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주를 요청해놓은 기장군 갈천리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장이 잦을 뿐 아니라 핵심인 원자로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1호기를, 시늉만의 안전점검을 거쳐 졸속으로 재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원자로의 노심과 기체, 액체 등 1차 냉각재를 수용하는 강철 용기인 원자로 압력용기는 원전의 안전과 직결되는 곳이다. 압력용기는 내부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지표인 최대흡수에너지가 68J(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90.4J이었던 것이 1988년과 1999년에 각각 54.7J, 54.9J로 측정돼 기준치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력용기가 내부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 강도인 ‘연성-취성 천이온도’ 수치도 크게 내려간 상태다. 30년 이상 운용되면서 더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고리 1호기의 압력용기를 사람으로 치면 골다공증에 걸린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안전점검에서 정작 압력용기 부분은 지난 2007년 30년의 수명을 다하고 연장할 당시의 서류만 검토하는 것으로 그쳤다고 한다. 주민들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점검을 불신하는 이유다.
또 고리 1호기가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원전사고로 원전 안전성이 강화되기 이전에 건설됐고, 압력용기를 충격에 취약한 용접재료로 이어붙였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게다가 고리 1호기 반경 30㎞ 지역은 300만명이 넘게 사는 인구밀집지역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안전규제를 강화하겠다며 만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정체성과 한계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제원자력기구가 고작 8일간의 점검을 한 뒤, 고리 1호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할 때부터 내심 재가동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실로 판명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인데도 어제 회의를 참관하려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끌려나와야 했다.
원전족의 이해와 원전 확대 정책에 복무하는 이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독립적 인사들로 다시 꾸려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