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일본의 '미일FTA 반대'도 괴담 매도
日정부 기관지처럼 반대 일본인 힐난, '한미FTA 초조감' 반영?
"한국 FTA 괴담처럼… 日, TPP 망국론 유행."
<조선일보>의 10일자 기사 제목이다.
한미FTA 반대를 '괴담'으로 취급하는 <조선일보>는 '미일FTA'인 TPP 가입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과 여야의원들의 주장을 똑같이 '괴담'으로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도쿄발 특파원 기사를 통해 "일본 도쿄에서 최근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일종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에 민주당, 자민당, 국민신당, 공산당, 사회당 소속 의원 100여명이 참석,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열변을 토했다"며 "국민신당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대표는 '일본이 멸망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고, 사민당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대표는 '농업과 국민의 생활, 생명이 파괴된다'고 역설했다"며 전날 도쿄에서 열린 TPP 반대 집회 모습을 간략히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10일로 예정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TPP 협상참가 선언 발표를 앞두고 일본에서는 민간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까지 나서 'TPP 망국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TPP로 인해 농민이 대량 실직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되고 디플레(경기침체)가 심화돼 결국 일본이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는 주장이다. 최근 'TPP 일본 망국론' '망국의 최종병기 TPP'같은 자극적 제목의 책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최근 일본 상황을 전한 <조선>은 익명의 '전문가들' 주장을 빌어 'TPP 망국론'이 '괴담'임을 강조했다.
<조선>은 우선 농업 붕괴론에 대해 "농업 붕괴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의 쌀 농가는 대부분 공장에 일자리를 가진 겸업농으로, 전체 농민이 농업에서 얻는 수입은 8%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TPP를 하지 않아 제조업체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 겸업 농민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TPP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농업보조금을 3조엔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친절히 일본정부 대책까지 소개했다.
<조선>은 디플레 심화론에 대해서도 "망국론자들은 TPP로 값싼 농산물이 수입돼 물가 하락이 가속화되면 경제가 더 피폐해질 것이라는 '디플레 심화론'도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이 20년간 디플레에 시달린 것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내수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됐기 때문인 만큼, TPP를 통한 무역 활성화는 오히려 디플레 탈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의료체제 붕괴 우려에 대해서도 "의료보험제도 붕괴론은 미국이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서비스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하지만, 일본 정부는 TPP 협상과정에서 의료보험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역시 정부 입장을 전했다.
<조선>은 이밖에 "일부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저작권법이 도입돼 만화 주인공의 옷을 입는 놀이인 일명 '코스프레'도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파들은 TPP로 일본이 미국 식민지로 전락하고 결국에는 천황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노다 총리는 '협상에 참여해야 일본에 유리하게 TPP를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며 이날 TPP 참여 선언을 강행하려는 노다 총리를 감쌌다.
이날 <조선일보>는 마치 일본정부의 기관지처럼 TPP 가입에 반대하는 일본인들을 괴담에 현혹된 우중(愚衆)처럼 몰아갔다.
<조선>은 그러나 TPP의 최대 저항 세력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도한 TPP 협상 참여 반대 서명에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한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356명이 참여할 정도로, 일본 여당조차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TPP에 가입해선 안된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집권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TPP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TPP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총리가 협상 참여를 강행할 경우 문책결의안 제출은 물론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9일 밤 열린 민주당 긴급의총에서도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국민신당 등도 다수가 반대다.
또한 일본포털 '야후 저팬'의 경우 메인 뉴스화면에 대문짝만하게 'TPP 섹션'을 만들어놓고 TPP 관련 찬반 논란과 뉴스를 실시간으로 객관적으로 전하며 국민들의 판단을 돕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조선>처럼 TPP 반대론자들을 우중처럼 몰아가는 보도는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왜 이처럼 남의 나라 논쟁에까지 개입하며 '괴담' 운운할까. 국내에서 한미FTA 반대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를 강행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의 강력한 TPP 반대 소식이 국내의 반대 여론을 더욱 증폭시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은 아닐까.
[ 박태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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