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뉴스’에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 폭로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 지속 실시” 적혀있어
<괴물> 등의 영화는 좌경화 예로 들어
“영화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고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청와대 지시로 문화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을 퇴출하는 작업이 진행됐음을 드러내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 기자는 19일 업로드한 팟캐스트 ‘발뉴스’ 5회분에서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고 “청와대가 국정원, 민정수석실,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수구 기득권 언론까지 앞세워 문화계 인사들의 강제 퇴출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가 공개한 보고서는 문화 권력을 “순수 예술활동보다는 문화를 수단으로 하여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지향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좌파에서 조직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진보 성향 인사들이 문화예술계를 끌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빚어진 이유에 대해 “보수를 대표하는 예총이 자리다툼에 치중하여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좌파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하에 문화 권력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
이 문건은 특히 영화계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낸다. 큰 흥행 몰이를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대해선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다고 평하고 있고, 박찬욱 감독의 흥행작 <공동경비구역 JSA>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의 이발사를 맡은 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국가 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고 명시했다.
이 보고서는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은 소리없이 지속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기관의 내부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좌파 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청산이 필요”하다며 “문화부의 지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원장을 교체한 이후 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BH는 민정을 통해 위원장의 인적 청산작업을 지속 감시, 독려”하도록 했다.
인적 청산 작업에 언론사까지 끌어 들이려한 정황도 엿보인다. 보고서에는 “메이저 신문과 협력하여 좌파 행적을 밝히는 기획물을 연재”한다는 내용과 함께 “과거 정부의 좌파 지원내역과 산하기관 장악 시나리오에 대한 국정원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메이저 신문과 기획을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적혀 있다.
자금줄을 끊는 것도 청산의 주요 무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화예술인 전반이 우파로 전향하도록 추진”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재부에 “문화부 예산을 정밀 검토하여 좌파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우파 지원사업에 대규모 예산 지원하고, 기업은 별도 협의를 거쳐 기부금 후원금 자체 투자 등의 형태로 문화예술 분야 건전화 지원하라”고 적혀있다. ‘사회 환원이 필요한’ 일부 기업들에 기부를 강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기자는 방송에서 “이 보고서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이후 탄력을 받아 대부분 공작이 실제로 진행됐다”며 “21세기 초반에 청와대가 나서 문화계 인사를 국민이 아닌 적대적 정치세력으로 보고 소탕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