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부패한 이들이 권력을 잡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한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이날 하루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면 곧바로 국경 폐쇄와 이민자 추방, 성전환 수술 제한 등 각종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의 입법 절차를 뛰어넘는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정치적 올바름이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싫어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하루짜리 독재자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못박았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지 않고, 내부의 적을 군사력을 동원해 물리치려는 충동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는 히틀러에게 존경을 표시한 적도 있다”며 “잘못된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권력을 절대로 잡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고, 마키아벨리즘을 신봉하며, 사이코패스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어둠의 요소’를 유별나게 가진 이들이 대체로, 쉽사리 권력을 잡는다. ‘권력의 심리학’을 쓴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가 제기한 민주주의의 역설이다. 그는 권력을 잡은 이들이 부패하는 게 아니라, 애초 부패한 이들이 권력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나르시시즘은 권력을 뼛속까지 갈망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마키아벨리즘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비열한 책략과 협잡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 성향은 자신을 해롭지 않거나, 심지어 선한 사람으로 포장하는 데 능란하다. 자신이 믿거나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말이나 행동으로 호감을 산다. 선거판은 이런 특성이 빛을 발하는 완벽한 무대이다.
권력을 흔히 코카인에 비유한다.
권력을 행사할 때마다 뇌에선 쾌감을 자극하는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마약에 중독된 것과 유사한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권력은 오로지 더 큰 쾌감을 향해 폭주한다. 거기에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망상이 곁들여진다.
권력을 절대로 잡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판을 구축하는 게 민주주의의 숙제가 됐다.
유강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논설위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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