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

道雨 2011. 11. 24. 10:26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이후 정부여당의 발걸음에 신바람이 묻어난다.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나면 곧바로 내년 1월1일 발효를 목표로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다.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날치기 통과 와중에 터진 최루탄에 일제히 비판의 화살을 집중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루탄은 결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최루가스로 흘린 눈물은 한순간의 가짜 눈물이지만 앞으로 농어민, 축산업자, 소상공인 등의 눈에서는 진짜 피눈물이 흘러나올 형편이다.

국회의원들은 손수건으로 최루탄 가스의 고통을 비켜갈 수 있었지만,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손수건 따위로 막을 수준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날치기 처리로 끝일 수 없으며 끝나서도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국가의 이익이 걸린 외국과의 중대한 조약을 이처럼 날치기로 통과시킨 예는 과거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은 1999년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 강행통과를 예로 들고 있으나 국민의 삶과 나라의 경제체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사안의 중대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날치기 처리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청와대 쪽은 “비준 발효 이후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재협상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마치 큰 선심이나 쓴다는 투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이제 그런 차원을 떠났다.

어차피 날치기 통과까지 된 이상 에프티에이의 폐기를 포함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지난 역사를 보아도 국민의 힘으로 날치기 통과를 원천무효로 돌린 예가 없지 않았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이 좋은 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통과의 심각성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날치기 통과의 무효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걱정하는 ‘거대한 촛불’로 진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경찰이 계속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날치기 통과된 비준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갈팡질팡, 지리멸렬함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이런 실책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함께 똑같은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겨레  2011. 11. 24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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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

                                                                   (경향신문 / 이해영 / 2011-11-23)


여당의 어이없는 ‘날치기’ 폭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통과된 한·미 FTA에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 이유를 다시 밝혀 두고자 한다.

첫째, 한·미 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자 불평등협정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료들은 이를 두고 한동안 ‘이익의 균형’ 운운하고 또 ‘잘된’ 협상이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주장하건대 한·미 FTA는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에서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결과물일 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를 통틀어 가장 미국에 유리하게 체결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안은 강대국 횡포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한·미 FTA가 국내법률인 반면, 미국 내에선 국내법률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둘째, 한·미 FTA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있다 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 정부 측은 한·미 FTA 경제효과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66%에 달하고, 일자리가 35만여 개 증가하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며, 또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37억 달러 감소했고, 칠레와 7년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5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음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런 상태에서 강자의 보호주의에 다름 아닌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저 미국의 ‘경제영토’가 될 뿐이다.

셋째,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한·미 FTA는 더욱더 잘못된 협상이 돼 버렸다. 재협상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의 시간을 유예해주고, 미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한·미 FTA 전체를 통틀어 자동차 부문은 그저 한 부문이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이것이 무너짐으로써 사실상 한·미 FTA를 통해 무슨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망하다.

넷째, 한·미 FTA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금융위기는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발생했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현재의 속도대로 악화된다면, 대미 경상수지는 낙관할 수 없다.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무역 적자와 정체 상태인 상품무역 흑자를 놓고 볼 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조만간 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다섯째, 한·미 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 증시를 일러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한다. 한·미 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단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 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여섯째,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없이도 현재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2009년 32%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미 FTA는 수출기업 대 내수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현저하게 심화시킬 것이다. 이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 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위 ‘동반성장’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일곱째, 한·미 FTA는 정의롭지 못한 협정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FTA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상은 어음으로 주어졌고, 결제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동차산업의 기대이익도 한국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율이 이미 절반에 달하는 조건에서 불확실하거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해외유출도 감안해야 한다.

여덟째, 한·미 FTA 협정문에 내장된 저 허다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교과서다. 그 수많은 독소·문제 조항 중 으뜸은 투자자-국가소송제다. 물론 여기에다 역진방지(래칫)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허가-특허 연계 조항 등 이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제약, 위축시킬 것이다.

아홉째, 한·미 FTA는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지국가는 이미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진보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일찌감치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다.

열째, 한·미 FTA를 통한 이른바 ‘중국 견제’가 결국 동아시아의 역내 안정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그저 통상협정을 넘어 정치군사적 협정으로 오남용 될 때 역내 안정과 평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미 FTA가 날치기 된 상태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99%의 선택은 자명하다. 이러한 무법적인 날치기 폭거를 보며 그저 나는 한·미 FTA 협정문 24.5조를 또다시 떠올렸다. 이렇게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180일 후에 종료된다.” 그 외의 어떤 다른 요건도 없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 협정은 종료된다.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도입한 이 종료 조항은 이제 막연한 조항이 아니라, 살아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애초 절차적 정당성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미 FTA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그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지막 통과 과정 역시 최악이었다. 이제 우리 99%에게도 남은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한·미 FTA의 폐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 통합적이고 복지 친화적인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그리고 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이해영 /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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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폐기’의 조건

협정문 24.5조 따른 폐기 가능… “감당할 진보정권, 국민적 지지 필요”

(민중의소리 / 조태근 / 2011-11-24)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발언대에 올라간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의화 국회부의장 앞 민주당 최규성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날치기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데 대해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서울에서만 2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비준무효와 폐기를 외쳤다. 야당 5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과 함께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법적으로 이미 국회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발효를 막는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한미 FTA 비준의 유·무효를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출하거나,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날치기 통과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을 인정하면서도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선 기각결정을 내린 것처럼 이미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자체를 무효라고 결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시 미디어법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재투표와 대리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헌재는 그 효력을 인정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발효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날치기 처리된 비준안에 서명하고, 정부가 미국 측에 한미 FTA 발효를 위한 법률적 준비가 끝났다는 서한을 보내는 형식적인 절차를 저지하는 방법도 있다. 시민들과 야당·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청와대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날치기 통과된 비준안과 14개 한미 FTA 이행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리병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기본법·경제자유구역법 등 한미 FTA와 간접적으로 얽힌 법안들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한미 FTA와 함께 상호작용을 해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앞당길 이른바 ‘자발적 민영화 법안’의 입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송기호 변호사)

아울러 향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한미 FTA 2대 후속조건’인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쌀 시장 추가개방(쌀 관세화)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 한미 FTA가 내년 1월 1일, 혹은 미국의 의도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발효가 현실화될 경우 결국 공식적으로 한미 FTA 폐기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이하게도 한미 FTA 협정문에는 폐기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 한미 FTA 협정문 24.5조 ‘발효 및 종료’ ⓒ외교통상부

한미 FTA 협정문의 마지막 장인 24장 ‘최종규정’ 편에서 ‘발효 및 종료’를 다룬 24.5조 2항을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 또 24.5조 3항에서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 EU FTA에는 별도로 ‘폐기’ 조항이 없지만 한미 FTA에는 역설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일방주의와 예외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폐기’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지난해 한미 FTA 재협상 국면 당시부터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된 뒤까지 수차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조항을 거론하며 “한미 FTA 협정문 24.5조에 따라 어느 한 쪽이 협정의 종료에 대해 서면통보를 한 뒤 이후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며 “미국에 (한미 FTA 협정문 폐기를 통보하는) 팩스 한 장 보낼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폐기 통보의 주체가 대통령인 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미 FTA 폐기를 내건 세력이 의회와 행정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22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FTA 폐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국제 협정상의 많은 신뢰를 잃게 되는 등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가 미국일 경우 한미관계의 특성상 대통령이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통보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대인 소장은 “이 부담들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며 “압도적인 국민의 힘으로 총선·대선을 지배하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국민들이 한미 FTA 폐기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결정하면 할 수 있다”며 “결국 닥치고 정치!”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재협상을 요구했고, 결국 미흡하지만 한·미 양국은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까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자율규제”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이를 담보할 가축전염병예방법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 미국 측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로 인해 섣불리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허용을 강하게 요구하지 못했다.

물론 한미 FTA 폐기를 위해서는 2008년 촛불보다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여건은 오히려 당시보다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황진미 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2008년에는 광장에 나왔지만 어찌 해야 할지 비전이 없었다. MB 정권 초기였고 신자유주의는 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MB 정권의 바닥을 보았고, 미국 금융위기와 ‘중동의 봄’을 보았다. 신자유주의는 몰락하고 있다. FTA는 몰락의 물귀신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는 한 트위터 사용자(@fd***)가 올린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표가 215만여 표다. 이 사람들이 열흘에 한 번만 품앗이 삼아 (한미 FTA 저지)집회에 나와도 서울만 하루 20만”이라며 10부제를 하자는 의견이 리트윗 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나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한미 FTA 폐기 주장을 확인할 경우 형식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2008년 촛불시위 당시와 유사하게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해 한미 FTA의 즉각적인 실질적 효과가 상쇄되거나, 더 나아가 한국 측의 폐기 압박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 FTA 폐기에 대해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미 FTA 협정문 24.5조에 따라 가능하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큰 갈등 있겠죠. 그래서 감당할 진보정권과 국민의 지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한미 FTA 폐기에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즉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이에 기반한 정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23일 저녁 서울광장 인근에서 한미 FTA 저지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한미 FT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518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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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특허조항 때문에 한국 IT·약값 오를 것”
 

 

베이커 미 경제정책센터 소장
“ISD는 중요분야 주권 포기”

 

 

 

» 미국 경제학자 딘 베이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경제학자인 딘 베이커(사진) 경제정책센터 연구소장은 22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와 관련해 “한국이 이를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베이커 소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에스디는 중요 분야에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아이에스디에 대해 우려하는 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스디 조항이 형식적으론 양국에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현실적으론 상대적으로 시장이 불투명한 한국에 불리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렇다. (미국의 상대국이) 아이에스디 조항으로 이득을 본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아이에스디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자국의 법체계를 상대국에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베이커 소장은 에프티에이 체결로 인해 “미국이 받을 영향은 (혜택이든 피해든) 느끼지도 못할 정도일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축산업자들과 농업분야 종사자들은 명백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특허, 저작권 조항으로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에 직면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디즈니 같은 미국 정보통신·제약·지식·오락 분야 대기업이 에프티에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런 협상에서 ‘관련 조항이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협정이 비준되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지적재산권 규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등 일부 공산품은 한국의 수혜 업종이 될 수 있지만, 한국차의 수출 증대가 일본브랜드 시장을 잠식해 미국 자동차산업 전반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닐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과 관련해 광우병 파동을 염두에 둔 듯 “미국에서 팔 수 없는 걸 한국에 수출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미국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포함한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을 추구한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두고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대로 축산업자들이 일터를 잃고, 약값 상승으로 의료체계가 흔들리면 한국 사회에서 에프티에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미 관계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커 소장은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세계은행, 미 의회 경제위원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자문위원회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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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불복종
 

 

 

»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도시 콩코드는 미국 독립을 위한 식민지협의회가 열렸고, 영국군과 첫번째 교전이 벌어졌던 유서 깊은 장소이다.

콩코드에는 주위가 숲으로 우거진 월든이라는 자그마한 호수가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9세기 중엽 이곳에 움막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2년2개월2일 동안 은둔 생활을 즐겼다.

그에 대해 쓴 책 <월든>에서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생활을 예찬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 책 하나로 소로는 우리가 미국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로는 환경주의자의 선구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생활보다는 그곳에서 겪었던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후대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세무서 직원이 들이닥쳐 그에게 6년 동안의 인두세를 내라고 요구했다.

소로는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전쟁은 물론 노예제도에도 반대하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 결과 하루를 유치장에서 보낸 그는 자신의 뜻과 달리 숙모가 세금을 대납하여 풀려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이 나왔다.

아주 간략하게 요점을 추린다면, 정당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저항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같은 인물들이 소로로부터 받은 직접적인 영향을 언급하며 그가 제시한 정치사상을 다듬고 실천에 옮겼다.

 

월든 호수는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적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선 정부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미미하게조차 내기 어렵다. 소로만큼 훌륭한 사람이 여기라고 없을까마는, 시민 불복종이라는, 다른 곳에서는 숭상되는 정당한 주장도 검열과 감시의 대상이다.

기업의 부당한 처사에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항의하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의사의 진찰보다 경찰의 연행 시도를 먼저 맞닥뜨려야 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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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한’ FTA 성적표
 

 

칠레와 협정 맺은지 7년, 89억달러 무역적자 누적
EU와도 17년만에 첫 적자, 정부 장밋빛 전망 빗나가

 

 

 

» 한-칠레 FTA 무역수지 개선 효과/한-EU FTA 무역수지 개선 효과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맨 먼저 내세우는 건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어나고, 일자리도 35만1000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가 맺은 한-칠레 및 한-유럽연합(EU) 협정의 실제 성적표는 정부가 애초에 내건 전망과 크게 달랐다.

 

 

2004년 한-칠레 협정 발효 당시 정부는 “무역수지는 3억2000만달러 개선되고, 국내총생산은 0.005% 늘어, 연간 7억100만달러의 후생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발효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교역에서 해마다 1억~3억달러의 적자를 봐왔다. 따라서 정부 전망대로라면 지금쯤 대칠레 무역수지는 상당한 폭의 흑자를 내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동안 쌓인 누적적자만 89억달러이고,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22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정부는 대칠레 무역수지 적자가 되레 확대된 배경으로 원료인 구리 제품의 가격 상승과 수입 증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구리는 이전에도 수입을 계속 해왔던 것인데, 7년간 내리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협정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발효 첫 달인 지난 7월 우리나라는 유럽연합과의 교역에서 1억9900만달러 적자를 봤다.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1997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8월 들어 무역수지는 94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지만, 발효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무역수지가 1억5100만달러만큼 더 악화됐다. 해마다 3억61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이 다시 빗나간 셈이다.

 

유럽자유무역연합(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 맺은 협정의 성적표도 참담하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7억, 4억달러 수준이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협정 발효 직후인 2007년엔 24억달러로 불어났다. 2010년까지 4년 동안 누적 적자는 88억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우리 수출품 생산을 위해 유럽자유무역연합에서 주로 부품 및 기계류를 활용해야 하는 무역구조에 기인한다”는 핑계를 뒤늦게 대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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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민심 “살고 싶어 나왔다”
 

 

시민 1만여명 23일 서울 도심 ‘FTA 날치기’ 항의 집회
경찰 칼바람에도 물대포 대응, 14명 연행

 

 

 

» ‘한미FTA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 신소영 기자
온 몸이 물에 젖은 이연(21·대학생) 씨는 밤 9시께 서울광장 인도 한켠에 오들오들 떨며 서 있었다. 손에는 ‘한미 FTA 저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씨 앞에는 경찰들이 시민들의 도로진출을 막으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고 그는 이 모습을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침 불어온 매서운 바람이 이씨의 젖은 머리칼 사이를 파고 들었다. 그는 “살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어머니와 제가 모두 비형 간염 환자입니다. 매년 간염의 진행상황을 살펴봐야 해서 혈관조영제 주사를 맞고 검사를 받아요. 지금은 40만원이 드는 검사예요.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통과하면 약값이 엄청나게 뛸 수 있다고 들었어요.

미국에서는 혈관조영제 주사가 540만원이라고 해요. 어머니와 저 둘이 주사를 맞으면 매년 천만원 넘는 돈이 들어요. 우리 집에서 감당할 수 없는 돈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살고 싶어서 나왔어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된 이틀째인 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1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5000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22일 서울 중구 명동일대에 3천여명이 쏟아져 나왔던 것에 비해 3배 가량 인원이 불었다. 집회장소로 활용된 광장부지는 사람으로 꽉 차 움직일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 협정의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편입준비생 김아무개(23)씨는 “정부가 잘못된 협상을 해왔다”며 “2006년 에콰도르 국민들이 힘을 모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무산시켰듯이 우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을 폐기시키자”고 주장했다.

 

이날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멤버들이 집회장을 찾아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무대에 올라 “FTA 통과를 막지 못한 정당에 속해 있는 정치인이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심판의 칼을 꽂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 의원에게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외쳤다.

 

» ‘한미FTA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수술을 받으려고 22일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한 시민도 무대에 올라 “나는 여기에 증인으로 왔다. 미국에서는 8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는데 구급차 비용만 1800불이 나왔고, 응급실에서 수술 받는데 4만8천불을 내라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에 오는 비행기값은 1100불이었다”며 “여러분들도 이렇게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시민들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정당연설회’ 형식을 빌려 마련된 이날 집회가 밤 9시에 끝나자 일부 시민들은 프레지던트 호텔 옆 왕복 6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명동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살수차 네 대를 동원해 시민들의 행진을 막았다. 경찰은 조금의 기다림도 없이 밤 9시 5분께부터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경찰차량을 에워싸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할 때 물대포를 쏘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초기 진압이 작전 목표인 듯 보였다.

 

영하의 날씨 속에 경찰의 물대포에 정면으로 맞은 몇몇 시민들은 바닥에 고꾸라지거나 추위에 떨었다. 물에 흠뻑 젖은 옷은 스며든 물이 얼면서 금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시민들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쉬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절박한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아무개(25·대학생)씨는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이 좋은 말로 해봤자 국회와 정부가 수용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20·대학생)씨는 “을사조약과 강화도조약 같은 굴욕적인 조약을 21세기 들어 다시 맺은 것 같다. 미국의 부자들이 한국의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해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 한미FTA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날 집회에는 인터넷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해오다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20대 대학생과 30-40대 직장인들이 주를 이뤘다.

“태어나서 처음 집회에 나와봤다”고 자신을 설명한 한 대학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뭔지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조약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정치인들의 행태에 화가 나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500여명의 시민들은 밤 10시 30분께까지 명동 등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이어가다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14명의 시민들을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연행했다. 명동 밀리오레 인근에서 길을 막고 선 경찰에 항의하던 시민 1명을 연행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4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 한다고 밝혔다.

 

 

 

글· 허재현 기자, 영상 정주용 피디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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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는 떠나간 기차가 아니다
   낭떠러지 치닫기 전 언제든 내려야
 

 

한-미 FTA,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공공성 강화·정책공간 확보라는 세계 흐름 역행하는 한-미 FTA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야 할 때

대통령은 비준절차 중단하고 왜 반대하는지 귀 기울이기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떠나간 기차가 아니다. 우리는 눈물 흘리며 손수건 흔드는 배웅객이 아니라 기차에 타고 있는 여행자다. 애초에 타지 말았어야 할 기차지만 얼결에 올라탔으니 최선을 다해서 기차가 탈선하지 않도록 하고 낭떠러지에 이르기 전에 내려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모든 협정은 국회를 통과한 뒤에 대통령이 준수에 관한 서한을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 통과되자마자 좋아라 편지를 부친 게 아니라면 단 한번만이라도 왜 국민이 반대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나라당은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과 함께, 이 협정과 어긋나는, 이른바 비합치 법률 14개를 통과시켰다. 앞으로도 더 많은 법률과 조례가 개정될 것이다. 통과된 법률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법이 개폐될 것인지 조사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

 

예컨대 국회 끝장토론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 농산물로 급식을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과거 대법원에 우리 농산물 급식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제시해서 수많은 조례를 개정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부처의 수장이 말을 바꾼 것이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했던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로 이렇다. 우리가 따지면 따질수록 공무원들이 지레 겁먹고 정책을 포기하는 일이 줄어든다. 유통법-상생법이 바로 좋은 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토론에서 나는 정부가 암에 대해서 100%를 보장하면, 즉 암 치료비를 한푼도 내지 않도록 하면 투자자-국가 중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 당연히 에이아이지(AIG) 암보험을 해지할 것이고 이른바 최소기준대우(국제관습법상 과도한 정책인가, 아닌가)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는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장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이상으로 올리자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주장과 달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고치도록 압박해야 한다.

 

셋째,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 민영화와 규제완화다. 사실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분야였다. ‘경쟁적 자유화’라는 미국 에프티에이의 전략을 창시한 로버트 졸릭(현 세계은행 총재)이 공언한 대로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규제완화야말로 미국 에프티에이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6년 협상 과정에서 이 분야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흘러나오지 않아 자못 의아했는데, 그 비밀은 우리 스스로 민영화를 추진한 데 있었다. 우리 협상단은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민영화 법안들, 예컨대 자본시장통합법, 병원 영리법인화, 약사법 개정 등을 제시하고 협정문에 명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래유보에 들어 있는 분야들, 예컨대 전기, 철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과 건강보험을 재벌들의 바람대로 자발적으로 민영화하고 그 부분에 미국 투자자가 들어오면 그다음부터는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

영국은 철도를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에 민영화했다가 대형사고가 빈발하자 시설부문을 다시 국유화했다.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컨대 코레일 민영화 이후 일부 주식을 미국인이 사들이면(재벌들은 분명히 미국인 투자자를 끼워넣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 재국유화는 100% 투자자-국가 중재의 대상이 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자발적 민영화를 감시하고 막아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가 일어나면 한-미 에프티에이뿐 아니라 한-유럽연합(EU) 에프티에이 등 다른 모든 에프티에이도 동시에 작동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를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협정을 이용해서 투자자-국가 중재를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최혜국 대우’(앞으로 어떤 나라에 지금 수준보다 더 많이 개방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에도 똑같은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라는 세계 최초의 조항도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잠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앞으로 빈발할 크고 작은 금융위기에 대해서 정부의 긴급조처를 무력화할 것이다. 2001년 금융위기 이후 아르헨티나가 취한 긴급조처를 두고는 2009년까지 무려 47건의 투자자-국가 중재가 제기됐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외국인 채권구입 면세 환원 조처도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 상태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인 파생상품도 무제한 들어올 것이다. 협정문상 건전성 사유로 규제할 수 있지만 사전에 그런 위험성을 증명할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소비자가 수익이 높다는 데 현혹되어 ‘파워인컴펀드’와 같은 파생상품을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시장만능주의라는 구시대 이데올로기의 완결판이다. 투자자의 재산권을 인권과 생명권보다 우선시하는 협정이다.

이제 전세계는 공공성 강화와 정책공간 확보로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월가의 힘이 강해서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주요 20개국(G20)의 의제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그 폐해를 최소화하고, 때를 기다려 낭떠러지로 향하는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

 

끝난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 시즌1’이고 이제 ‘한-미 에프티에이 시즌2’가 시작되었다.

 

신발끈을 고쳐 매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 자연과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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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악령의 쿠데타 

 

자유로운 시장은 ‘착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신자유주의적 환상

 

 

 

 

»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다섯 번째.

 

18대 국회에서 수행된 날치기의 횟수다.

언론 관련법, 4대강 사업 예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 등, 헤아려보니 하나하나가 난감한 사안들이다.

 

10년을 숙의해도 여간해서는 합의되기 어려운 사안들을, 무수한 협의를 통해 양보하고 절충해야 가능한 것들을, 그나마 운 좋게도 주변 조건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합의될까 말까 한 사안들을, 엠비 정권은 불과 몇년 만에 다섯 번이나 원안을 고수하며 통과시켰다.

 

날치기로 인한 국회 파행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하나하나의 사안들은 시민사회의 삶의 양식을 심하게 훼손시킬 우려가 충분한 것들이다. 더욱이 그 각각은 파행적 부작용이 미치는 시공간의 범위가 폭넓다.

하여 반대 견해들과 충분한 숙의를 거치며 조정을 거듭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단박에, 불과 몇분 만에 결정해버렸다. 다섯 번이나.

 

 

한데 이 모든 날치기 가운데 최고는 단연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다.

그로 인한 파급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우려가 충분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참여정부 때도 이 협정은 국내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가 빗발쳤다. 특히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는 비경제적인 수단을 무력화시킨다는 우려가 논란의 핵이었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관련 사안들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으니, 그런 정도의 피해는 거둔 실익에 비해 적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엠비 정부는 미국의 재협상 압력에 굴복하여 그 실익을 상당 부분 양도했다.

그래도 두 정부의 주장은 한결같다. 시장의 성공이 그 피해들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단다.

 

물론 그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논란을 잠재우고자 현 정부는 이른바 국회 끝장토론을 수행했고 생중계까지 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원안대로 고수해야 하는 전제조건에서 수행된 토론이 어떻게 합의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시장의 성공이 충분하다고 봐도 우려가 잠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재벌 기업들은 최근 단기간에 가장 비약적으로 성공한 이들에 속하지만 그 성공은 사회에 호혜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독과점 현상만 심화시켰다.

심지어는 자기 식구에 대해서도 보호하려는 일말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노동의 비정규직화를 무차별적으로 추진했고, 결국 값싼 노동력을 과도한 노동 강도로 사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자본 무단통치 사회다.

 

하여 우리 모두는 안다. 기업의 성공이 시민 개개인의 성공이 아닐뿐더러 심지어 위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한-미 에프티에이가 거둘 것이라는 직접적인 성공의 가능성은 거의 전적으로 대기업들에 치우쳐 있다. 그들은 그 성공으로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장악할 것이고, 자기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들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다른 압박이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미 에프티에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의 자본으로 국가가 더 발전하고 시민사회가 더 풍요로워질 기회를 줄 거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하여 그들에게 국내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주었다.

자유로운 시장은 ‘착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신자유주의적 환상의 결과겠다. 하지만 1998년 이른바 구제금융(IMF) 재앙을 거치면서 무차별하게 유입시킨 외국 자본은 그야말로 쓰레기들 같은 관행을 보였다.

 

시장은, 사회적·국가적 제약이 없을 때, 더 악독한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창출한다. 결국 이번 날치기는 신자유주의 악령의 쿠데타였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수단은 별로 없다.

신자유주의의 꼭두각시인 이 정권이 붕괴되고, 차기 정부는 어떤 피해를 보더라도 이 비준을 무효화하거나 재협상하는 것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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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정치권, 민심의 풍랑 위에 서다
 

 

 

»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우리 정치구도를 언제까지 이대로 두고 봐야 하나.

 

엊그제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지금 같은 정치구도가 지속되면 민주주의는 계속 후퇴하고, 경제·안보 주권은 미국에 떠넘긴 채 1%만을 위한 사회·경제 정책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런 정치구도의 맨 꼭대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특유의 불도저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협정문에 있는 수많은 독소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하며 일점일획도 고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들어주면서 국내의 간절한 목소리는 철저히 묵살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무려 22조원을 쏟아부어 4대강 사업을 2년여 만에 뚝딱 해치워버렸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의 합리적인 비판에도 아예 귀를 닫았다. 오히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을 아전인수 식으로 끌어들여 4대강 사업을 자화자찬했다. 이제는 4대강 사업 경험을 해외에까지 수출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다른 분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우려되는 게 남북관계다.

이미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면 이를 복원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대미 편향 외교를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다. 아마 임기 마지막 날까지 변함없이 ‘소신껏’ 일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더 이상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견제가 필요한 까닭이다.

내곡동 사저 문제로 이미 범법자 낙인이 찍혔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탄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야당의 견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국민의 힘밖에 없다.

 

 

한나라당도 이번에 그 실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은 않겠다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정당이 아니라 권력자와 소수 기득권 집단의 대변자임을 자인한 셈이다.

이제 그들이 아무리 쇄신을 얘기하고 대화를 한다고 해도 누가 믿겠는가.

 

그동안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국정운영가능하도록 충실히 뒷받침했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한다는 홍준표 대표는 이 대통령이 하라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역할을 자임했다. 예산 의총을 한다며 의원들을 모두 모이도록 한 뒤 전격적으로 본회의장으로 몰아넣고 날치기를 강행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전술적으로는 완벽한 작전이었는지 모르지만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정도는 아니다.

 

협상파와 쇄신파의 행동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협상파 의원들은 날치기에 동참했다. 쇄신이나 대화를 외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당명에 따라 거수기로 돌아가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공자는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녹봉을 받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쇄신파들이 조금이라도 그런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차라리 한나라당을 떠나는 게 낫다.

 


날치기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명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에프티에이 무효화 투쟁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존속할 가치를 이미 잃었다.

야권통합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야당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번 에프티에이 비준안 날치기는 기존 정치구도의 정당성은 물론, 생산성과 생명력마저 상실됐음을 보여준 전환기적인 사건이다. 정치권이 이를 계기로 자성하고 새판을 짜지 못한다면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강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민심이란 풍랑은 이미 저 깊은 곳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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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

 FTA로 끝 아니다. '자발적 민영화' 반대해야

 

태초에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15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 중 한미 FTA 출생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한미 FTA는 한번 생명을 얻으면, 쉬지 않고 거듭 탄생한다.

한미 FTA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증거는, 한나라당이 한미 FTA 날치기에 곧이어 날치기한 14개 법률 총 37개 조항이다. 이 법률들은 오로지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끌려 나와 도매금으로 고쳐졌다. 그 안에는 한국의 우체국은 앞으로 새로운 보험 종류를 취급할 수 없다는 조항도 있다.(우체국 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

도대체 왜 우체국은 새로운 보험을 취급해서는 안 될까?

미국의 영리병원을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미국 민간 의료 보험영업을 위해서다.

위 14개 법률의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더 고쳐야 할 법령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약값을 올릴 독소 조항인,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를 실제로 보장할 조항, 의료보험 약값 책정에 저항하는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이런 것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한미 FTA는 끝없이 탄생한다. 쌀, 쇠고기 광우병 검역 등은 아직 분만 대기실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 FTA 자체가 탐욕의 무한 팽창을 위한 재생산 장치를 가지고 있으니, '관세 철폐의 가속화'를 위한 협의 의무가 이미 규정되어 있다(2.3조).

중국 봉쇄 'TPP' 가입 강요

위대한 탄생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탐욕은 한미 FTA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을 봉쇄하는 환태평양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 자체가 이미 미국의 'TPP' 전략의 디딤돌이다. 미국과 FTA를 하면서 'TPP'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이 TPP에 가입해서 일본과 FTA를 하면 한국의 무역 흑자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은 미국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서는 원대한 외교 통상 전략을 가지고서 한미 FTA를 날치기한 것인가?

어제 한미 FTA 환영 성명발표대기업 중에서 중국 시장을 잃고 연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한미 FTA 불복종 운동

한미 FTA의 비극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팽창하는 탐욕에 있다. 탐욕을 정화시켜 줄 시민 불복종 운동이 필요하다. 이른바 14개 이행법안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왜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14개 이행법 37개 조항은 시민과 소농의 공공복리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 보장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왜 식약청이 의약품을 허가할 때, 안정성과 유효성 외에 특허까지 판단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을 만드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도대체 왜 건강보험료 약값 책정에서 보험공단이 배제되어야 하는가? 물건의 값을 정하는 절차에서 물건을 살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골목 상권과 재래 시장을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집회 참여자들이 경찰이 쏜 물포를 맞으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

무엇보다도 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우체국, 공항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는 한미 FTA의 치명적 독을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게 하는 모세혈관이다. 외국 자본이 공공부분을 장악하는 것이 민영화다. 한미 FTA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과 체결한 민영화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도 투자자 국제 중재(ISD)에 회부되도록 했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은 한미 FTA의 탐욕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한미 FTA 시민 감시 운동

그리고 시민과 소농은 한미 FTA 자체를 감시해야 한다. 당장 한미 FTA 발효 과정부터 감시해야 한다. '이행법'이라는 명목으로 14개 법률 37개 조항을 날치기한 한국이다. 그런 한국은 과연 미국에 미국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 법령을 파악하고 있는가?

시민과 소농은 감시해야 한다. 누가 투자자 국가 중재권(ISD)으로 한국의 공공정책에 도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끊임없이 한미 FTA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의 최고 집행기관인 '공동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것으로 재구성될 것

나는 결국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수준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끝은 사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과 대중의 끊임없는 참여와 각성의 성취물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 '한방'으로 한미 FTA가 폐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농어촌 특별세와 지역 식품체계

원래 3회차인 이 글은 우리 농업의 대안을 토론하는 글이 되어야 했다. 한미 FTA 날치기 때문에 간략한 내용으로 대신한다. 매년 4조 원이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포함해서,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소농을 탈락시키고 대농을 집중 지원하는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는 지난 20년 간 실패했다. 아무리 한국 대농의 경작 면적을 늘려 주더라도 미국과 호주의 대농과 규모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는 한, 대농조차 농사를 지어 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4조 원인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대농 집중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지탱하는 '식품체계'를 위해 써야 한다. 식품체계란 소농이 소농으로 고립 단절되지 않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틀이다. 지금 농촌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지역의 교육기관 그리고 복지 시설의 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서울과 대도시 학교 급식도 연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소농과 연계된 식품체계의 싹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소농 역량이 해체되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기초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소농 지역 사회가 해제되면 WTO가 인정하는 식량 안보는 불가능하다. 모순된 WTO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소농이 어떤 방식으로 협동체를 결성하여 활동할 것인가를 소농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 협동체의 활동은 독점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농들이 살아남아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어야만, 지역의 농지와 물과 같은 지역 자원을 돌보고 통제할 수 있다. 농지를 모텔이나 아파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에,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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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FTA 반대로 '뻥파업' 결의하지 말자고?"

 "내년 총선이 아니라 지금 싸워야 한다"

 

 
미국한국재벌부자들을 위한 협정, 한미 FTA가 날치기로 통과됐다. 날치기 범죄를 벌인 한나라당은 주도면밀했고, 야당은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지리멸렬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체념에 빠져있을 때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쳤다. 트윗과 SNS로 날치기 소식을 전해들은 5000여 명이 서울 도로를 '점령'해 물대포에 맞서 싸웠고,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저항이 시작됐다.

내년 총선까지 기다려 낙선운동?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19대 국회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했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날치기에 동참한 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키기 위한 전면적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분노한 시민들에게 내년 4월 총선까지 참고 기다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을 찍으면 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비준 무효와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한다.

▲ 22일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한미FTA 비준 동의안 국회 통과 규탄 집회' ⓒ프레시안(허환주)

전경련과 경총 등 자본가 단체들이 날치기 통과 즉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한미 FTA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자 서민을 고통의 벼랑으로 떨어뜨리는 한미 FTA를 막아내겠다는 것이 야권 연합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싸워야 한다.

2009년 7월 23일 미디어악법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국민들께서 저에게 부여해 주신 헌법기관으로서의 권능을 국민 여러분들께 반납하고자 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투쟁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조승수 무소속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에게 국회의원 총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장외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미 FTA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구속을 각오한 싸움을 해야 한다. 한미 FTA를 추진한 민주당, 국민참여당에 그 원죄를 갚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싸우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원 의원직 사퇴 무기한 장외투쟁으로

1996년 12월 26일 새벽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맞서 당시 민주노총은 3개월 동안 총파업을 벌였고, 법안을 철회시켰다.

2006년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는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악법에 맞서 금속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은 10여 차례의 정치 총파업을 벌였다. 그 해 11월 30일 본회의에서 악법이 통과되자, 노동자들은 12월 1일 4시간 파업을 벌인 후 국회 앞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싸웠다.

2007년 4월 금속노조는 노무현 정권의 한미 FTA 협상에 맞서 6월말 일주일간의 총파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 당시 정갑득 위원장이 반대했지만, 대의원들은 허세욱 열사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다며 파업을 가결시켰다.

당시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해 자동차산업에 유리하다며 "굴러들어온 밥상을 걷어찬다"고 비난했지만, 금속노조는 "독이 든 밥상을 받을 수 없다"며 현대차 기아차 등 12만 명이 파업을 성사시켰다. 파업에 대한 탄압으로 금속노조 20여명의 지도부가 감옥을 가야 했다.

한미 FTA를 막기 위한 투쟁에 노동운동은?

2007년 6월 금속노조 총파업 이후 2011년 11월 22일 국회 날치기 처리 때까지 4년 동안 노동운동은 한미 FTA를 막아내기 위해 조직의 힘을 쏟지 않았다. 한미 FTA를 막기 위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차원의 잔업, 특근거부는 논의조차 된 적이 없었고, 그 흔한 전 간부 결의대회도 없었다.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되던 22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안건에는 한미 FTA와 관련된 논의가 전혀 없었고, 2012년 사업계획에는 국제사업에 올라와있는 "FTA WTO 대응"이라는 글자가 전부였다.

"현대, 기아차, 철도노조 등 주요 노조에서 파업을 할 수 있느냐? 괜히 '뻥파업'을 결의하지 말자."

그동안 민주노총의 수많은 회의에서 얘기된 내용이다. 물론 파업을 만들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체념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 끝났다고, 노동조합 사업계획이나 논의하자고 한다면, 노동운동이 아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008년 5월2일 청계천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6월10일 100만 촛불항쟁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미국산쇠고기 운행 거부를 선언하며 파업을 벌였고,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6월9일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이 150일이 넘도록 85호 크레인에서 외롭게 농성하고 있을 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무기력했지만 시민들과 '날라리 외부세력'이 모여 1차 희망버스를 성공시켰다.

노동자 시민들의 분노와 열정은 7월11일 10배가 넘는 193대의 2차 희망버스, 7월30일 휴가기간을 정면 돌파한 3차 희망버스로 이어졌고, 결국 성과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열정과 역동성을 믿고 싸운다면 불가능한 요구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 왔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긴급 회의를 열고, 금속노조는 24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와 12월 5일 대의원대회에서 한미 FTA를 무효화시키고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FTA는 1500만 노동자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박점규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