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실장은 “나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두 사람은 총리실로 파견됐던 노동부 직원들”이라며 인간적 정리 차원에서 전달한 것처럼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아 사실상 ‘입막음용’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임 전 실장은 2009년 9월부터 10개월 정도 고용노동부 장관을 했고, 이 전 지원관과 진 전 과장은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때부터 여기서 근무했다. 함께 일한 인연이 없다. 노동부 운운하는 해명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장이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공무원들의 가족들에게 관행적으로 금일봉을 건넸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다른 뜻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다. 그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해 국기를 흔드는 불법을 저지른 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면 당사자들에겐 이런 행동이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즉, 구속된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비밀을 지켜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한 증거는 한둘이 아니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하드디스크에서 ‘민정수석보고용’ 폴더에 사찰 대상이던 김종익씨의 포털사이트 아이디 ‘동자꽃’이란 이름의 파일이 나왔다. 내용은 삭제됐으나 당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사찰 내용이 보고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다. 총리실 직원한테서 ‘BH 지시사항’이란 메모도 나왔다. 최종석 전 행정관의 항의를 받고 김진모 당시 민정2비서관이 검찰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는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증언은 결정적이다.
임 전 실장의 금일봉 전달은 민간인 사찰과 그 후의 과감한 증거인멸, 검찰의 축소수사 등 은폐조작의 총본부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다. 검찰은 수사 대상인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동향(경북 상주)이고, 김진모 전 비서관과 대학 동기인데다 특수수사 경험도 부족한 공안통 부장검사에게 재수사를 맡겼다. 애초부터 진상을 파헤칠 의지가 안 보이는 수사팀 구성이다. 아무리 ‘면피용’ 수사팀이라도 이처럼 명백한 증거들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의도적 ‘부실수사’는 사실상 ‘조작수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