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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9% 동의에 결정 … MB정부, 군사작전식 속도전

道雨 2012. 3. 9. 12:29

 

 

 

참여정부, 9% 동의에 결정 … MB정부, 군사작전식 속도전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경찰이 버스로 마을로 통하는 길을 가로막자 한 주민이 버스 아래로 지나가겠다며 비좁은 틈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주 해군기지 추진과정 문제점
2007년 마을회의서 의결뒤 주민 절반이상 반대운동
제주도·정부 현실성 없는 ‘민군복합항’으로 계획 변경
“갑자기 공사강행은 안보프레임 이용한 선거전략 의심”

 

제주도의 공사 일시보류 요청을 거부한 정부가 7~8일 ‘구럼비 바위’ 폭파 작업을 강행하면서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군과 일부 주민 및 운동가들 사이 갈등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가세하면서 전선도 확대됐다. 제주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무슨 문제점이 있기에 이런 파국을 맞아야 하는 것일까?

 

 

■ 제주 해군기지 추진 과정

제주 해군기지 계획은 20년 전인 1992년 해군과 합동참모본부가 그 필요성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군내 전력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10년 넘게 서랍 안에서 잠잤다. 2000년대 초중반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과 남원읍 위미항이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주민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2007년 4월 강정마을에서 마을회의를 거쳐 제주도에 유치를 건의하면서 해군기지 계획은 새 국면을 맞았다. 제주도는 주민 의견수렴과 여론조사 등을 거쳐 그해 5월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건의했고, 정부는 그해 6월 이를 확정했다.

 

하지만 강정마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을회의에서 유치를 의결했다지만, 1000여명에 이르는 주민 유권자 가운데 당시 회의 참석자는 87명에 불과했다.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몇달 뒤에 열린 마을회의에는 800여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참석해 유치 반대를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찬성 쪽 주민들과 정부는 마을회의 평상시 참석자가 50~60명 수준이고, 향약 규약에 따라 51명 이상만 참석하면 총회가 성립한다며 후보지 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제주 해군기지 논란 과정(※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현실성 부족한 제안 수용해 논란 자초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사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국책사업을 정색하고 반대하기도, 주민들 반대 의견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크루즈선도 출입하는 민군 복합항으로 가자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그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 등 대선 후보들이 이를 수용했다. 2008년 9월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기항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이듬해 4월에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이에 관한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민군 복합항 계획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더욱 키우는 화근이었다. 최근 벌어진 15만t 크루즈선 입항 시뮬레이션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이 이를 방증한다. 전세계 7척이 있다는 15만t급 크루즈선은 동아시아에 나타난 적이 거의 없다. 앞으로도 제주도에, 그것도 강정항을 2척이 동시에 찾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상류계층인 크루즈선 승객들을 끌 유인책이 없고,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실효성 없는 복안을 덥석 받아들인 게 결국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더니, 최근엔 ‘15만t급 크루즈선이 입항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사회적 비용 눈덩이처럼 커져

권위주의 통치가 종식된 뒤 최근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는 화장장과 핵폐기장 등 공공재적 시설물 설치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핵폐기장 건립과 관련해 군수가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치안이 마비되기도 했던 2003년 ‘부안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이후에는 주민 동의를 받은 지자체에서 유치를 신청하도록 하고, 선정된 곳에는 그에 합당한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름 발전해온 것이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추진 과정은 이런 ‘발전’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연말 15만t급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뒤 국무총리실에서 기술검증위를 설치하고도 더욱 거센 반발만 불러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군과 제주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 검증을 하겠다고 나섰다면, 기술검증위가 새롭게 용역을 발주하거나 자체 조사에 나서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기술검증위는 지난달 29일 애초 해군이 발주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령 같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반대쪽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제주 해군기지를 추진했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에서는 현재와 차이가 크다. 노 전 대통령은 기지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제주 현지에서 종교 지도자 등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군사외교지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은 “지금까지 해군에만 사업 추진을 맡겨놓고 설득에 무관심했던 정부가 지금 갑자기 전면에 나서 공사를 강행하도록 하는 게, 안보프레임을 이용한 선거 전략의 일환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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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기지 공감하던 제주지사 왜 돌아섰나

제주도 의견 묵살한 정부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

 

 

제주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해 오던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이제는 공사정지 명령를 예고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무시와 말바꾸기가 우 지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2010년 7월 취임이후 기회있을 때 마다 정부와 도민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혀 왔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받아 들이는 대신 사업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등의 지역발전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윈윈해법의 주요 내용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즉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보장되는 항구 건설'에 매달리다시피한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우 지사의 절박함과는 달리 제주해군기지 건설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4주년 회견에서 민군복합항은 언급도 없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만을 강조했고, 같은달 김황식 국무총리는 '오지도 않는 크루즈선때문에 불필요한 논란만 계속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과 함께 '예산낭비라는 주장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급기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주기지는 분명히 해군기지이다. 국방부 예산으로 9,70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드는 해군기지다"라고 주장한 뒤 "다만 해군기지를 만들면서 크루즈선도 계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이명박 정부들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사라지고 제주해군기지로만 추진되고 있다'는 반대활동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입장에도 침묵하던 제주도는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나오자 9일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고 조목 조목 비판했다.

제주도는 우선 "2008년 9월 11일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어 "2009년 4월 27일 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 제주도지사 등이 체결한 기본협약서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15만톤 규모의 크루즈선이 입.출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발표하고 도민에게 약속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특히 "국방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국가정책에 어긋나는 발표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변인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국방부가 그에 합당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지사가 정부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도 바로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 문제에 있다.

제주도는 항만 선회장의 직경과 항로의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결국 국회 예결특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 1월 26일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됐고 20여 일 만인 2월 14일에는 활동결과 보고서가 채택됐다.

핵심은 풍속과 횡풍압 면적 등의 기준을 제대로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국방부가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2월까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크루즈선 입출항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과정에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들은 배제됐고, 제주도는 "시기상 기술검증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사강행 발표 하루 전에도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뜻을 전달한 제주도는 지난 5일 우근민 지사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공동명의의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 시뮬레이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강정마을회를 설득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대한 주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지난 7일에는 구럼비 해안가 발파를 시작하는 등 제주도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 정치권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인 우근민 지사로서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결국 제주도는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7일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해군에 예고하고 오는 20일 청문 절차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최근 해군기지 항만 내 서쪽 돌출형 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들어 '공유수면 매립공사가 당초 계획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공사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제주도의 판단이다.

제주도는 해군이 청문에 불응하거나 소명이 부족할 경우 즉각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우근민 지사가 이제는 정부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를 막다른 골목길로 내몬 정부의 일방적 행태가 갈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twoma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