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추억에산다 / 2012-03-16)
한미 FTA로 물건값이 싸진다고?
오늘 TV를 보지는 않았지만, 한미 FTA 발효 기념으로 예의 그 체리 가격과 오렌지 가격이 내려갔다고 광고를 해댄 모양이다.
(1) FTA를 한다고 물건 가격이 내려간다?
얼핏 보면 속을 수도 있다. 어제까지 9,000원 하던 체리가 관세율 24%가 빠지면 대충 잡아도 7,000원이 되니까. 이것은, ‘어떤 신사가 100만 원 수표를 들고 와서 80만 원짜리 보석을 사고 20만 원을 거슬러 갔는데, 보석집 주인은 옆집 빵가게에서 돈을 바꿔다 잔돈을 주고….’ 하는 얘기와 스토리가 비슷하다.
1. 미국의 체리 수출업자는 기본적으로 원래 받는 돈 다 받았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2. 국내 소비자는 9,000원씩에 먹던 체리를 7,000원에 먹게 됐으니 2,000원을 이득 봤다.
3. 그렇다면 그 2,000원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렇다. 그 없어진 2,000원은 바로 관세 수입이었다.말하자면 우리 국세 수입이 2,000원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말이다.
나라 살림은 세입, 세출 예산을 정해 놓고 살림을 한다. 체리 관세 수입 2,000원이 줄어 들었다고 세출 예산 2,000원을 줄이지는 못한다.
결국 국가는 다른 세금으로 2,000원을 보충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만만한 유류세를 올리든, 담배 건강세를 올리든, 아니면 하다못해 근로소득세를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것은 마치 용팔이가 가입비를 무료로 해준다고 꼬셔놓고는, 부가서비스를 슬쩍 끼워넣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즉, FTA로 소비자가 실제로 ‘덕’을 보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막장 TV이라고는 하지만, 국민들 상대로 ‘FTA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줄었다’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곤란하다.
(2) 그나마 관세인하분만큼이라도 가격이 내려가기는 할까?
이미 칠레산 와인의 예를 들어서 많이 보도된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세인하분만큼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많다.그도 그럴 것이 제품의 가격이란 우리가 중등교육 시절부터 배웠듯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공산주의처럼 정부가 가격을 결정해 주는 구조가 아니란 말이다.
경제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equilibrium)’과 ‘항상성 (Homeostasis)’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체리 가격은 FTA 전에 9,000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FTA로 인해 2,000원의 인하 요인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체리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사이에는 관세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균형’상태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즉, 수입 유통업자가 2,000원의 새로 생긴 마진을 두고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물량을 소화하되 2,000원씩의 이익을 더 볼 것인지, 아니면 이익 일부를 희생해서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노릴 것인지.
물론 이는 수요의 탄력성에 의해 결정될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래프를 그리지 않더라도 절대로 새로이 생긴 마진 2,000원 전부가 소비자에게 올 리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절대로 관세인하분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그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한미FTA는 체리 오렌지가 아니라 자동차라 하더라도 결코 이따위 수입물품의 가격 인하를 노리고 맺어진 것이 아니다.한미 FTA의 본질은, 새로운 수익처를 찾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는(!) 과잉 자본의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위한 조약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영화 대부에서 노점에서 저격을 당했던 돈 꼴레오네는 아들 마이클 꼴레오네에게 “화해를 하라고 권유하는 놈이 배신자다”라고 얘기한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민영화 얘기를 꺼내는 놈이 바로 매국노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추억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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