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민정수석실 ‘증거인멸 개입’ 정황 짙어져

道雨 2012. 4. 17. 16:21

 

 

 

사찰자료 삭제 전후 11일간…지원관실과 60여차례 통화
김두진·장석명·김덕수 등장…청와대 관용폰도 8차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한겨레>가 관련 공판기록을 입수·분석한 결과, 증거인멸 무렵에 최근 구속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외에도 청와대 직원 여러 명이 지원관실 직원들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010년 6월29일부터 7월9일 사이,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 지원관실 직원들과 모두 160여차례 통화했다.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는 같은 해 7월5일과 7일, 이레이징(프로그램으로 파일 삭제)과 디가우싱(강한 자성으로 하드디스크 훼손)을 거쳐 자료가 영구삭제됐다.

이 기간에 지원관실 직원들과 100여차례 통화한 최 전 행정관 외에도 김두진 민정수석실 감찰1팀장,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김덕수 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등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통화 세부내역 수·발신자로 60여차례 등장했다. 김두진 팀장은 고향이 포항이며 김덕수 전 선임행정관은 김충곤 지원관실 점검1팀장과 함께 포항 지역 향우회인 ‘구룡포 재경향우회’ 임원을 지냈다.

‘017-770’으로 시작하는 청와대 관용 휴대전화도 8차례 등장했다. 이 전화 사용자를 포함해 진 전 과장은 여러 장소를 오가며 지원관실 직원들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 변호사 등과 짧게는 초 단위부터 길게는 30분까지 긴박한 통화를 나눴다.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통화자 내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사건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이와 함께 진 전 과장은 지난해 2월에 열린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이영호 비서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 전 과장은 진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비서관이 엘(L) 비서관에게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여기서 엘 비서관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 짐작된다.

송경화 박태우 안창현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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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보도뒤 20차례…하드 삭제뒤 5차례
민정수석실 당사자들 검찰소환도 안받아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범죄행위에 나섰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은 2010년 7월초 ‘증거인멸’이라는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다.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비선’ 라인은 이를 교사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사정기관 지휘·조율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은 당시 무슨 역할을 했을까?

16일 <한겨레>가 입수·분석한 통화 목록은 민정수석실 역시 증거인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들의 세부 통화내역을 보면, 민정수석실과 지원관실 사이의 통화는 수시로 이뤄졌다. 이들의 통화는 2010년 6월28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도한 직후부터 시작된다. 민정수석실의 업무용 휴대전화인 ‘017-770-○○○○’으로 6월29일 오전 8시48분에 처음 걸려온 전화는 이튿날인 30일 오후 4시40분까지 7차례 반복됐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 김덕수 전 선임행정관도 6월30일부터 지원관실 직원들과 20차례에 걸쳐 이어진 통화를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지원관실은 <피디수첩> 보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지원관실은 결국 7월2일 ‘대책 문건’을 만들어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에게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의 비리 의혹을 통보해 의혹을 제기해 김씨 지원 세력의 예봉을 꺾는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은 김 대표의 비리 의혹을 문건으로 정리해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전달했다. 지원관실이 정부·여당을 ‘조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사전 조율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장진수 전 주무관 등이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갈아엎었던 7월5일에도 민정수석실은 긴밀하게 움직였다. 이날 김 전 선임행정관은 지원관실 직원 2명과 세 차례 통화했고,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진 전 과장과 두 차례 통화했다. 장 비서관은 애초 장 전 주무관이 “장 비서관이 마련한 5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그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원관실 직원들과 통화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차 증거인멸 과정에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지점이다.

지원관실 직원들과 통화한 민정수석실 직원들의 인적 구성도 의구심을 더한다. 사건 연루자들과 11일 동안 20차례 통화한 김 전 선임행정관은 청와대 내부 ‘영포라인’으로, 김충곤 지원관실 점검1팀장과 함께 ‘구룡포 재경향우회’ 임원을 맡아왔다. 또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 김두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1팀장 역시 선임행정관을 거쳐 친인척 관리라는 핵심 사찰 업무를 맡고 있었다. 고용노사비서관실의 ‘비선라인’을 통해 벌어진 청와대 차원의 범죄를 덮기 위해 민정수석실에서도 ‘핵심’이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진 전 과장이 중앙징계위원회에 낸 서면진술서의 내용도 민정수석실의 이런 ‘역할’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의 주장이 맞다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지원관실의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검찰에 소환되거나 진술서 한장 내지 않았다. 검찰의 1차 수사는 이들을 완벽하게 비켜간 셈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장 비서관은 “지원관실 직원들이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고, 김 팀장은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은 “청와대에 근무한 적이 없다”며 “당시 통화를 했다면 향우회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송경화 안창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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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온 뒤 11일 동안 민간인 사찰을 수행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은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16일 <한겨레>가 확인한 통화목록에는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새누리당 인사, 변호사들까지 여러 인물들이 지원관실 관계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기록 가운데 2010년 6월29일부터 7월9일까지 사건 관계자 명의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보면, 민간인 사찰과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박 전 국무차장은 증거인멸 당시 장진수 전 주무관이 사용했던 대포폰과 통화해 명단에 포함됐다. 2009년 옷을 벗은 김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장 전 주무관이 디가우싱하기 하루 전인 7월6일 밤 9시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의 전화를 받아 5분 가까이 통화했다. 경감에서 명예퇴직한 김 전 팀장이 전직 고위 경찰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건 관련성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인사들도 지원관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하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현재 당선자는 한나라당 하남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이었던 7월4일 지원관실 점검1팀 권중기 경정과 한 통화씩 전화를 주고받았다. 장 전 주무관의 대포폰 통화내역에도 이름을 올렸던 신말용 보좌관(강성천 새누리당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5일 오후 지원관실 점검1팀 김기현 경정과 3차례 통화한 뒤 같은 날 저녁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한테도 전화를 받았다. 강 의원은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평화은행 사외이사도 2000년 역임했다.

지원관실 관계자들은 총리실에서 검찰에 공식 수사의뢰를 한 5일 전부터 변호사들과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 전 과장, 김 전 팀장, 원충연 전 조사관 등은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함귀용(법무법인 케이씨엘), 신재현(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와 11일 동안 모두 29통의 통화를 했는데, 특히 이들의 통화는 총리실이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전인 3일부터 5일까지 모두 10통이나 됐다. 특히 이들은 검찰 수사 개시 이후 본격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진 6일부터 8일까지 모두 18통이나 전화를 주고받아, 이들이 증거인멸 등에 대해 변호사들한테서 법률적 조언을 구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는 “권중기씨가 누군지 모르며, 통화한 기억도 없다”고 말했고, 신 전 보좌관은 “당시 보좌관이 아니었고, 관련 인물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함귀용 변호사는 “정식으로 변호인으로 선임된 다음에 통화를 했을 것”이라며 “변호인과 의뢰인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석기 전 청장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