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보 강바닥에 9.7m 깊이 웅덩이
강바닥이 파이는 대규모 세굴현상으로 논란이 됐던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대형보 가운데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없었던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세굴 규모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자연적인 '바닥 패임 현상' 외에 세굴은 없다"던 현장 관계자들도 말을 바꿔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고 시인했다.
20일 오후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합천보를 방문한 남윤인순·장하나·유인태·김기식·인재근·진선미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세굴 현상으로 강바닥에 최대 9.7미터 깊이에 길이 160미터짜리의 웅덩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의원들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 연구팀과 직접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가 음파를 이용해 수심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확인했다.
지난 2월 4대강 사업 낙동강 보들의 세굴 현상이 논란이 되자 국토해양부는 합천보와 관련해 "지난 여름 홍수로 바닥보호공 하단에 세굴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 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합천보 시공사 측은 세굴에 대비해 하상보호공 보강공사를 실시했고 세굴 지점도 일정 부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녕함안보(이하 함안보)에서 처음 발견된 낙동강 보의 세굴현상으로 보를 지탱하는 기반까지 침식될 가능성이 있어 보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함안보에서는 세굴현상으로 보 하류 강바닥에 길이 500미터, 폭 300미터, 깊이 21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모양의 웅덩이가 박창근 교수와 '생명의강연구단'의 조사로 발견됐고, 이후 추가조사에서 달성보와 강정보 등 낙동강 대부분의 보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게 확인됐다.(관련기사 : "보강공사 안 하면 낙동강 보 두 동강날 수도")
"보강해서 문제없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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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조사는 환경운동연합과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의 민생현장 방문 차원에서 진행됐다. 현장 브리핑에 나선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가동보 하류 바닥보호공 및 하상에 길이 160미터 웅덩이가 발생했다. 최대 9.7미터 세굴됐다"며 "지난해 홍수기 때 일부 수문을 집중개방해서 세굴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굴방지를 위한 물받이공을 20미터에서 40미터로 늘렸고 바닥보호공도 40미터에서 60미터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이러한 대규모 세굴의 원인을 부실설계에서 찾았다. 김기식 의원은 "이렇게 큰 웅덩이가 생기고 보의 안전성까지 의심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부실설계"라며 "공사를 속도전으로 진행하다 보니 설계를 검증할 시간도, 수정할 시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부실설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질문에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모든 것을 100% 다 예측할 수는 없다"며 "강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굴이 있었지만 이미 보강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하나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수질 문제나 보의 안전성 문제에서 수자원공사와 환경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며 "양쪽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 또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자료는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기 수문 개방해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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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 이후 현장에 나간 의원들은 박창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가 실제 강바닥이 얼마나 파였는지 조사에 나섰다. 에코사운딩 방식으로 진행된 측정 결과 보의 하류 방향 30~40미터 지점부터 강바닥이 낮아지기 시작해 200여 미터 가량 웅덩이가 생겼고 최대 깊이는 수자원공사 측이 밝힌 것과 비슷한 9.7미터와 거의 같았다.
박 교수는 "합천보는 그동안 세굴규모 측정을 극성스럽게 막아와 오늘이 처음 측정해 보는 것"이라며 "보강공사 이 전에는 12미터에서 13미터 정도의 웅덩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2~3미터 정도를 메워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굴 문제는 보강을 했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라며 "처음 세굴이 발견되고 지금까지 큰 비가 오지 않았는데 이제 장마철에 들어가고 홍수기가 시작되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때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갈수기라 대부분의 낙동강 보는 수문(가동보)를 닫고 물을 가둬놓고 있다. 오는 장마를 시작으로 9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홍수기에는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이때 수문에서 떨어지는 낙차와 빠른 유속으로 인해 다시 바닥보호공이 무너지고 세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경북 고령군 객기리에 들려 낙동강 수위 상승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주민들을 만나 위로했다. 객기리 일대의 '연리들'은 합천보 건설로 인해 낙동가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하수 수위도 올라와 밭작물의 피해가 심각했던 곳이다. 피해주민과 수자원공사, 시공사, 농어촌공사 등이 피해원인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현재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제로 원인조사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다.
한편, 6월 말로 알려진 4대강 사업의 준공도 사실상은 한 달여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6월 말 준공'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책임을 시공사에게서 인수인계 받는 시점이 아니라 시공사가 준공신고서를 제출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후 한 달여 기간의 준공검사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준공시점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 관리는 현재 수자원공사에서 하고 있지만 아직 준공허가가 나지는 않은 상태"라며 "6월말 준공신고서가 제출되면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검사한 후에 준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구간별로 준공허가를 낼 수도 있지만 대게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전체가 준공되는 건 한 달 이상 더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창근 교수는 연구단을 구성해 민주통합당과 함께 이달 말부터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준설량과 수심 등 측량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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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용,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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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정부, 내세울 게 없어 자전거 도로 홍보하나"
[4대강은 지금]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인터뷰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창 전화통화 중이었다. 20일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이 낙동강 함안보를 방문하는데 거기서 보의 문제점을 브리핑해달라는 게 요지였다.
박 교수는 토목공학자다. 4대강에 설치되는 보의 문제점을 공학적인 부분에서 비판해왔다.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와 대립의 각을 세워왔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 상임공동집행위원장, 생명의 강 연구단장, 낙동강사업 특별위원장, 등 10여 개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4대강 사업 관련 단체다.
지난 1월에는 환경운동연합 대표직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더 매진하겠다며 대표직을 고사했다. 그는 환경운동연합 부설기관인 시민환경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토목공학자로서 박 교수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낙동강 함안보다. 지난해 12월부터 민간 전문가와 환경단체 모임인 '생명의 강 연구단'과 함안보 세굴 현상을 조사했다. 현장측량 결과, 함안보 하류부에 21m, 가동보(수문이 달려있어 개폐가 가능한 보) 상류 20여m 지점에 최대 수심 13m 깊이의 세굴 현상이 있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그런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세굴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박 교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급기야 박 교수는 지난 7일 수자원공사 내부자료를 공개하며 그간 자신이 주장해온 낙동강 함안보에 발생한 세굴 현상을 수자원공사도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이번엔 국토해양부가 나서서, 자료를 조작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수자원공사 자료로 소개한 도면의 바닥보호공 유실, 상하류 세굴 내용은 일부 변형된 것으로 원자료와 다르다"고 설명한 것.
박 교수는 "정부는 4대강 사업 관련, 계속해서 사실을 왜곡하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속일 수 없다"며 ""불법으로 부실 공사를 한 뒤, 온갖 왜곡된 작업으로 사업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다가 그것도 안 되니 거짓말로 4대강 사업을 비호한 게 지금의 정부"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그의 인터뷰 전문이다.
▲ 박창근 교수. ⓒ프레시안(선명수)
"훼손당한 보, 자칫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낙동강 함안보에 세굴현상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박창근 : 생명의 강 연구단이 지난 해 12월 말경 현장측량을 한 결과, 함안보 하류부에 21m 깊이로 세굴, 즉 구멍이 났음을 확인했다. 이는 수자원공사가 2012년 1월 3일 하천측량을 한 결과와도 동일하다. 우리가 입수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수자원공사가 조사한 바로는 함안보 하류부에 EL(해발기준) -20m, 상류부에서는 EL -12m 깊이까지 세굴되었고, 특히 보 상류부에서는 수문 바로 아래까지 세굴이 EL -10m까지 진행됐음이 드러났다.
측량결과 자료를 보면 세굴로 인해 보상류 지역에서는 물받이공이 유실되었고 보하류 지역에서는 바닥보호공이 유실되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세굴보강공법으로 토목섬유시멘트충진(SPF : 토목섬유 자루를 하천 바닥에 깔아놓고 그 안에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을 충진하는 방식) 공법을 선정했고 3월말까지 보강공사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콘크리트 양도 레미콘 차량 1000대 분인 5975㎥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3월 13일자 보도해명자료에서 "2011년 홍수기 이후 창년함안보 바닥보호공 모니터링 결과, 상하류 모두 유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프레시안 : 세굴현상이 일어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박창근 : 보는 보 본체, 물받이공, 바닥보호공, 차수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함안보의 경우, 보상류 물받이공이 일부 유실되었고, 보하류 바닥보호공이 일부 유실됐다. 엄격한 의미에서 보는 심각한 훼손을 이미 입었다.
보 상류에서 진행된 세굴이 수문 바로 아래까지 발생했고, 보 하류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세굴이 진행되었다는 사실로부터 가동보(수문을 위로 올리거나 뉘어서 수위나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 아랫부분에 있는 모래가 일부 유실되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보 아래 있는 모래가 유실될 경우, 보 본체를 지탱하고 있는 강판파일이 주저앉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함안보 고정보 구간에서 콘크리트 연직이음부가 어긋나거나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바닥보호공은 하천 바닥의 패임을 막아 보 본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가동보 상류 강바닥의 세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세굴이 바닥보호공에도 영향을 주게 돼 결국은 보 구조물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된다.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세굴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창근 : 공사하기 급급해 수리모형실험(대기·해양·하천 등의 흐름을 연구하기 위해 수조(水槽)내에 실제의 흐름과 유사한 흐름을 재현하여 관찰·측정하는 실험)을 형식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 낙동강사업 특위가 수자원공사 내부 문건이라면서 공개한 자료. 동그라미 친 부분이 세굴 현상이 발생한 부분이다. ⓒ낙동강사업 특위
"축소된 준설토, 1조 원이 줄어들었다"
프레시안 : 당초 계획된 것보다 준설토가 축소됐다고 했다. 낙동강사업 특별대책위원회는 그 양이 약 1조 원 정도 된다고 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박창근 : 당초 정부는 준설물량을 5.7억㎥(예산 5조1599억 원, 1억㎥ 당 0.9조 원)에서 4.5억㎥(공사비 4조725억 원 추산)로 축소됨에 따라 준설예산이 약 1조 원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1조 원의 돈이 공중으로 증발해버린 건가. 아님 누군가 착복한 건가.
박창근 : 우리가 수사권을 갖지 않는 이상,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프레시안 : 준설토가 기존에 계획한 대로가 아닌 축소돼서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나.
박창근 : 그럴 수 없다. 변경된다면 하천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준설토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하천량도 계획했던 것에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천기본계획은 다시 수립하지 않았다. 물론 대통령령에 따라 경미한 사안이 변경될 경우는 기본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 하지만 준설토가 계획보다 25%나 줄어들었다. 이건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안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이다. 줄어든 시점에 하천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다. 명백한 하천법 위반이다.
프레시안 :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공사를 진행해도 되는 건가.
박창근 : 공개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진행했으니 그렇다.
프레시안 :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여기서 15조 원을 더투자해 지천 사업 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창근 : 지천 사업 정비는 이미 과거에 경부운하를 한다고 할 때부터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거다. 본류의 물은 어디서 나오나. 바로 지천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천 수질 관리는 하지 않고 본류 수질 개선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했다. 주객이 전도된 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천 정비 사업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한 뒤, 지천 사업을 해도 늦지 않다.
프레시안 : 지자체의 공원 관리 비용도 엄청날 듯하다. 정부에선 연간 2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하지만 낙동강 특위에선 6000억 원이 든다고 발표했다.
박창근 : 그것도 보수적으로 잡은 거다. 국토부는 2012년 5월 14일 "2012 자연친화적 하천관리 워크숍"에서 2012년 국가하천 유지관리 예산이 1997억 원이고, 유지관리조직을 만들기 위하여 지방청에 62명, 지자체 180명, 수자원공사 236명, 하천보수원 300명 등 778명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수질악화로 부영양화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황토살포천 2척과 조류제거선 16척을 이미 도입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유지관리비에는 778명에 대한 인건비, 18척 선박에 대한 유지관리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다 농업용저수지 증고사업(96개)에 대한 유지관리비, 수질개선사업에 대한 유지관리비 등이 추가되어야 하고, 수자원공사가 투입한 8조 원에 대한 이자 4000억 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4대강 사업 이전 5년 간 국가하천유지관리에 투입한 예산이 연간 250억 원임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으로 유지관리비가 증가될 것이다.
우리는 4대강사업 유지관리비로 약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거기다 수자원공사 이자 4000억 원을 합하면 연간 1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이것은 모두 우리가 정한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한 게 아니다. 모두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가지고 계산한 거다. 그런데 정부는 자꾸 엉터리라고 한다.
▲ 2010년 6월, 한림수리모형실험연구소를 방문한 박창근 교수. ⓒ프레시안
"오죽 선전할 게 없으면 자전거 도로를 홍보하겠나"
프레시안 : 들어보니 4대강 사업은 앞으로도 관리, 보수에 천문학적인 돈을 써야 할 듯 싶다. 4대강 사업에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가.
박창근 : 무엇보다 부실 설계에 의한 부실 시공이 문제다. 하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연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인공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아주 나쁜 환경으로 바뀐 거다. 이 부분이 공학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프레시안 : 그래도 정부에선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며칠 전 4대강 사업으로 홍수 걱정은 사라졌다고 했다.
박창근 :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왜 작년에 왜관 철교가 무너지고 구미에서 치수보가 무너져 5~6일 동안 단수 사태가 발생했나. 지난 30~40년 동안 낙동강 지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된 뒤,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는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주보가 무너져도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있나.
앞으로 홍수 문제는 매년 반복될 거다. 4대강 사업은 쓸데없이 홍수 예방 사업을 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홍수가 발생하는 곳은 그대로 방치해두고 홍수에 안전한 곳에 괜히 손을 대서 홍수율만 증가시키고 있다. 보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강 흐름을 막기 때문에 홍수를 크게 만든다.
낙동강 지역은 100년 단위의 비가 와도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홍수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4대강 사업을 했다. 그러니 요즘은 정부가 오죽 선전할 게 없어 자전거 도로 이야기만 한다.
프레시안 :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창근 : 정부는 객관적인 점검단을 구성해 보의 안전성 문제를 밝혀야 한다. 또한 생명의 강 연구단 등 민간차원의 현장 조사단이 보의 안전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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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20일 4대강점검에 나선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린다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의 모습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린다)과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초생달 소속 장하나, 인재근, 김기식, 남인순, 진선미 의원과 유인태 의원 등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 10여명은 20일부터 1박2일간 탈핵·탈토건 현장투어에 나섰다. 이들은 첫날 일정으로 경북 고령군 우곡면 수박농가와 경남의 창녕합천보를 찾아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에서 모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버스에 몸을 싣고 침수 피해를 겪은 우곡면 노들리로 향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4대강사업 가뭄대비 거짓말, 가을비에 연리들 물바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다.
"7~8kg짜리 수박 수확량, 작년의 반도 안돼"
ⓒ민중의소리
경북 고령군 우곡면 연리들 마을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마을에 도착하자 우곡면 주민과 고령군 관계자 등 10여명이 의원들을 맞이했다. 우곡면 연리들 주민 곽상수 씨는 "창녕합천보 준공도 안한 상태에서 펌프장을 막으니 배수가 안돼 수박이 다 물에 찼다"며 "도청이나 군은 힘이 없다. 금배지 단 국회의원들이 좀 도와달라"며 호소했다.
그는 "고령군 수박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작년에는 7~8kg짜리 수박이 70%는 됐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7~8kg짜리 수박은 20% 밖에 나지 않았다"고 피해를 밝혔다.
연리들 주민의 말에 고령군 관계자는 "땅 속에 물이 차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비가 와서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우곡면 연리들 주민들은 장맛비가 제대로 배수되지 않아 수박 비닐하우스의 약 70%가 침수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같은해 12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에 들어선 합천창녕보의 침수 때문에 장맛비를 제대로 배수시키지 못했다면서 국가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경상북도, 고령군 등이 공동으로 조사용역을 실시해 보상대책을 마련할 것을 밝혔다.
농민들은 수박농사를 망친 것은 물론 다가오는 장마철에 올해도 침수 피해를 겪을까 걱정이 태산이라는 표정이었다.
"공사중 누수가 발생한다는 것 있을 수 없어...토목계의 수치"
ⓒ민중의소리
20일 찾아간 창녕합천보의 모습이다.
연리들을 떠난 일행은 창녕합천보에서 한국수자원공사 김완규 부사장, 김기호 낙동강 통합물관리센터장, 김상배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등으로부터 창녕합천보의 사업현황과 수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김기호 센터장은 사업현황에 대해 "지난해 홍수 때 일부 수문을 집중개방하면서 최대 9.7m 세굴이 발생했다"며 "점검을 해보니 안전에는 문제 없지만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합천보에는 누수와 세굴현상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지적이 잇따랐고, 자체 점검을 한 수자원공사는 보수공사를 진행해 왔다.
세굴현상이란 물의 흐름에 따라 바닥이 패이는 현상을 말한다. 보(댐)을 세워놓은 바닥이 파이는 것은 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장기간 누적되면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인 초생달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우려다.
김 센터장은 "지금 보강만으로 충분하다"며 "보강은 전체에서 완료됐고 정부 점검 결과 문제는 없었다"고 내세웠다. 그러나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는 "공사 중에 누수가 발생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일"이라며 "토목계의 수치"라고 반박했다.
김 센터장의 설명을 들은 뒤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김기식 의원은 "준공 허가가 나기도 전에 보강을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 단계에서는 예측하고 설계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30여분 동안 질의 응답이 이어지자 한국수자원공사 김완규 부사장은 정부 정책에 호의적인 그룹만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교수,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과 함께 4대강 조사를 실시할 뜻이 있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가뭄, 홍수 문제는 여전하다"
ⓒ민중의소리
20일 창녕합천보 현장을 시찰하면서 소수력 발전소를 찾은 19대국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모습이다.
토론을 마친 의원들은 두 팀으로 나눠 배를 타고 '에코사운딩'(음파로 수심을 체크하는 장비) 검사로 세굴 실태를 확인 하고, 소수력 발전소를 찾아 현장을 탐사했다. 현장조사에서 세굴은 9.7m로 측정됐고 소수력 발전소도 문제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 교수는 "낙동강 일대는 물이 많아 물을 푸는 시설이 제대로 안돼 가뭄이 있다"며 "가뭄 문제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또 "이명박 정권은 홍수도 잘 막았다고 하지만 홍수는 지천에서 일어난다"며 "지난해 홍수로 1조원 이상의 피해가 있었다. 홍수를 잘 막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21일 오전 10시 초생달 등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현장투어 이틀 날을 맞아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원전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들은 중앙제어실, 비상디젤발전기 등을 직접 확인하고 IAEA 안전점검 조사과정을 듣는 등 현장에서 문제를 점검해 볼 계획이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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