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선관위 서버 검찰이 맡기로"…검찰, 수사 손떼야
민주당 제기 의혹,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 확인
선관위 서버 침탈, 정보사→방첩사→검찰∙국정원
대검포렌식센터는 조국 수사 증거 조작의 주역
검찰의 내란 공모 의혹, 경찰 수사로 밝혀져야
윤석열의 계엄 쿠데타 당시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이 서버실을 장악한 후 기다린 것이 검찰과 국정원이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찰과 내란 수사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검찰이, 사실은 내란의 주요 공범이었을 유력한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15일 저녁 JTBC는 계엄 선포 당시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한 결과, 방첩사령부 1처장 정성우가 방첩사령관 여인형의 지시를 군사보안실장과 사이버보안실장, 과학수사실장 등에게 전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14일 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에서 먼저 폭로한 내용인데, 현장 지휘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선관위 서버실에 침입해 서버를 복사하고, 여의치 않으면 통째로 반출하라고 지시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선관위 서버를 확보한 후에 어떻게 하려고 한 것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계엄 당시 선관위 행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밝혀져야 했던 의혹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선관위 서버 침탈, 정보사→방첩사→검찰∙국정원
해당 JTBC 보도에 따르면, 여인형이 정 처장을 통해 현장 지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 "중요한 임무는 검찰 등에 맡기고 이후에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당시 계엄군 측의 계획은, 계엄 선포 이전에 정보사 요원들이 먼저 점령해 핵심 서버들을 찾아 선정하고, 이어 방첩사 요원들이 서버 복사 혹은 반출을 실시하고, 그 다음 단계는 검찰과 국정원이 맡는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윤석열 계엄군의 선관위 관련 작전에는 단계적으로 1정보사, 2방첩사, 3검찰∙국정원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인 확보한 선관위 서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부분에서는, 정보사나 방첩사가 아닌 검찰과 국정원이 맡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계엄해제 시점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계엄군의 이런 선관위 작전 계획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검찰과 국정원 이전 단계의 역할을 맡은 방첩사 단계에서의 지시 불이행과,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 지휘관들에게 여인형의 지시를 전달한 후 법무관실로 향했던 정 처장이, 법무관들의 강한 법률적 문제 제기들을 받고, 출동할 현장 지휘관들에게 선관위 진입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한편 검찰이 선관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4일 새벽 1시 경 신속하게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방첩사 정성우 1처장이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앞서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한 데 비해, 유독 검찰과 국정원의 선관위 서버 관여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계엄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답변했는데, 검찰은 바로 다음날인 11일 정 처장을 소환해 당일에 조사한 것으로 보이고, 이어 13일에도 재소환했다. 사전에 출석 일정을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 관행에 비춰 매우 다급하게 소환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정 처장은 검찰 출석 시 자신이 작성한 5쪽 분량의 계엄 당시 ‘타임테이블’을 제출했는데, 앞서 JTBC가 확보한 이 문서 내용에도 정 처장이 계엄 당일 부하들에게 전달한 검찰의 관여 사실은 기재되지 않았다.
계엄 사전 계획에서 선관위 서버 사안에 검찰과 국정원이 핵심적으로 개입될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정 처장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가 여러 수사기관들로부터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본인과 부하들을 위해서는 이런 일부 은폐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 혹은 국정원으로부터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대검포렌식센터, 조국 수사 증거 조작의 주역
한편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게 되면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주도하게 될 거고, 이거는 검찰총장 산하에 있잖아요”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매우 타당하고 당연한 것으로,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가 명칭에 ‘국가’를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직할 조직으로서, 흔히 ‘대검포렌식센터’로 불리고 있다.
검찰 조직에는 각 지방검찰청 단위에도 포렌식 수사 조직을 갖춘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검포렌식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포렌식 수사 인력과 역량을 갖춘 곳이다.
이 기관은 지난 2019년 조국 수사 당시에도 검찰 측 포렌식 관련 수사를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그에 맞서 필자가 변호인 측 포렌식 분석을 맡은 바 있다. 당시 대검 포렌식센터의 팀장 분석관이 작성한 수십 건의 분석보고서 내용들이 허위, 과장됐다는 지적을 수없이 많이 했음에도, 1, 2심 재판부로부터 연달아 묵살당한 바 있다.
계엄 쿠데타가 성공해 이 대검포렌식센터가 실제 선관위 서버를 확보했더라면, 필자의 직접 경험에 비추어 조국 수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허위 보고서들이 남발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포렌식 분석’, ‘과학적 진실’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여론몰이를 통해, 선관위 판 ‘조국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그랬더라면 법원으로 넘어간 재판 단계에서도, 조국 재판과 마찬가지로 허위 주장으로 가득한 보고서들이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져, 윤석열과 극우세력들의 ‘부정선거’ 주장이 기정사실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인다.
검찰의 내란 공모 의혹, 수사로 밝혀져야
검찰이 계엄 쿠데타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되었는지는, 추가 조사와 수사로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처럼 계엄 쿠데타에 검찰이 주요하게 개입됐다는 중요한 단서가 발견된 만큼, 경찰과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검찰의 내란 수사가 실제로는 수사 방해의 의도로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계엄 당시 방첩사가 경찰 국수본에 강력계 형사들로 구성된 ‘요인 체포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국수본의 고위급 간부들을 불러 조사했다며, 이를 언론에 적극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정 처장 등 방첩사 간부들의 진술에 따른 것으로, 전후관계를 따지면 계엄 선포 이후의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의 계엄 개입 문제는 계엄 직후 하달된 지시로서, 정보사와 방첩사가 확보한 서버를 검찰과 국정원이 맡게 된다는 내용을 감안하면, 검찰의 역할은 계엄 사전 단계부터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 즉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은 사전 계획 단계로 의심되는 반면, 경찰의 개입은 사후 요청을 받은 정황에 불과한데도, 검찰은 역으로 경찰을 압박하는 언론플레이를 벌인 것이다.
한편 이런 검찰의 내란 개입 정황을 지난 14일 먼저 폭로한 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 단장 추미애 의원은, 16일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의 어느 조직이 관여했는지 조속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검은 이미 14일 ‘검찰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며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은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자신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창수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함으로써, 한창 진행 중이던 김건희 수사의 결과를 빈껍데기로 만든 바 있다. 인사권을 동원해 검찰총장을 '핫바지'로 만든 것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도 대검과 지검을 모두 건너뛰고 일선의 일개 검사인 이정섭 검사에게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직접 배당하는 등,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정상적 지휘 체계 따위는 우습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윤석열이 이렇게 무리하게 지시했던 해당 수사는, 결국 1심에 이어 얼마전 2심 선고에서도 연달아 무죄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설사 심우정 검찰총장은 실제 전혀 모르는 일이더라도, 윤석열이 나서 검찰총장과 대검을 건너뛰고 지검 등 일선 검찰청이나 특정 충성파 간부 검사에게 직접 지시했을 개연성은 충분하고도 넘쳐나는 실정이다.
문제는 심 총장이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설 의지조차 내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란 수사보다는 검찰 조직 보호를 우선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지점이다.
그런 만큼 검찰의 답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경찰 국수본과 공수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검찰을 상대로 내란 공모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과 수사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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