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스크랩] 흙으로 빚은 `또 다른 영혼`

道雨 2009. 5. 13. 18:26

 

흙으로 빚은 '또 다른 영혼'

토우가 붙은 항아리

 

 

 

 

1973년 경주 미추왕릉 C지구 30호분에서 발견된 목긴항아리 1점은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신라토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1천500년 전에 만들어진 황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조그마한 사람과 동물들이 토기의 목과 어깨부분에 둘러싸듯 붙어있는 목긴항아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토기를 장식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신라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토기에 붙어있는 작은 흙인형을 토우(土偶)라 한다.

토우는 목긴항아리나 굽다리접시의 뚜껑에 주로 붙어있는 것인데 토기에서 떨어진 채로 발견된 것이 대부분이며, 토기에 붙은 다양한 사람이나 동물의 조합상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드문 편이다. 그래서 다양한 토우가 붙어있는 목긴항아리(土偶附長頸壺)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목긴항아리에 붙어있는 토우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 신라금을 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앉은 채로 이 현악기를 연주하는데 얼굴의 형태는 생략되어 남녀를 구분할 수 없지만 유난히 배가 부른 모습에서 여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여인의 오른쪽에는 사랑을 나누는 적나라한 남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근(男根)을 강조한 남자도 있고 춤추는 듯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개구리 뒷다리를 물고 있는 뱀의 모습도 담겨져 있다. 물고기와 새, 거북이도 함께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수한 알을 낳은 개구리와 뱀은 다산(多産)을, 거북은 장수(長壽)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토기가 일년 중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다산과 풍요, 그리고 재생(부활)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까?

 

목긴항아리에 붙은 토우는 금령총에서 출토된 말 탄 사람토기처럼 정교하고 세밀한 형상도 아니다. 치밀한 계획에 의한 장인의 집념이 담겨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간단한 손놀림에 의한 과감한 생략과 강조, 순간의 포착만으로 이들 토우 속에서 하나의 정형적인 조형물로서의 토기뿐만 아니라 자연과 조화로운 생활을 하였던 신라인의 또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출처 : 토함산 솔이파리
글쓴이 : 솔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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