 목사는 "계엄령은 정당했다"라면서, 12월 14일 총궐기를 호소하며 대대적인 조직화를 시작했다.

이제 윤석열이 탄핵당하더라도 '태극기부대'의 집회와 시위는 더 거세지고, 그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도 계속 시위를 할 것이다.

 

곧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들도 다가온다. 실패한 군사쿠데타의 공백을, 다시 검찰-언론-사법 카르텔을 통한 연성쿠데타가 차지할 것이라는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은 결코 자신들의 권력을 순순히 놓고 물러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12.3 내란의 뿌리에는 5년 전에 시작된 연성쿠데타가 있고, 마녀사냥이 그 무기였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당시에 방관하거나 동조했던 것이 얼마나 심각한 잘못이었고, 결국 오늘날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공범들에게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는 반성이 가능해진다.

그러한 반성과 성찰은, 앞으로 이어질 기득권 카르텔의 필사적인 반동의 시도와, 그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재명 대표 등을 겨냥한 마녀사냥과 갈라치기에 또다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조국 대표가 '정치검찰의 연성쿠데타가 시작됐고, 검찰 독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을 때,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김민석 의원이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경고했을 때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더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 그때는 분명 더 나은 대한민국이 돼 있을 것"이라는 조국 대표에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해야 한다. 

 

 

전지윤 편집위원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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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판 카르텔'에 발목 잡힌 조국…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의 정적 제거에 기꺼이 동조한 판사들

엄상필 대법관, 정경심 징역 4년 이어 조국도 2년

"변호인 측 포렌식 증거들은 판단 안 한다"던 판사

조희대 대법원장 첫 인선으로 지명, 윤석열이 임명

조국 당선 직후 주심 맡아…재판부 회피도 안 해

비상계엄 사태에 "선고 연기" 마지막 호소도 묵살

"더 탄탄하고 맑게 돌아올 것…웃으며 다시 만나길"

조국 가족 수사 아직 안 끝나…민주당도 동병상련

 

 

*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울먹이는 김재원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 2024.12.12. 연합뉴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과 함께,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돌풍을 일으키며, 검찰독재정권 타파를 위한 쇄빙선 역할을 하고, 이번 내란 쿠데타 사태를 맞아서도 제2야당의 지도자로서 동분서주했던 조국 대표가, 끝내 '검판 카르텔'에 의해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정치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주요 정적 중 한 명인 조 대표를 제거하려, 온갖 황당무계한 혐의들을 긁어모아 억지 기소를 했지만, 판사들은 검찰 노림수에 기꺼이 동조해 조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집행자 역할을 해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2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직권남용,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 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 원칙, 공소권 남용, 각 범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 이유 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의 사실관계와 논리가 워낙 말이 안 돼 파기환송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대법원은 아무 고민 없이 원심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이르면 13일 수감될 처지에 놓였다. 아울러 공직선거법과 국회법 등에 따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잃게 돼, 다음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아들 조원 씨 입시 비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조 대표가 받은 주요 혐의는 다음과 같다.

이들 혐의가 얼마나 억지스럽고 기괴한지에 대해서는, 시민언론 민들레가 여러 차례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양대학교 어학교육원에서 주최한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강의를 수강한 사실이 없는데도 어학교육원장 명의의 수료증을 위조하고 학교에 제출해 담임교사의 학생생활기록부 작성에 관한 업무를 방해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후 이를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제출해 담임교사의 학생 출결 관리 업무를 방해

▲아들이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줘 담당 미국 교수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는데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 직무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3회에 걸쳐 200만 원씩 합계 600만 원을 수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진행하는 도중 부당하게 감찰 중단 지시(감찰 무마).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엄상필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3.5. 연합뉴스

 

 

 

이를 모두 유죄로 확정한 대법원 3부 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지난 2021년 8월 정경심 전 교수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인물이다.

그는 1심과 마찬가지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조 대표와 정 전 교수 딸인 조민 씨의 이른바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거짓이거나 왜곡‧과장된 것이라는 사실을 법정에서 뻔히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묵인했다.

 

특히 정 전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 즉 표창장을 만들고 있었다는 바로 그 시간에, 정 전 교수는 검찰이 지목한 PC가 아닌 다른 PC를 사용 중이었다는 결정적 포렌식 증거들을 변호인 측이 제출했음에도, 판결문에 "변호인 측 포렌식 증거들은 판단하지 않겠다"라는 단 한마디를 써넣는 방식으로 완전히 무시했다.

 

검찰 시각에 포획돼 철저히 예단에 사로잡혔거나, 스스로 조 대표에 대한 정치적 편견에 함몰된 게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증거재판주의 위배 행태였다.

 

엄상필 판사는 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인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내 대법관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월 2일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엄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동명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5년 "피해 여성이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성관계를 했더라도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면 준강간이 아니다"라며, 가해자(피해 여성의 형부)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황당한 판결을 내려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조국 대표의 배우자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전력이 있음에도, 엄상필 대법관은 조 대표가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상고심 재판의 주심을 맡았으며, 자진해서 재판부 회피 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키자, 야권의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인 조 대표가 사태 대응을 위해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조차 거부했다.

조 대표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수습을 위해, 제2야당 대표로서 당 업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사유를 밝혔지만, 엄 대법관은 아무 설명 없이 이날 선고를 강행함으로써, 조 대표의 마지막 호소도 묵살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2024.3.3. 연합뉴스

 

 

 

대법원 선고 때에는 피고인의 법정 출석이 의무가 아니어서,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바로 법정구속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던 조 대표는, 오후에 국회 본관 혁신당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접어두겠다"면서 "이번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잠깐 멈추지만, 이는 결코 조국혁신당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국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를 이뤄낸 주권자 국민과 함께라면 혁신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저 흉측한 내란의 바벨탑을 불태워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회에서 그 불씨에 숨을 불어넣지는 못하더라도, 불씨를 지키는 오천만 국민 중 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며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지기로서 여러분 곁에 서겠다. 부디 건강하시고,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기자 간담회 뒤, 조 대표는 곁에 있던 혁신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차례로 악수하거나 포옹했다. 의원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은 총선 당시 13번 후보자였던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승계한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 때 최다 득표를 했던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

 

조 대표는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하고 싶은 말을 접어두겠다고 했지만, 신장식 의원은 개인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통탄이라는 말로도 지금의 심정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법률가 신장식, 시민 신장식은 이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장학금을 부정한 청탁물로 취급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또 "민정수석의 감찰반원에 대한 감찰 종결을 직권남용으로 판단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대통령실 감찰반원들은 민정수석의 명을 따르지 않은 채 아무나, 무한정 감찰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신 의원은 "지금 이 시기에 690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조국혁신당 당 대표를 옥에 가두는 일이 우리 공동체에게 필요한 일인가. 정치권은 윤석열 도당이 난장판으로 만든 대한민국을 수습해야 하고, 그 일에 조국 대표의 역할은 중차대할 수밖에 없다"며 "돌이켜 보면 내란 수괴 윤석열의 쿠데타는 조국 대표에 대한 수사로부터 시작됐다. 윤석열과 검찰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도,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도 인정하지 않았다. 죽이려 했고, 지금도 죽이려 하고 있다. 바로 오늘의 판결도 그러한 검찰의 잔인한 수사에 기댄 것은 아닌지, 대법원도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4.4.25. 민주당 제공

 

 

 

윤석열 정권 타도와 검찰 개혁의 중요한 동지를 잃은 더불어민주당도 법원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조 대표가 정치 검사 및 판사들에 의해 당한 사냥은, 그대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되풀이돼왔기 때문에, 동병상련과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경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정권이 광기를 보이며 자폭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멈추지 않는 검찰권 남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검찰권 남용에 희생되면서도 판결을 수용한 조국 대표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검찰은 주가 조작, 명품가방 수수 등 끝없이 터져 나오는 김건희 여사의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조국 대표에 대해서는 망나니 칼춤으로 '멸문지화'하는 이중 잣대를 보였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검찰은 그간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조 대표에게, 선고 바로 다음 날인 13일까지 형 집행을 위해 자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형을 집행해 교도소에 수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 끝난 것도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정일권 부장검사)는 아들 조원 씨의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날 조 대표의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정지됐던 조원 씨의 공소시효도 재개됐고, 추가 수사를 통해 아들 조 씨마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4.12.12. 연합뉴스

 

 

 

■ 조국 기자 간담회 전문

 

조국혁신당 전 대표 조국입니다. 오늘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당 대표로서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시간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을 기억합니다. 창당을 선언하던 날의 뜨거움이, 비를 맞으며 외치던 구호가, 광장에서 맞잡아 주신 손이, 울고 웃으며 나눈 이야기들이, 제 가슴속에 여전히 선명합니다. 모든 얼굴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등불이었습니다.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여러분과 약속했던 염원을 완성하지 못한 채, 잠시 떠나게 되었습니다.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접어두겠습니다. 이번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잠깐 멈춥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조국혁신당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조국혁신당은 허술한 정당이 아닙니다. 창당 때부터 비판과 조롱이 있었지만, 모두 견뎌온 탄탄한 당입니다. 당원 16만 명과 지지자 690만 명, 내란에 투쟁하고 있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금강석처럼 단단합니다. 조국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촛불은 타오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를 이뤄낸 주권자 국민과 함께라면, 혁신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흉측한 내란의 바벨탑을 불태워 무너뜨릴 것입니다. 저는 국회에서 그 불씨에 숨을 불어넣지는 못하더라도, 불씨를 지키는 오천만 국민 중 한 사람으로 남을 것입니다.

조국은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잠시입니다.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때에는 분명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지기로서 여러분 곁에 서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조국혁신당과,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지치지 말고 행동합시다. 그리고 이루어냅시다.

이만 물러갑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2월 12일

                                      조국 드림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