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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쓰나미가 온다] ② 위기의 공공서비스
한전 40%·가스공 30%까지 외국자본 허용 정부·지자체 공공위한 요금정책 위협받아 철도 보조금·지하철 가격 인하도 무력화 제주·경제자유구역선 영리병원 제재 못해
지난 9월15일 유례없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서고 공장이 멎는가 하면, 병원에서는 응급 환자의 수술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전력의 수요 예측과 공급을 책임지는 전력거래소는 늦더위에 이상고온으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력산업의 발전 부문을 매각하려고 2001년 4월 화력 부문을 5개로 쪼갰고, 경쟁 관계로 바뀌다 보니 보령·삼천포·하동 화력발전소에 각각 문제가 생겼다는 정보를 서로가 공유하지 못했다. 결국 민영화를 위한 분할·경쟁 체제가 유기적인 대처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1월1일에 발효되면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한-미 협정이 한국전력공사 지분의 40%, 발전설비 부문 용량의 30%까지 외국인 소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력발전 5개사의 개별 설비용량은 10.1~11.7%에 그쳐 외국인 투자자가 30% 한도 안에서 2~3개의 발전회사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전기요금과 직결된 배전·판매 부문도 지분의 50%까지 외국인 투자가 허용돼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가스요금 인상을 거부했다가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가스산업도 이미 소매 부문은 완전 민영화된 상황이라 안심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1983년부터 도시가스 도매 부문은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고 있지만 소매 부문은 민간 사업자 33곳이 전국을 분할해 민간 독점으로 운영해왔다. 미국 자본이 참여한 지에스(GS)칼텍스 등도 민간 사업자로 참여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결정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인구 규모나 배관망에 따라 차별적으로 매겨진다. 수도권 등 인구밀집지역은 보급률이 높아 싼 요금을 내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보급률이 낮아 비싼 요금을 내는 식이다. 지난달 10일 현재 서울의 기본요금(주택용)은 ㎡당 840원이지만, 강원 춘천시는 950원에 이른다. 이러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지자체의 구실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지자체의 요금조정 정책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한-미 협정의 제16장(경쟁)을 보면, 민영 지정독점기업은 요금을 ‘오로지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만’ 매기도록 원칙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일부 도매 부문을 민영화하고 외국인 지분을 30%까지 허용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우석균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은 “한-미 협정이 발효돼 도시가스 도·소매 산업에 외국자본이 진출하게 되면 현재와 같은 요금체계나 도시가스의 지방확대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산업에 도입된 공공서비스 의무보조금(PSO)도 논란거리다. 의무보조금은 철도가 수송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면 정부가 이를 보상하는 제도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에 적용돼 철도 이용자는 대략 40% 정도의 요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한-미 협정에 따라 2005년 7월1일 이후 건설·운영되는 노선에 외국자본이 진출하면 이 제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자투자 지하철이 이미 존재하는 탓에 원가 이하로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대전·대구·부산 지하철도 낮은 요금을 계속 부과하면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외국 투자자에게 제소당할 수 있다.
미국이 투자한 영리병원이 제주와 경제자유구역 6곳에 일단 허용되면 의료비 과다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도 거액의 보상금을 주지 않는 한 정부가 정책을 맘대로 철회하지 못한다. 미국 의료계는 “한-미 협정으로 미국 의료기관과 실무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됐고 한국의 입법자들이나 행정가들이 국내법을 변경해 미국의 이익을 제거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외국자본의 힘은 완전 민영화된 케이티(KT)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외국인 지분이 49%에 이르는 케이티는 통신비 인하나 설비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막대한 이익을 외국인 배당으로 나눠주고 있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위원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공유화인데 한-미 협정의 역진방지조항에 걸려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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