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까지 ‘입막음’ 개입
장진수 만난 류충렬 “돈은 어쨌든 청와대서…”
‘윗선 차단’ 전방위 회유…돈출처 재수사서 밝혀야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는 정권 차원의 시도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이젠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올라갔다.
19일 장진수 전 주무관이 공개한 통화녹음과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고 5천만원을 건넸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건넨 시점보다 4개월 앞이다. 여기에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으로 건넨 4천만원까지 합하면,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너간 돈은 모두 1억1천만원에 이른다.
장 전 주무관을 직접 만나 회유한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했다는, “어쨌든 (돈은)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느냐”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장석명 비서관에게서 5천만원을 받았다”는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폭발력을 갖는 이유는, 민간인 사찰 사건 은폐 시도가 ‘비선라인’으로 꼽혔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했던 이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건넨 것은, 사찰과 증거인멸을 사실상 지휘한 책임자로서 그의 폭로를 저지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리 돌발적인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다르다. 지금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생산한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고, 검찰 수사 무마에 나섰다는 의혹 정도만 제기된 상태였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권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만한 일이다.
장 전 주무관이 녹음한 류충렬 관리관과의 통화 내용은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류 관리관은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개편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책임자다.
장 전 주무관은 자신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최종석 행정관”이라고 주장한 직후에 류 관리관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회고했다.
류 관리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비서관님’의 의견과, 5억에서 10억원을 제시하며 “얘기 중에 있을 거야, 자기들은”이라며 보상을 위한 모종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어쨌든 (돈이) 나오는 건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라며 논의의 주체가 청와대임을 장 전 주무관에게 확인시켰다.
류 관리관은 이로부터 3개월 뒤, 장 전 주무관이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자 “장 비서관이 준 돈”이라며 5천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넸다. 자신의 ‘공언’과 달리 공무원 임용이 불가능해진 집행유예형이 나오자 부랴부랴 건넨 ‘입막음용’ 성격이 강하다.
류 관리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는 장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대표적인 ‘순장조’ 측근이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2002년부터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 대통령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탁에 이어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승진시켰다.
장 비서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은행 빚이 2억원이 넘는데 (장 전 주무관에게 줄) 그런 돈이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장 비서관의 ‘항변’처럼 장 전 주무관의 입막음 비용으로 치러진 1억1천만원은 개인 차원에서 마련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돈의 출처는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