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FTA는 기본적으로 미국적 표준 강요한다
미국은 오늘날 가난한 사람들의 지옥이다
개방화 원칙 따라 조만간 공적 보험과 상호부조 체계가 미 보험회사들 이익을 위해 해체 강요당할 가능성도 크다.
내용 잘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용서할 수 없는 중죄 저지른 것, 몰랐다면 그 무지와 만용은 경악할 만한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 참가 문제를 놓고 논쟁이 분분하다. 이 협정은 만약 일본이 참가하게 된다면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가능성이 큰 통상조약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좋은 참조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미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무엇을 얻고 잃을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논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는 것은 망국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대표적인 논객은 통상관료 출신으로 현재 교토대학 경제학부 교수인 나카노 다케시이다. 그의 논점은 명쾌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에만 일방적인 이익을 줄 뿐, 한국에는 ‘극도로 불리한’ 통상조약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산 공업제품에 대한 미국 쪽의 관세는 이미 충분히 낮고, 따라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관세철폐가 한국 쪽에 주는 이득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임을 지적한다.
이처럼 무의미한 관세철폐의 대가로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 대통령이 미국의 국빈으로 초대되어 성대한 환영을 받은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카노 교수의 결론이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정말 무서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무역자유화 협정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 통상조약은 기본적으로 ‘미국적 표준’을 강요함으로써 한국 사회 고유의 가치와 풍습과 제도, 헌법적 가치를 근원적으로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정부와 어용언론은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오늘날 미국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지옥이다. 예를 들어, 비싼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4500만 인구 중에는 기본적 치과치료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펜치를 가지고 상한 치아를 제 손으로 빼야 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이게 초강대국 미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규정한 시장개방화 원칙에 따라 조만간 한국의 공적 보험과 상호부조 체계가 미국 보험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해체를 강요당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 법무, 특허, 회계, 전력, 가스, 수도, 택배, 전기통신, 건설, 유통, 고등교육, 의료기기, 항공수송 등 다양한 분야도 장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래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할 때 내세운 주요 명분은 미국식 ‘선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하여 거의 대부분 비교열위에 있는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전면적 붕괴라는 참혹한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조항의 수용이다. 이것은 투자자의 이익 때문에 자국의 공공질서와 사회적 약자 및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주권 행사를 근원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규정이다.
한국 정부는 이것을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규정이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에 의해 자신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어떠한 규정도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볼 때, 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사실상 한국에만 적용될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 중에서 이 문제를 파악한 사람이 있었을까?
나는 ‘국익’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한국의 정관계 상층부와 기득권 세력이 과연 ‘국익’이 무엇인지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만약 그들이 조약의 내용을 잘 알고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였다면 용서할 수 없는 중죄를 저지른 것이고, 몰랐다면 그 무지와 만용은 실로 경악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국익’이라는 것은 공허한 말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이 조약을 밀어붙인 사람들이 실제로 염두에 둔 것은 한-미 어느 쪽이든 대다수 민중의 이익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인류사회에서 무역은 호혜적 교환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콜럼버스 항해 이후 근현대사에서 무역이란 주로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지금 미국 경제는 바람 앞의 촛불이다. 이것은 대량실업, 양극화, 빈곤, 인권무시를 구조적으로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노선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1%에게 집중된 부를 99%도 고르게 향유할 수 있는, 즉 더욱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기 위한 근본적 전환이 없는 한 미국의 미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미국 자신은 철저히 예외로 하면서 타국에 대하여 완전개방을 강요하는 ‘자유’ 무역의 확대를 통해 활로를 찾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억해야 할 게 있다. 그것은 지난 10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 57명, 반대 130명으로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민주당이 비교적 서민층을 대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그것은 미국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국민경제 전체보다도 특권적인 극소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하게 존재한다는 증거인 것이다.
실제로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미 절망 속에 신음하고 있는 한국의 농업이 사실상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진짜 농민인 가족농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익을 보는 것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는 미국의 기업형 대농, 축산업자, 메이저 곡물회사들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든 한국이든 종래의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조금도 달라질 게 없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을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이제 세계가 석유 및 자원 고갈,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환경파괴로 인해 사실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발틱해운지수’라는 게 있다. 이것은 석탄, 석유, 광석, 곡물 등을 대량으로 운반하는 외항 화물선의 고용상황을 알려주는 세계적 통계수치인데, 수년 후의 무역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는 지표이다. 이 지수는 2008년에 90%나 급감했다가 그 후 잠시 회복한 뒤에는 계속해서 침체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세계경제 상황에 미칠 결정적인 요인은 원유공급 문제이다. 오랫동안 피크오일(원유증산 한계점) 문제를 외면해왔던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마침내 2010년 10월 보고서에서 세계의 원유생산이 2006년에 정점을 지났음을 인정했다. 현대 산업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마디로 값싼 원유에 의존해서 성장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러한 값싼 석유시대가 지나갔다면, 이제 종래와 같은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동안 농사마저도 대부분 석유에 의존했던 생활방식은 지금 획기적인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직후 석유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일시에 사회 전체가 기능마비 상태에 빠지고, 마침내 비참한 대량기아 사태에 직면했던 북한의 상황은 이대로 가면 조만간 석유의존 사회 전체가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산업이 값싼 석유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낭비 및 환경 파괴적 생활방식에 깊게 중독되어 있는 한국 사회가 그 상황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이 엄중한 전망에 비춰볼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란 실로 시대착오적인 생존전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피크오일과 자원-에너지-환경위기라는 사활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진보’를 꾀하는 것은 망념일 뿐이다.
이제 갈수록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자립적인 식량-에너지 생산능력일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적인 활로는 농업 중심의 자급적·협동적 지역공동체 재건에 있다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삶의 원천인 농사를 계속 깔본다면, 그 궁극적인 결과는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폐기되어야 한다.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
|
*******************************************************************************************************
|
한, 1800쪽짜리 조약 - 미, 80쪽짜리 이행법
이렇게 부당한 협정 발효절차 강행할텐가
누구나 행복한 내일을 소망한다. 그리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꾼다. 이것은 시민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것이 없던 때에 청년 시기를 보낼 수 있던 것에 감사한다. 만약 그것이 진작 있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보다 나빠졌을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한-미 협정이 이미 있었다면 1989년의 전국민 건강보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마저 미국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대신 미국식 영리 의료보험과 영리 병원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한국식 ‘그린벨트’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백조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산업이나 제품을 차별 대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청년 세대가 반대하는 협정
한-미 협정은 전혀 다른 세계로 한국을 데리고 간다. 청년 세대가 가장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한-미 협정의 영향은 지금 즉시가 아니라, 5년이나 10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서다. 그러기에 한-미 협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청년 세대들의 뜻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미 협정은 보통의 법률과 달라 국회가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더라도 미국의 동의 없이는 고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특히 청년 세대의 뜻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한 약육강식 도래
굳이 <동아일보>의 여론 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20대와 30대는 한-미 협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출발에서부터 겪는 세대다. 극단적 경쟁에 노출된 그들 앞에는 취업이든 창업이든 열려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강자를 위한 협정인 한-미 협정에 반대한다. 한-미 협정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청년 세대들이 반대하는 한, 그 발효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세대 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다. 발효 대신 청년 세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 미국의 이행법부터 먼저 검증해야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한-미 협정 발효 절차의 불평등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한-미 협정 24장은 한국과 미국이 (발효를 위한) 각자의 법적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할 것을 발효 조건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그 절차로서 국회로부터 1800쪽의 한-미 협정 협정문 자체를 조약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헌법상의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고 80쪽의 한-미 협정 이행법이라는 법률을 따로 제정했다. 문제는 이 이행법이다. 이것은 한-미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가 되지 못한다. 왜 그런가? 한-미 협정은 한국과 미국에 한-미 협정의 조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의무를 줬다(1.3조). 그러나 미국의 이행법은 이와 다르다. 미국 법률에 어긋나는 일체의 한-미 협정 조항은 항상 무효라고 규정한다(102조). 이렇게 되면 한-미 협정은 미국 내에서 기존의 미국 법률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효가 돼 버린다. 이는 매우 부당하다. 한-미 협정의 발효를 위한 법적 절차에 해당하지 못한다.
미국은 자국법령 보호하는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지난달의 국회 끝장토론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 협정과 어긋나는 미국 법률조차 조사를 끝마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협정을 발효하면 안 된다. 지금은 발효보다도 미국의 이행법부터 먼저 검증해야 한다. 한-미 협정과 어긋나는 미국의 법률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 한국 기업의 제소권 박탈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중재제(ISD)를 폐기하지 않겠다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한-미 협정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보호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바로는 미국의 이행법은 한국 기업의 협정 제소권을 박탈한다. 그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도 미국에서 한-미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는 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102조).
이것은 한-미 협정 위반이다. 한-미 협정에서는 한국 기업은 협정 제11장(투자)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하거나 투자자-국가 중재제에 회부할 선택권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행법은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 부당한 결과는 한-미 협정 자체를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이행법 논리에서 시작한다. 법관은 조약이나 법률이 아닌 것에는 구속받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한-미 협정 이행법은 불평등한 발효 조건을 달았다. 한국이 한-미 협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먼저 다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101조). 반면 미국은 이행법 외에 이행을 위한 행정조치를 발효 후 1년 이내에 하면 된다.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한-미 협정 기습 처리에 머물지 않고 곧장 14개 개정 법률을 처리한 것도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한-미 협정 발효 절차는 미국 이행법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아마 한국 정부는 지금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의 개정 작업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아는 시민은 없다. 국회도 모른다. 지난 국회 끝장토론에서 밝혀졌는데, 국회가 정부로부터 보고받은 목록은 ‘잠정’이었다. 그러니까 정부가 국회에 개정 필요 법령 목록을 확정적으로 보고한 적이 없다. 이처럼 발효를 위한 검증 작업은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은 한-미 협정 발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청년 세대가 반대하는 한-미 협정을 발효할 것이 아니라, 먼저 청년 세대와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이행법을 검증하고 그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개정이 필요한 국내 법령 일체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송기호 변호사 khsong@srlaw.co.kr |
'(한미 FTA)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미 FTA 법안 서명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0) | 2011.11.30 |
---|---|
‘FTA’에 대한 유길준과 박규수의 대답 (0) | 2011.11.30 |
애국심만으로는 안 된다 (0) | 2011.11.29 |
에이즈·백혈병 환자들 인도대사관 앞에서 ‘반FTA’ 왜? (0) | 2011.11.29 |
수출 대기업조차 회의하는 FTA 기대효과 (0) | 201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