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시했다" 출입기자 오찬서 발언…"식사자리에서 정부비판은 이례적"
여론 비난에 외교부마저 청와대에 등 돌렸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비공개 밀실처리가 청와대 지시였다고 밝힌 외교통상부(외교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발언이었다.
이명박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발언이, 개인적인 폭로가 아닌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외교부도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동시에, 사실상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에 따르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일 기자들을 만나, 협정을 비공개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외교통상부가 하라고 해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당국은 일반과 관련해서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이 있으니까 국민감정을 잘 안다, 그래서 '밀실 처리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언론에 알리지 않고 의결한 것을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일본과 공조해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경계한다는 내용 그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처리한 '밀실처리'도 그에 못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안보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정부가 국회와의 논의는 물론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기습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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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일자 5면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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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비공개 처리를 청와대에서 지시했다'는 당국자의 발언은, 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경향신문이 5면 <외교부 "신중 처리 의견냈지만 청와대가 밀실처리 지시">에서, 국민일보가 3면 <청와대 "부처가 한 일" 외교부 "시켜서 한 일" 국방부 "상관없는 일">에서, 중앙일보가 5면 <외교부 "한·일협정 비공개, 청와대가 하라고 한 건데…">에서, 한겨레가 1면 <"한-일협정 밀실 처리, 청와대가 지시했다>에서, 한국일보가 <밀어붙인 청와대-눈치보던 외교부 '책임 떠넘기기' 추태>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 발언은 1일 외교부를 출입하는 7~8명의 기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나왔다. 오찬은 공식석상은 아니지만 브리핑이 아닌 편안한 자리라는 점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 브리핑보다 더욱 생생한 발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다.
한 출입기자는 이날 발언에 대해 "이례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그 동안 출입하면서 청와대를 겨냥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물론 작심하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외교부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으니 '억울하다'는 차원에서 설명하다가 오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런 발언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레임덕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겠나"면서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새누리당이 반대하니깐 다른 양상이 온 것이다. 당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레임덕 아닌가"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을 두고 외교부가 이번 파문의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외교부는 국무회의 날치기의 실무 주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한일 국방당국간 협상에 참여하는 등 협정 관련 실무에 관여하고 있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국방부와 함께 이번 논란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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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일자 3면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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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외교부의 정부당국자는 외교부 대변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당국자는 당시 민감한 발언을 하면서도 '비보도'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의 '공식적인 입'이 기자들이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직책인만큼 '이야기 되면 쓴다'는 기자와 언론사의 속성을 몰랐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교부가 언론플레이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국민을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국무회의 의결 전 외교부와 국방부 실무진이 국회 정책위에 가서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장관 옆에 배석했던 담당 실무자도 "지난 21일 여야 정책위의장에게 설명했다"며 "다음 국무회의(지난달 26일)에 상정할 것이라고 얘기도 했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대해 국회와 내용을 사전 공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정부내 각 부처에도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국무회의 안건을 즉석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한 외교부가, 야당이 알면 국무회의 상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텐데, 야당에게 사전에 국무회의 상정을 보고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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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외교통상부 장관
©CBS노컷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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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군사보호협정은 매우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고, 임 실장은 '장관께 보고드리겠다'고 답변하고 돌아갔다"며 "졸속 처리로 국민적 저항과 국제적 망신에 직면하자, 정부와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볼썽사납게 하더니, 이제 국회와 야당에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후안무치와 도덕불감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장관 간담회가 끝난 뒤, 외교부는 대변인실을 통해 "21일 정책위의장 보고시, 26일 국무회의 상정 등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내용을 정정했다.
[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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