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
[인터뷰] 송기호 변호사 "야권, 한미 FTA 개정 요구해야"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2년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던 때였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은 여당과의 차별화에 전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집권당의 허물도 고스란히 떠안겠다고 했다. 솔직한 태도였다. 어찌 보면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경선의 승자는 결국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참여정부의 부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들만 흔하다. '바보 노무현'의 용기와 비춰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채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미 FTA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지만, 그 역시 퇴임 후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바뀐 상황을 고려해서 한미 FTA 협정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진행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정치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민간 기업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를 하거나 반품, 또는 폐기를 한다. 그게 기업의 책임이다. 정책 당국자 역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은 이런 책임에서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정권 잡았을 때는 한미 FTA 체결하자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제품이 광고 내용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기업이 책임질 일도 없다. 발효한 달째를 맞은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홍보 내용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정도가 값이 떨어졌을 뿐이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조짐도, 다른 수입품 가격이 떨어질 조짐도 없다. 오렌지와 와인을 조금 싸게 사먹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거였나. 그건 아니었다.
반면, 한미 FTA의 부작용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총선 이후 급류를 타고 있는 KTX 민영화 움직임,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영리병원 설립 등이 관계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래칫(역진 방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번 민영화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총선 결과에 들뜬 현 정부가 성급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차기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칫하면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포기한 듯 했던 영리병원 역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체제에선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은 날개를 달았고, 정부 입장에선 족쇄가 한 겹 더 채워진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를 다시 만났다. <프레시안> 독자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한미 FTA 추진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지적한 일은 만만치 않는 파장을 낳았다.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을 때도, 그는 FTA에 대한 연구를 늦추지 않았다. FTA를 추진하는 실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역시 송 변호사의 지적은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수륜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야권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의 실제 효과에 대한 꾸준한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반영해서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추진 책임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므로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셈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송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한미 FTA 묻어두고 간다는 야권,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한미 FTA 발효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사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 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송기호 : 일각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한미 FTA가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출마한 지역(서울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심판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김선동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많이 당선됐다. 한미 FTA 추진 세력과 비판 세력이 얻은 전체 득표수를 계산해봐도 팽팽하다. '한미 FTA, 이대로 좋다'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들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송기호 : 이미 발효된 국가 간 협정을 해제하려면, 여러 형태의 부담이 있다. 그걸 넘어서려면 광범위한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FT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다. 민주 국가라면, 국민 다수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는 작업이 우선이다.
야권은 한미 FTA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정을 주장하는 게 옳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미 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므로 '개정'이 옳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비난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야권 일각에선 있는 모양이다. 한미 FTA를 묻어두고 가자는 건데, 결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을 분석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야권이 과거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과오가 있다면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용기 있는 태도다.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있다면 폐기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급한 일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오렌지 싸게 먹자고 FTA 추진한 거였나"
프레시안 : 지난 한달 사이 드러난 한미 FTA의 문제점이 어떤 게 있을까.
송기호 :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약속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당시 약속 가운데 실제 효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가격이 약간 떨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오렌지 싸게 먹자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추진 세력의 약속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시 약속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났을까.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미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를 보면, 오히려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엘지의 냉장고에 대해 각각 최고 15.95%, 최고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단계가 더 남아 있다. (1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덤핑 수출 혐의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반덤핑 규제의 존재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의미가 없다.
반덤핑 규제란 제품을 너무 싸게 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인데, 이런 장벽을 허물자는 게 한미 FTA를 추진한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황이다. 한미 FTA가 공정하려면,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자유무역 이념과 배치되는 반덤핑 규제는 한미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현종, 김종훈 등 한미 FTA 추진 세력의 과거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도 확인시켜 준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설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WTO 산하기구에서 해결하게끔 돼 있다.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이 한국에 반덤핑 규제를 푸는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담겨야 한다. 또 만약 반덤핑 규제를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미국 측이 이를 어겼을 때는 한미 FTA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익 걸린 외교서한…행방도 모르는 김종훈, 집에 가져간 김현종"
한마디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제도만 바뀌었을 뿐 미국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한미 FTA 추진 세력의 허술한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직 비자란 의료, 법률, 회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주고받은 중요한 외교 서한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교부가 지난 5년간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서한과 관련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그 서한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원이 비공개로 열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외교문서 수발대장에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ㆍ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전직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했는데, 이를 외교통상부가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중요한 외교서한을 공무원이 정부 모르게 갖고 있다가 퇴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문제의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됐으며, 수신자는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 돼있다. 김현종, 김종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9호선 요금 인상, 한미 FTA 체제에선 막을 길 없다"
프레시안 : 총선 이후, 각종 민영화 조치에 탄력이 붙었다. KTX 민영화, 영리병원 등이 이런 맥락이다.
송기호 :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밖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시도가 다양하게 불거지는데, 나는 '민영화'보다 '사영화', '사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Privatization)를 봐도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이런 '사영화' 조치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있는 '래칫(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래칫' 조항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세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게끔 계약이 돼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적자를 내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무리하게 운임을 올려도, 한미 FTA 체제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칫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FTA가 다수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최근 벌어진 여러 상황은 그 조짐을 보여준다.
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에선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식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일본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일본 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미국 주도 TPP에 참가할 경우,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이유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질서에 편입하면 한국‧일본 방식의 건강보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SD 폐기, 호주 방식을 따르자"
이런 점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주로 요구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허무는 것, 민영화 조치를 되돌릴 수 없게끔 하는 래칫 조항을 폐기하는 것, 그리고 ISD 조항 삭제와 영리병원 금지다. 이 가운데 ISD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ISD 폐기에 대해서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호주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ISD 조항을 거부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입장만 분명하면 된다는 게다. 외국 투자자를 국내와 동등하게 대우하되, 사법주권을 해치는 국재 중재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게 호주의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나머지 세 가지 역시 문제를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한미 FTA 쟁점에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권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은 책임감을 갖고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외교 균형 때문에도 한미 FTA 개정 필요"
프레시안 : 한중 FTA 추진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송기호 : 한미 FTA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은 일본 등 FTA를 맺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와도 TPP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한국에 대해서도 TPP 참가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TPP는 미국 중심 경제권이 중화경제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여기에 편입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한중 FTA를 한미 FTA와 다른 방식으로 맺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한국이 미국에게 한 만큼의 양보를 중국에게는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국에게는 압도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차별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FTA마저 중국에게 대폭 양보하는 방식으로 맺을 수도 없다. 내가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미 FTA는 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과도 FTA를 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으로 느슨하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미국과도 그 수준으로 고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장기적으로 옳은 길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참여정부의 부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들만 흔하다. '바보 노무현'의 용기와 비춰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채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미 FTA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지만, 그 역시 퇴임 후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바뀐 상황을 고려해서 한미 FTA 협정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진행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정치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민간 기업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를 하거나 반품, 또는 폐기를 한다. 그게 기업의 책임이다. 정책 당국자 역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은 이런 책임에서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정권 잡았을 때는 한미 FTA 체결하자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제품이 광고 내용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기업이 책임질 일도 없다. 발효한 달째를 맞은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홍보 내용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정도가 값이 떨어졌을 뿐이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조짐도, 다른 수입품 가격이 떨어질 조짐도 없다. 오렌지와 와인을 조금 싸게 사먹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거였나. 그건 아니었다.
반면, 한미 FTA의 부작용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총선 이후 급류를 타고 있는 KTX 민영화 움직임,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영리병원 설립 등이 관계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래칫(역진 방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번 민영화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총선 결과에 들뜬 현 정부가 성급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차기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칫하면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포기한 듯 했던 영리병원 역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체제에선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은 날개를 달았고, 정부 입장에선 족쇄가 한 겹 더 채워진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를 다시 만났다. <프레시안> 독자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한미 FTA 추진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지적한 일은 만만치 않는 파장을 낳았다.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을 때도, 그는 FTA에 대한 연구를 늦추지 않았다. FTA를 추진하는 실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역시 송 변호사의 지적은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수륜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야권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의 실제 효과에 대한 꾸준한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반영해서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추진 책임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므로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셈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송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
프레시안 : 한미 FTA 발효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사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 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송기호 : 일각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한미 FTA가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출마한 지역(서울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심판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김선동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많이 당선됐다. 한미 FTA 추진 세력과 비판 세력이 얻은 전체 득표수를 계산해봐도 팽팽하다. '한미 FTA, 이대로 좋다'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들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송기호 : 이미 발효된 국가 간 협정을 해제하려면, 여러 형태의 부담이 있다. 그걸 넘어서려면 광범위한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FT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다. 민주 국가라면, 국민 다수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는 작업이 우선이다.
야권은 한미 FTA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정을 주장하는 게 옳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미 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므로 '개정'이 옳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비난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야권 일각에선 있는 모양이다. 한미 FTA를 묻어두고 가자는 건데, 결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을 분석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야권이 과거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과오가 있다면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용기 있는 태도다.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있다면 폐기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급한 일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오렌지 싸게 먹자고 FTA 추진한 거였나"
프레시안 : 지난 한달 사이 드러난 한미 FTA의 문제점이 어떤 게 있을까.
송기호 :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약속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당시 약속 가운데 실제 효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가격이 약간 떨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오렌지 싸게 먹자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추진 세력의 약속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시 약속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났을까.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미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를 보면, 오히려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엘지의 냉장고에 대해 각각 최고 15.95%, 최고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단계가 더 남아 있다. (1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덤핑 수출 혐의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반덤핑 규제의 존재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의미가 없다.
반덤핑 규제란 제품을 너무 싸게 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인데, 이런 장벽을 허물자는 게 한미 FTA를 추진한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황이다. 한미 FTA가 공정하려면,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자유무역 이념과 배치되는 반덤핑 규제는 한미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현종, 김종훈 등 한미 FTA 추진 세력의 과거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도 확인시켜 준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설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WTO 산하기구에서 해결하게끔 돼 있다.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이 한국에 반덤핑 규제를 푸는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담겨야 한다. 또 만약 반덤핑 규제를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미국 측이 이를 어겼을 때는 한미 FTA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익 걸린 외교서한…행방도 모르는 김종훈, 집에 가져간 김현종"
한마디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제도만 바뀌었을 뿐 미국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한미 FTA 추진 세력의 허술한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직 비자란 의료, 법률, 회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주고받은 중요한 외교 서한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교부가 지난 5년간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서한과 관련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그 서한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원이 비공개로 열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외교문서 수발대장에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ㆍ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전직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했는데, 이를 외교통상부가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중요한 외교서한을 공무원이 정부 모르게 갖고 있다가 퇴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문제의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됐으며, 수신자는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 돼있다. 김현종, 김종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9호선 요금 인상, 한미 FTA 체제에선 막을 길 없다"
프레시안 : 총선 이후, 각종 민영화 조치에 탄력이 붙었다. KTX 민영화, 영리병원 등이 이런 맥락이다.
송기호 :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밖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시도가 다양하게 불거지는데, 나는 '민영화'보다 '사영화', '사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Privatization)를 봐도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이런 '사영화' 조치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있는 '래칫(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래칫' 조항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세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게끔 계약이 돼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적자를 내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무리하게 운임을 올려도, 한미 FTA 체제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칫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FTA가 다수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최근 벌어진 여러 상황은 그 조짐을 보여준다.
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에선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식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일본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일본 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미국 주도 TPP에 참가할 경우,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이유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질서에 편입하면 한국‧일본 방식의 건강보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SD 폐기, 호주 방식을 따르자"
이런 점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주로 요구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허무는 것, 민영화 조치를 되돌릴 수 없게끔 하는 래칫 조항을 폐기하는 것, 그리고 ISD 조항 삭제와 영리병원 금지다. 이 가운데 ISD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ISD 폐기에 대해서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호주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ISD 조항을 거부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입장만 분명하면 된다는 게다. 외국 투자자를 국내와 동등하게 대우하되, 사법주권을 해치는 국재 중재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게 호주의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나머지 세 가지 역시 문제를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한미 FTA 쟁점에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권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은 책임감을 갖고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외교 균형 때문에도 한미 FTA 개정 필요"
프레시안 : 한중 FTA 추진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송기호 : 한미 FTA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은 일본 등 FTA를 맺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와도 TPP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한국에 대해서도 TPP 참가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TPP는 미국 중심 경제권이 중화경제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여기에 편입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한중 FTA를 한미 FTA와 다른 방식으로 맺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한국이 미국에게 한 만큼의 양보를 중국에게는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국에게는 압도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차별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FTA마저 중국에게 대폭 양보하는 방식으로 맺을 수도 없다. 내가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미 FTA는 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과도 FTA를 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으로 느슨하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미국과도 그 수준으로 고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장기적으로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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