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민간사찰, 당신이 막을 수 있다

道雨 2011. 2. 25. 13:32

 

 

 

         민간사찰, 당신이 막을 수 있다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법원(서울중앙지법 제10민사부·재판장 최종한 판사)은 수사기관 등에 신상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묻는 네티즌들에게 이 사실을 은폐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30조(이하 정보통신망법)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민간사찰은 네티즌들이 올린 글을 사찰기관이 인지한 뒤에 그 네티즌의 신상정보를 취득하면서 이뤄지기도 한다. 미네르바도, 김종익씨도 그렇게 ‘걸려들었다’.

 

공익법센터는 지난해 7월 포털사에 의한 고객 신상정보의 수사기관 유출이, 영장도 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포착해 이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려고, 유출 피해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일부 포털이 이용자들에게 유출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은행이 계좌주에게 은행 잔고를 가르쳐주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우리은행이 삼성전자 차명계좌의 잔고를 계좌주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적이 있어 이 비유의 통렬함을 반감시킨다.) 공익법센터는 이에 따라 별도의 소송을 포털사를 상대로 제기했고, 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제 사찰, 당신이 막을 수 있다.

지금 당장 포털들에 물어보자.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해 저자 신상정보를 수사기관이 가져갔는지. 이제 모든 포털들이 답해야 한다.

여러분이 스스로 사찰당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사찰기관들은 더이상 ‘몰래 엿보기’를 못한다는 실망감에 사찰을 포기할 것이다.

 

위 사건에서 안타깝게도 법원은 이메일 압수수색 여부 통보 의무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중에 수사 대상자에게 그 현황이 공개될 경우 수사상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3”의 기소 여부 결정 뒤의 통지 의무를 언급하며 포털도 알릴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법원이 국가의 의무와 포털들의 의무를 혼동한 것이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리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때는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일반적인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제122조가, 감청은 통비법 제9조의 2가, 통신의 시간 및 대상을 확인하는 소위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취득은 통비법 제13조의 3이 각각 통보 의무를 정한다.

이메일 압수수색은 통비법 제9조의 3이 그 역할을 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 침해여서, 국민이 물어보기 전에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다. 그래서 조문들도 언제 “이내”에 알려줘야 한다고 되어 있지, 언제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국가의 의무와는 별도로 사업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현황을 고객들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다. 이번 소송은 이 의무에 기한 것이다.

물론 ‘수사 현황을 수사 대상자에게 알리면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사업자들의 통보 의무 이행이 유예될 수는 있다. 감청과 같이 장래의 정보를 취득하는 수사기법에서는 수사 대상자에게 현황이 공개되면 수사기법 자체가 불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비법 제11조는 통신기관이 감청 여부를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통비법 제11조의 비밀유지 의무는 이메일 압수수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완료된 송수신인 이메일은 수사의 밀행성을 유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론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의 압수수색 여부를 수사 대상이 알면 수사 대상의 행동에 변화가 있겠지만, 이는 합법적 수사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이다.

자유민주주의 헌법하에서 수사기관은 그 리스크를 짊어진다. 영장이 있다고 몰래 훔쳐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명시적인 반대 법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명시적인 법규정(망법 제30조)상 가진 의무가 유예될 하등의 근거가 없다. 수사현황 통보로 발생하는 수사상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미 입법자는 통비법 제11조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메일 압수수색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밀유지 의무도 없는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서 사업자는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고객의 잔고를 알려주지 않는 은행에 비유되지 않기 바란다.

 

< 박경신 : 고려대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