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을 두고 논란이 거셉니다. 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FTA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농업문제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정부 대책의 허구성을 낱낱이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편집자말> |
시민들이 내는 농어촌 특별세는 1995년 이래 쉬지 않고 늘어났다. 2010년에 3조 9천억 원을 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농촌 전업농 중 4분의 1이 농촌을 떠났다.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의 95%를 넘던 농가 평균 소득은 67% 아래로 떨어졌다. 농가 중 상위 7% 정도는 농사 지어 가계를 유지할 수 있던 것이 이제는 상위 1%만이 농사로 가정 경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농어촌 특별세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왜 농사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는가?
대안은 지난 20년간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에 있다. 1993년 시작된 김영삼 정부의 이른바 '신농정'은 시민에게 세금을 걷어, 그 돈으로 대농을 집중 지원하고, 중소농 탈락을 촉진해 한국 농업도 미국의 농업에 맞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요체였다.
나는 이것을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 20년 동안 실패했지만 지금도 살아있는 이데올로기다. 한미FTA의 5대 농업 독소조항- '세이프 가드'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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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지난 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쌀 생산비 보장, 한미FTA 저지 경남 농민 나락 적재 투쟁'을 벌였다. |
ⓒ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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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의 총화다. 2017년까지 22조 원을 쓸 테니 한미FTA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한미FTA는 농업에 대한 배반이라고 여긴다. 왜 그러한가?
한미FTA는 153개 회원국으로 된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이 가입하면서 농민들에게 약속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식 식품체계를 한국에 이식하는 장치다.
첫째, 한미FTA는 WTO가 외국 농산물의 수입 급증에서부터 국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무력화한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한미FTA는 WTO가 농업분야에서 허용하는 '특별 긴급수입제한조치(SSG)'를 포기한다. (3.3조 및 부속서 3-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세계무역기구가 마련한 농업분야 특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누릴 수 없다.
이 제도는 특별히 농산물의 수입 자유화 과정에서 국내 농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WTO 농업협정이 별도로 마련한 장치다. 이를 이용하면 다른 공산품에 비해서 농산물의 경우 더 쉽게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되면 이것은 불가능하다.
이것 대신에 관료들이 마련했다는 한미FTA '농업긴급수입제한조치'(ASG)는 해당 품목이 SSG보다 적고, 시한부이고 요건도 까다롭다.
예를 들면 쇠고기는 발효 후 1년차엔 27만톤이상 수입되어야만, 그리고 이를 초과하는 분량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 해 연말까지만 발동할 수 있고, 16년차 이후로는 폐지된다. 그 이후로 공산품에도 적용되는 긴급수입제한조치(SG)를 빌려 사용할 경우에는 같은 농산물에는 통틀어 '1회를 초과하여 사용할 수 없다.' (10.2조)
이것이 한미FTA의 실상이다. 세계 최강 농업강국인 미국과 FTA를 한다면서, 미국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내 농업의 피해를 구제할 긴급조치를 무력화한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어떠한가?
한국산 자동차 수입 급증 시에 미국은 긴급수입제한조치 1회 사용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한국산 섬유제품 수입 급증 시에 미국은 섬유 제품 품목에 대해 제한 없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관세율 보호 해체와 유전자 조작 식품체계의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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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한미 FTA가 되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 표시제 강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
ⓒ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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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미FTA는 WTO가 수입 허용의 대가로 한국에 보장한 관세율 보호를 결국 해체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평균 관세율이 55%에 이르는 한국 농업 보호 장치를 허무는 것이다. 이 관세율 수준은 한국이 WTO에 농업을 포함시키는 대가로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부터 보장받은 관세율이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에 농민에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더라도 그 충격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고 선전했던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없어진다.
한국의 관료들은 장기간에 걸쳐 관세율을 인하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찬하지만, 한미FTA의 시계바늘은 멈추는 법이 없다. 앞으로 10년 후이든, 20년 후이든 누군가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셋째, 한미FTA는 WTO가 보장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해체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미국식 식품체계를 한국에 이식하는 장치다.
이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은 한미FTA 문제가 된다. 그리고 광우병 검역 조치도 투자자 국가 중재권(ISD)의 대상이 된다.(8.4조)
무엇보다도 한미 FTA는 미국의 유전자조작식품(GMO) 체계로 한국을 포섭한다.
미국은 2007년 4월, 한미FTA 타결 직전에 '농업생명공학 양해서(Understanding on Agricultural Biotechnology)'를 들이 밀어 관철했다. 여기에는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에 대한 한국의 법률과 규제도 미국이 '예측할 수 있는(predictable)'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제3항)
그리고 새로운 유전자변형 작물이 출현하더라도 이 작물이 기존에 승인된 유전자변형 작물의 '전통적인 교잡'에 의해 생산된 '후대교배종'일 경우, 그 새 변형체로 인해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과 건강에 새로운 과학적 위해성이 창출된다고(introduce) 믿을 만한 이유가 없으면 한국이 이 작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제2항)
한미 FTA가 되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유전자 조작 식품 표시제 강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쌀도 한미FTA에 포함될 것과 미국 보조금 농업에 주는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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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산 쌀 생산량이 10a당 496kg으로 지난해 483kg에 비해 2.7% 증가하여 평년작(499kg의 99.4%) 수준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쌀의 진입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
ⓒ 농림수산식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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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한미FTA는 미국 쌀 진입의 막강한 장치다. 쌀도 위험하다.
위키리크스가 밝힌 버시바우 대사의 외교 전문을 보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쌀은 한국의 쌀 수입 자유화 조치(관세화) 시 '재논의(revisit)'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온다. 만일 버시바우의 전문이 사실이라면 쌀은 한미FTA에 포함될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최근의 농림부와 외교통상부의 국회 답변을 보면, 미국은 쌀 문제에 대해 어떤 것이든 한국에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2004년 WTO 쌀 협정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는 이미 2004년 쌀 협정을 통해 다 정리했다.
국회 끝장토론에서 밝혀졌듯이 미국이 쌀 문제에 대해 한국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의 쌀 국제 평균시세밖에 없다. 문제는 한미FTA다. 그를 통해 미국 쌀의 진입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섯째 한미FTA는 미국의 막대한 농업 보조금을 시정시킬 그 어떠한 진전된 규정도 없다. 완벽한 면죄부다. 그리고 미국이 장차 식품 수출을 통제할 경우에 대비한 그 어떠한 진전된 내용도 없다. 반대로 한국에는 한미FTA가 언제 발효될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돼지고기 냉동 목살이나 갈비살은 2016년 1월 1일에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도록 했다.
대안은 한미FTA를 하지 않는 것
지난 20년의 실패는 한미FTA에 비하면 차라리 좋은 조건이었다. 여기에 한미FTA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데도 2017년까지 22조 원을 쓸 테니 한미FTA를 하겠다고 한다.
누가 정부의 한미FTA 대책을 검증했는가?
그 안에는 전두환 정권 시절에 만들었던 농어민 후계자 정책, 작년에 나왔던 구제역 대책, 심지어 뉴욕 한식당 개설 예산도 '한미FTA 대책'의 옷을 입고 나온다.
당연히 2004년부터 2013년까지의 '119조 원' 대책의 일부도 '한미FTA 대책'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시민들이 매년 4조 원씩 내는 농어촌특별세는 20년 동안 실패한 이데올로기를 연장하는 아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을 지키려면 한미FTA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때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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