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5천만원 출처 추적할 단서 나왔다

道雨 2012. 4. 5. 10:42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해 4월께 청와대가 ‘입막음’용으로 전달했다는 5000만원 돈다발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뒀다가 4일 공개했다. 기호와 포장번호 등 한국은행의 인출 기록이 적힌 ‘관봉’(왼쪽)과 관봉으로 묶여 있는 5만원권 지폐 10다발. 장진수씨 제공

장진수 입막으려 건넨 ‘관봉 돈다발’ 일련번호 확인
장씨, 포장번호까지 찍힌 사진 공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4일, 청와대 쪽으로부터 받았다는 5000만원짜리 돈묶음 사진을 공개했다. 이 돈묶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찍어낸 신권이 일련번호 순서대로 묶여 있는 ‘관봉’ 형태이고 포장번호까지 상세하게 찍혀 있어, 이 돈의 출처를 찾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5장의 사진을 보면,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개가 두 줄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돈다발 10개를 하나로 묶은 띠지에는 품명이 ‘한국은행 오만원권’으로 적혀 있고, 기호와 수량, 포장번호가 선명하게 찍혔다. 5만원권 1000장의 일련번호는 ‘CJ0372001B’부터 ‘CJ0373000B’까지로 확인됐다.

이 돈은 장 전 주무관이 “항소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4월13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것’이라며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준 것”이라고 주장한 돈이다. 공개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사진은 엘지(LG)전자의 케이유(KU)400 휴대전화로 촬영됐으며, 촬영 시점은 지난해 5월17일 오후 3시1분이었다. 돈을 받은 시점과 촬영한 시점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장 전 주무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돈을 받고 한 달 동안 고민을 했다”며 “돈을 쓰기로 결정하고 사용하기 직전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돈 가운데 4500만원은 전세자금 대출금을 갚는데, 200만원은 생활비로 썼고, 300만원은 부모님께 송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진을 찍어놓은 건 공무원으로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겁도 났기 때문”이라며 “사진은 한참 뒤에 지웠는데, 어젯밤 ‘파이널 데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복원해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휴대전화를 검찰에 출석해 제출했고 최근에 돌려받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진 내용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관봉

정부가 돈을 발행한 뒤 도장을 찍어 봉한 것을 말한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신권 납품을 위해 지폐 100장씩을 띠지로 묶고 10다발을 포개 비닐로 밀폐 포장 처리해 지폐 1000장이 하나의 관봉에 들어가게 된다. 지폐의 일련번호는 순차적으로 배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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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건네졌던 현금 5000만원이 이른바 ‘관봉’ 형태로 보관돼 있는 사진이 어제 공개됐다. ‘관봉’이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정부의 도장을 찍어 봉인한 돈뭉치를 말한다. 이 돈이 시중은행에서 곧바로 인출된 것으로 보여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의 해명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돈의 입출금 경위를 추적하면 입막음 공작의 배후를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더욱 중요해졌다.

어제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5만원짜리를 100장씩 묶은 다발이 10개로, 각 다발의 맨 위에는 지폐의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시중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 형태로 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들어갔던 돈다발이 곧바로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총리실 직원들이 모은 돈이 아니라 은행에서 인출된 뭉칫돈이 전달됐다면 자금의 흐름이 바로 입막음 공작의 실체를 말해주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연일 불법사찰 내용에 대한 언론의 폭로가 잇따르자 청와대와 여당은 이전 정권에서도 비슷한 사찰이 있었다며 뻔뻔하게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디에 담긴 사찰보고서와 조사관의 수첩, ‘관봉’ 사진처럼 진실을 밝혀줄 물증은 곳곳에 존재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거짓말은 하나씩 들통나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의 ‘윗선’에 직보용으로, 그것도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는 지침 아래 만들어졌다는 것은 불법사찰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고위공무원 인사평가 자료와 순위표를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직보하자 ‘바로 이거야’라며 칭찬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장 전 주무관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에서도 좀도둑들이 갖고 있던 수표 추적을 통해 닉슨 주변인물들의 꼬리가 잡히면서 몸통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장 전 주무관에게만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최소 1억1000만원의 돈이 건네졌거나 전달이 시도됐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다른 관련자들에게도 지급됐을 거액의 자금 조성과 전달 경위를 제대로 추적하면 사건의 실체와 몸통에 다다를 수 있다. ‘관봉’을 캐는 것은 검찰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 2012. 4. 5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