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엔 “신원 공개”…유럽선 “개인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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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상대국에 제공하도록 하지만, 유럽에서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보다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한다는 판결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협정 제18.10조(지적재산권집행)를 보면, “당사국은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 혐의자 확인 정보를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도록 행정·사법절차를 수립한다”고 돼 있다. 이는 미국의 저작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예를 들면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불법으로 인터넷에 올린(업로드) 이용자를 발견한 경우, 인터넷 포털 등 서비스 제공자에게 그 침해자의 신상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한-미 협정 검토보고서에서 “국민적 논의나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한 적정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미국 쪽 요구를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럽의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는 최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지라도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벨기에의 음악저작권업체 사밤(SAVAM)이 인터넷 사업자 ‘스칼렛 익스텐디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스칼렛이 음악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조처를 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사밤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음악 파일을 주고 받는 파일공유사이트(P2P)를 운영하는 스칼렛이 필터링(filtering)을 적용해 저작권 침해를 차단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음악 불법 다운로드가 유럽연합(EU)이 보장하는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필터링 장치를 설치할 경우 인터넷 이용자 개인의 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스카렛의 손을 들어줬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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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조항 인터넷 족쇄로
검색사업에 복제물 활용해온 네이버·다음등 포털 안심못해 미국 기업 민사소송 남발 우려
미국의 지적 재산권 제도를 거의 그대로 수용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인터넷 업계와 사용자들은 불안에 떨게 됐다.
하루아침에 사이트가 폐쇄되거나 불법복제 혐의로 피소돼 형사처벌과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내야할 수 있다.
한-미 협정의 불법복제 관련 부속서한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이트만이 아니라 저작물의 무단 복제,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폐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남희섭 변리사는 27일 “부속서한에서 거명한 웹하드나 파일공유사이트(P2P) 말고도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내 포털은 한동안 사업자 또는 사용자에 의한 불법 복제를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구축해왔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검색 사업에 활용해왔다.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문답형 정보 서비스가 대표적이고, 기사나 사진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그대로 전재해놓은 블로그나 카페는 부지기수다. 한 포털 관계자는 “대응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으며, 달라진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공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미 협정과 함께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일시적 저장’을 명확하게 ‘복제’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인터넷 서비스는 하나의 파일을 잘게 쪼개서 이동시키기 때문에 콘텐츠를 매끄럽게 보기 위해서는 버퍼링이나 캐시와 같은 ‘일시적 저장’ 기술이 쓰여왔다. 정보를 사용자 피시(PC)에 영구 저장하지 않고,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지워지는 임시메모리(RAM)에 정보를 담아두는 기술이다.
‘컴퓨터에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예외를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일시적 저장’이 복제로 규정되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위태로워졌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음악, 영화, 게임 등 디지털 저작물을 소유하지 않고 일회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폭넓게 허용돼 왔다. 하지만 법이 발효하는 내년부터는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규정돼, 저작권자의 통제 아래 들어간다.
또한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 소송 대상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형사처벌 대상을 ‘영리를 위하여(and) 상습적인’ 경우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or) 상습적인 경우’로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영리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반복적인 저작권 침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정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것도 문제다. 저작권자가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고, 침해 사실만 입증하면 법원이 적정한 배상액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앞세운 미국 기업들의 민사소송 남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또한 민법의 실손해 배상 원리와도 충돌한다. 실제 손해를 입증할 필요없이 저작물당 1000만원, 영리 목적의 침해일 경우 5000만원의 법정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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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에 경고그림 FTA로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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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계류중인 금연정책들 호주처럼 소송 휘말릴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정부가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거나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는 데 큰 제약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27일 제기됐다.
현행 규제 이외에 추가 유보 조항이 없어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 경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협정 내용을 보면, 수입 담배에 부과되는 관세 40%는 15년간 균등 철폐되지만 지정소매점(거리 최소 50m) 제도와 우편판매 및 전자거래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권고하는 추가 정책을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4%)을 웃돌고,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뱃갑 포장 규제와 공공장소 금연을 권고하지만, 한-미 협정은 이러한 내용을 유보하지 않아 흡연 경고 그림을 넣거나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면 투자자-국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고 ‘순한 맛’이라는 표기를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2001년 2월 담뱃갑에 ‘순한 맛’ 표기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미국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이라고 반발해 이를 철회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가 담뱃갑에서 회사 로고를 빼고 글씨·색깔을 통일하도록 하는 ‘담배광고제한법’을 내년 12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히자, 필립 모리스가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라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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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밀물’ 예고편에 중소PP들 “빈 곳간마저 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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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쓰나미가 온다 ④ 입지 좁아진 방송·애니·영화
외국인 일반채널 투자한도 49%→100% 디즈니·폭스채널 등 한국 진출 본격화 ‘정부 지원조차 소송감 될라’ 불안감도
“가뜩이나 없는 집 곳간에서 더 빼앗아가는 격이죠.”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대표는 자조섞인 한숨을 뱉었다. 요즘 1억여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30분 짜리 애니메이션 방송 납품가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950여만원,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채널은 250만원 안팎, 어린이용 케이블채널은 100만원대다. 과거엔 방송사가 방송용 애니메이션의 일부 제작비를 지원했지만, 이젠 헐값 구입만 한다.
“제작하는 순간 손해보는 구조”라는 애니메이션 업계는 더 곤궁해질 상황을 걱정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케이블·위성채널 의무편성비율이 줄어드는 등, 방송시장 개방 후폭풍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방송에 싼 값으로라도 판매할 ‘몫’마저 쪼그라들 처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방송시장 빗장이 풀리면서 미국 등 외국 프로그램이 밀려 들어와 중소 규모 콘텐츠 제작사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미국산 콘텐츠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방송시장 어떻게 열리나
협정 발효시점부터 3년이 지난 뒤, 외국인에게 보도·종합편성·홈쇼핑 채널을 뺀 일반 채널에 대한 간접 투자가 49%에서 100% 허용된다. 디즈니·폭스채널 등의 미국 유력 방송사업자들이 한국법인을 통해 본격 진출할 길이 열린다.
케이블·위성채널에서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비율은 35%→30%, 한국영화는 25%→20%로 낮아진다. 한 국가의 수입물로 편성을 채울 수 있는 최대 비율도 60%→80%로 높아진다. 케이블채널에서 미국 프로그램이 더 넘쳐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011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피피)들의 미국 프로그램 수입가는 8701만달러(약1000억원). 국내 프로그램의 미국 수출액은 79만달러에 그친다.
■ 시름 깊은 중소 제작사
케이블채널에서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는 중소 피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개국을 앞둔 종편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방송시장 개방으로 ‘미·드’(미국 드라마) ‘디즈니 애니’등이 더 거센 파고로 덮칠 경우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박성호 개별피피발전연합회장은 “중소 피피들도 좋은 콘텐츠를 위해 공동 투자, 공동제작 등을 모색 중”이라며 “정부도 개별피피 보호조항의 현실화와 제작기금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발전기금을 통한 제작비 지원이 지상파에 쏠려 있어 중소피피나 독립제작사로 오는 것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상실감도 크다.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는 “방송 납품 단가 현실화 방안, 외국 작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책 보강 없이 비준안이 통과된 데 배반감도 느낀다”고 했다. 애니 업계는 새 출범하는 종편과 케이블채널에서도 재방송으로 의무편성비율을 채우는 편법이 아닌, 신규 애니메이션을 일정 수준 내보내는 ‘방송총량제 도입’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과 애니메이션진흥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바라고 있다.
협정 선결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한 스크린쿼터(자국영화를 일정 기일 이상 의무상영하는 제도) 축소(146일→73일)가 2006년 이뤄진 뒤,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상승세 둔화, 제작 양극화 등을 겪은 영화계도 2차 판권시장의 축소피해가 불가피하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케이블·위성채널에서 국내 영화 편성비율이 5% 낮아짐에 따라, 영화계에 연평균 26억원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지원정책도 불공정 소송?
영화계에선 미국이 투자자-국가소송 제도를 통해 애니메이션과 저예산영화 등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의 각종 지원제도가 불공정 거래라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협정문 한글판을 보면, ‘영화진흥정책’이 ‘미래유보’(향후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 규제조처를 도입할 수 있는 분야)로 포함돼 정부가 영화진흥정책을 펼 수 있지만, 영문판엔 ‘영화진흥정책’을 ‘프로모션’(Promotion)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미국이 ‘프로모션’을 진흥·지원정책이라고 포괄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문제를 삼을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부 쪽은 “정부가 한국영화와 애니에 투자 형식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은 협정 위배가 아니며, ‘프로모션’이 (한국영화를 위한) 공공정책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협의됐기 때문에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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