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청동기인들의 긴 눈짓
전 세계 고인돌의 40%가 한반도에
2000년 12월 2일 한국의 작은 도시인 화순, 고창, 강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이 일어났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한 무더기의 돌덩이들 때문이었다. 이 돌덩이들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그 생김새는 넓고 평평하여 그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거나 고추를 널어 말리기에 제격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조금 특이한 한 무더기의 돌. 과연 이 돌들이 무엇이기에 세상의 관심을 한꺼번에 집중시킬 수 있었을까?
이 돌무덤은 받치는 돌이 덮는 돌을 고이고 있다고 하여 고인돌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게 되었다. 고인돌이 군을 이루고 있는 전남 화순 같은 곳의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고려시대의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다음날 금마군으로 향하려 할 때 이른바 지석이란 것을 구경하였다. 지석이란 것은 세속에서 전하기를 옛날 성인이 고여 놓은 것이라 하는데 과연 신기한 기술로 이상하다” 이것은 전 세계 고인돌의 40%에 해당하는 양으로 과연 ‘고인돌 왕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우리의 선조 청동기인들은 어디서 그 큰 돌덩어리를 구해다가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중력을 극복해내고 이렇게 많은 고인돌들을 쌓아올린 것일까?
고인돌은 덮개돌을 구하고 운반하기 쉬운 바위나 암벽이 있는 산 근처에 있다. 아마도 청동기인들은 처음에는 주변 산에서 자연풍화현상으로 떨어져 나온 바위를 그대로 옮겨다 썼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한 관찰력 좋은 청동기인이 멋진 발견을 해내었다. 바위틈이나 암석의 결을 이용하면 암벽에서 돌을 떼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바위틈이나 암석의 결을 따라 인위적으로 작은 구멍을 낸다.
즉 청동기인들은 물질의 팽창압을 이용했던 것이다. 기체-액체-고체로 갈수록 부피가 줄어드는 다른 물질들과 달리 물은 액체에서 고체로 상태변화를 할 때 부피가 오히려 늘어나는 특이한 물질이다. 그렇다면 암석의 결에 부은 물은 어떻게 될까? 물은 추운 겨울을 지나면서 얼음이 된다. 그리고 부피가 팽창한다. 이때 팽창하는 힘 즉 팽창압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윗돌을 떼어낼 만큼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제 떼어낸 덮개돌과 받침돌들을 운반할 차례다. 그런데 덮개돌의 무게는 대부분 5톤 이상이며 40톤까지도 나간다. 이것을 옮기려고 하니 청동기인들의 팔 근육이 단단하게 수축하고 그들의 이마에는 파랗게 핏줄이 선다. 그러나 비웃기라도 하듯이 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중력이 돌들을 아래로 잡아당기고 마찰력이 돌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뒤로 잡아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라면 중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러한 기계가 없던 시절, 청동기인들은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청동기인들은 그들 나름의 포크레인과 트럭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각각 지레의 원리와 바퀴의 원리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이다. 비록 일은 같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인간은 힘의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거운 덮개돌에 지레와 받침대를 받치고 받침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간이 힘을 가하면 제아무리 무거운 돌이라도 움직인다는 소리이다.
전북 진안 여의곡 고인돌 주변에는 200m에 이르는 덮개돌 이동로로 추정되는 흔적이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는 너비가 150~200m의 간격을 두고 철도처럼 나란하게 열 지어 나타난다. 학자들은 이를 지름 10cm 내외의 통나무를 3~4m로 자른 후 바닥에 레일처럼 깐 흔적이라고 추정한다. 즉 이것은 원시적 바퀴의 모습이다. 바닥에 깔린 통나무 위에 다시 그 위를 가로지르는 통나무를 여러 개 배치한 후 덮개돌을 올리고 끌어 운반한다.
이제 힘센 장사라도 나타나서 덮개돌을 번쩍 들어 올려놓아 주었으면 하는 단계다. 여기서도 어느 똘똘한 청동기인이 나타났다. 그는 덮개돌의 수직이동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았을 것이다.
물체를 사선으로 끌어올리는 빗면을 이용한 것이다. 빗면의 효과도 일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빗면을 이용하면 물체를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것보다 더 긴 거리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제 남은 일은? 깨끗하게 흙을 치워 버리면 끝! 후대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구조물이 완성되었다. 실험결과 덮개돌과 이동하는 길이 준비된 상태에서 9.8톤을 85명이 동원되어 4시간 동안 70m를 끌었다고 한다. 덮개돌의 무게가 대부분 5톤 이상에서 40톤까지도 나가며, 덮개돌을 채취하는 사람, 길을 만드는 사람, 통나무를 고이는 사람, 음식물을 제공하는 사람들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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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과학/ 오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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