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우성씨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사문서를 위조하고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한 국정원 협력자 김씨에 대해 모해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법 적용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VS 모해증거인멸죄 김씨에게 간첩 혐의를 씌울 목적으로 위조행위가 이뤄졌다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위조·날조 혐의를 적용했다. 국가보안법 제12조 (무고, 날조) ①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국가보안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②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 간첩혐의로 처벌하기 위해 증거를 위조한 경우 형법상 간첩 행위와 동일한 중형에 처해진다는 얘기다. 김씨의 혐의는 ‘국보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모해증거인멸죄를 적용해 영장을 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모해증거인멸죄는 재판을 받은 사람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증거을 위조한 경우를 말한다. 법정 최고형은 최고 징역 10년이다. 하지만 형법상 간첩행위에 대한 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모해증거인멸죄에 비해 훨씬 무겁다. ‘처벌 가볍게’ 검찰 치고나가자 보수언론 지원사격 보수언론들이 검찰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보법상 무고·날조죄가 아닌 모해증거인멸죄를 적용한 게 맞다고 주장한다. 증거위조에 의해 새롭게 수사가 시작된 게 아니라 이미 간첩혐의로 재판 중인 사건이었던 만큼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검찰이 유씨가 간첩이라고 믿고 시작된 수사인 만큼 문서위조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객관적 진실’이 결여돼 있다고 해도 ‘주관적 사실’만으로도 간첩 수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에게 가급적 형량이 가벼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검찰. 왜 그럴까. 제 식구 감싸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위조사실을 알았거나 의심하면서도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면, 담당 검사들 모두 공범이 돼 김씨에게 적용된 동일한 법 조항에 의해 처벌받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검찰과 국정원, 위조사실이 밝혀진 이상 사실상 '공범' 관계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위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여럿이다. 검찰은 위조로 밝혀진 문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출입경기록을 놓고 수상한 행태를 보였다. 검찰 위조 사실 인지? 최소한 미필적 고의 국정원이 처음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들고간 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당시 검찰은 ‘문서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반려했다. 검찰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입경기록을 입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1심 판결 두 달 전 검찰이 직접 중국정부에 출입경 기록 발급을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는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거절 당한 지 불과 15일만에 국정원으로부터 허룽시 관인이 찍힌 문서를 건네받았다. '발급 불가'에 대해 이미 학습이 돼 있던 검찰이다. 아무런 의심 없이 '진본'이라고 믿었을까? 정상 경로로 입수된 문서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덥석 받은 게 확실해 보인다. 거짓말도 했다. 재판부를 향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발급 사실이 맞다는 사실조회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이 사실조회를 신청한 건 위조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2013.11.1)한 뒤 4주가 지난 후(2013.11.27)였다. ‘국보법 바이블’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유씨가 간첩이라고 믿고 한 수사였고, 위조된 증거가 제출되기 전 이미 재판이 시작됐기 때문에 국보법상 무고·날조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보수언론. 또 같은 이유로 김씨에국보법 위반죄를 적용하지 않은 검찰. 국가보안법 권위자의 견해는 어떨까. 이 분야의 ‘바이블’로 통하는 저서가 있다. 공안정권의 핵심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펴낸 ‘국가보안법’이 그것이다. 이 저서에 의하면 이번 위조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국보법상 무고·날조죄를 적용하는 게 맞다. 황 장관은 저서에서 ‘위조를 의심해볼만한 상황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국보법 위반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결과를 확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더라도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국보법상 날조혐의 적용이) 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필적 고의, 위조증거 사용 모두 국보법상 무고·날조죄” 위조가 의심되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국보법의 ‘바이블’은 ‘미필적 고의’라고 해도 국보법 위반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이 ‘바이블’은 국보법상 무고죄에 대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유씨가 간첩이라고 믿었다는 ‘주관적 심증’은 ‘객관적 진실’이 될 수 없다. 김씨와 국정원 관련 직원들을 얼마든지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블’의 논거대로라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검사들도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위조·변조된 증거의 사용도 국보법상 날조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위조된 문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행위는 명백하게 ‘위조 증거의 사용’에 해당한다. <'유우성 간첩 만들기'에 열 올리고 있는 TV조선> 황교안과 공안정권의 자승자박, 어떻게 벗어날까? ‘바이블’은 이번 사건 연루자들이 국보법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도록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 놓았다. “국보법상 무고·날조죄는 형법상 모해증거인멸 등의 죄에 대응하는 것으로 요건이 충족되면 국보법이 특별법으로 형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하며, 검찰의 위조문서 증거 제출 행위 역시 국보법상 날조라고 정의한 ‘국보법 바이블’. 게다가 국보법이 형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이라는 주석까지 달아놓았다.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검사들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판국에 국보법을 적용하자니 형량이 너무 무겁게 되고, 그렇다고 단순 증거위조와 위조증거물 행사 혐의를 적용하자니 여론의 비난이 빗발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관련 검사들이 국보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으려면 유우성씨가 간첩이 돼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간첩 만들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유씨 2심 판결이 코 앞이다.
검찰 ‘국보법 자승자박’, 어떤 선택할까?
“미필적 고의, 위조증거 사용 모두 국보법상 무고·날조죄”
육근성 | 2014-03-17 11: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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