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건 지난해 8월 22일. 1심 무죄 선고 며칠 뒤, 선양 한국총영사관에 국정원 소속 이인철 영사(대공수사팀 요원으로 추정)가 부임한다. 국정원, 항소심 유죄 만들기위해 선양에 대공요원 급파? 이 영사가 선양 총영사관에 급파된 목적이 무얼까. 항소심에서 유씨의 간첩혐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후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문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다. 유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로 ‘출입경기록’을 내세운 것이다. 확인 결과 이 문서는 국정원이 선양 총영사관으로 급파한 이 영사가 직접 개입해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증거가 위조논란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 3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위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류의 내용이 틀리다는 것인지, 절차가 잘못됐다는 건지, 아니면 두 부분 모두 잘못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절차상 위조’일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중국대사관 “위조? 사전 찾아보라” “관련자 처벌해야” 압박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의 입장은 확고하다. 중국대사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위조의 뜻에 이의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라”며, “법원에 제출한 공문은 완벽하게 중국의 조사결과를 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범죄 피의자들을 알려달라”고 압박했다. 검찰이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 ‘절차상 위조’에 대해 중국대사관이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셈이다. ‘절차’와 ‘내용’ 따질 필요 없이 문서 자체가 모두 위조됐다는 게 중국대사관의 입장이다. 21일 조백상 선양 총영사가 국회에 출석했다. 한두 곳 말을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진술은 위조 의혹 사건의 얼개를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선양 총영사 “문서는 국정원 소속 영사의 개인문건, 공증도 마찬가지” 오전 답변에서는 유씨의 ‘출입경기록’까지 포함해 3건 문서 모두 국정원 소속 “이 영사의 개인문서”라고 했다가, 오후에 ‘출입경기록’을 뺀 나머지 2개 문서(‘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과 ‘출입경기록발급확인서’)만 ‘외교경로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무튼 조 총영사의 진술로 “문서 모두 정상정인 외교경로를 거쳤다”고 강조해온 국정원의 주장이 뒤집힌 것이다. <국회 출석해 곤혹스러워 하는 외교부장관과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 조 총영사는 위조 논란에 휩싸인 중국 공문서에 대해 “(국정원 소속) 이인철 영사가 유관 정보기관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중국어 내용의 요지를 정리하고 확인한 문서”라고 밝혔다. 이 영사도 누군가로부터 문서를 전달받았다는 얘기다. 또 이 영사의 ‘공증 행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건의 영사 공증은) 이 영사가 요지를 번역하고 사실이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개인문서’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선양 총영사관이 (중국 쪽에) 정식으로 발급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열쇄는 국정원 대공파트 소속 이인철 영사 조 총영사와 검찰, 외교부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위조 의혹 공문서의 생산·전달된 과정은 <제3의 인물(국정원 요원?) 문건 확보 -> 이 영사에게 전달 -> 공증 -> 국정원에 전달 -> 검찰 증거로 제출>로 정리된다. 결국 열쇄는 국정원 소속 이 영사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위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려면 세 가지가 우선적으로 규명돼야 한다. ▲ 이 영사가 누구로부터 관련 공문서를 받은 것인지 ▲ 건네받은 공문서가 중국정부가 위조라고 주장하는 문서와 동일한 것인지 ▲ 문서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공증한 이유가 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조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대검과 국정원의 관계는 ‘공생관계’라고 봐도 될 만큼 돈독하다. 공안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국정원이 수사를 전담해 관련 정보를 넘기면, 검찰은 이를 토대로 공소장을 쓰는 게 관례다. 대공 수사의 경우 검찰의 역할은 국정원의 ‘기소 대행기관’에 불과하다. 국정원은 ‘미제사건’으로 몰아갈 게 분명 과거 간첩사건에서 ‘영사증명서’와 ‘공증’이 조작된 경우 또한 적지 않았다. 상황에 맞도록 꿰맞춘 ‘주문 생산 문서’나 다름없는데도 그대로 법원에 제출돼 유죄 판결의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노출이 철저하게 제한돼 있는 정보기관이 꾸민 일이고, 그 배경무대가 국내가 아닌 해외라면, 국정원이 나서서 모든 것을 실토하지 않은 이상, ‘심증’이 아무리 두텁다 해도 ‘물증’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입’이 중국정부를 계속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국회 외통위. 새누리당 의원들은 간첩 조작 의혹에 대해 ‘위조 판단을 내린 중국대사관을 향해 황당한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정부 자극 '당황한 새누리당의 입’이 돌발변수 윤상현 의원은 “의심해야 할 곳은 선양 총영사관이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이라며, “중국대사관과 (위조 사실을 폭로한) 민변 사이에 커네션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중국정부는 어떻게 반응할까?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의혹 사건을 통해 재확인된 게 있다. 국정원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대공수사권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해외 유수의 정보기관들은 수사권이 없는 순수한 정보기관이다. 사건의 윤곽이 거반 드러났다. 국정원은 위조 의혹을 ‘미제사건’으로 만들려 할 테고, 새누리당과 검찰은 어떻게든 국정원을 두둔하려 들 것이다. 잘 될까. 여론의 비판과 중국정부의 반발까지 누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국정원일까.
드러난 증거위조, 국정원 미제사건 만들려나?
선양 총영사 “문서는 국정원 영사의 개인문건, 공증도 마찬가지”
육근성 | 2014-02-22 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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