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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필요한 법률안 14건에 어제 서명했다.
이로써 정부는 협정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곧 미국에 절차 완료를 통보한 뒤 새달부터 발효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한다.이제 국내적으로는 에프티에이를 강행한 데 대한 국민적 심판만 남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법률안 서명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협정과 관련해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협정을 강행처리하는 데 대한 국민적 반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들린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더 거세게 저항할 태세다. 당장 야5당은 공동성명을 내어 “주권자의 동의 없이 주권이 강탈당한 현실에 분노한다”며 “대통령 서명에도 그 모든 것은 6개월 뒤 총선 이후 바뀐 국회에서 정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의도대로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협정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국민 의견 수렴과 민주적 합의 절차 없이 협정을 밀어붙인 결과다.
정부가 협정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발효 준비 절차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협정 발효 조건을 규정한 협정문 24장에 따르면, 협정이 발효되려면 두 나라가 똑같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면을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현행 법령에서 협정과 충돌하는 조항이 있는지를 지금까지 제대로 조사해보지 않았다. 야5당이 민간 전문가에게 의뢰해 미국의 현행 법률에서 협정과 충돌하는 조항을 살펴본 결과, 불과 며칠 새 4건이나 파악됐다고 한다. 미국은 아직 협정 이행 준비를 다하지 않은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단지 두 나라 간 상품 교역의 장벽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기업과 금융자본,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우리의 법과 제도를 일거에 바꿔버린다.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외부 충격이다.
국민은 이런 충격을 완화 또는 제거하기 위해 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은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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