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26억 대북송금 브로커"?…"5명 도와줬을 뿐"
보수언론, 검찰발 '증거위조 의혹' 물타기?
"이번에는 '대북 송금 브로커'?" 보수 성향 언론들이 유우성 씨에 대해 "유우성은 북한에 26억 보낸 송금 브로커"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7일 이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 씨의 부친이 북한에 거주해 송금이 쉬웠다고 한다. 유 씨는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일을 했다. 탈북자들의 돈을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송금하면 북한의 유 씨 아버지가 받아 전달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유 씨가 송금에 관여한 돈은 총 26억 원이며, 이 중 30% 정도인 8억 원가량이 유 씨와 가족들이 받은 수수료"라고 구체적인 송금 규모까지 제시했다.
<조선일보> 역시 "(유 씨가) 2년 반 동안 26억 원을 북한에 송금하고 4억 원을 벌었으며, 중국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포착됐다"며, "검찰은 중국과 북한 국경을 수시로 출입해야 하는 송금 브로커 사업이 북한 보위부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검찰 측 주장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 유 씨의 영국 어학연수 시절 올린 페이스북 여행 사진을 게재하면서 "유럽 여행 즐기는 유우성 씨"라면서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넉넉한 생활을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유 씨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세계일보>도 14일 "'평범한 사람'이라던 유우성, 대북 송금 브로커였다"라는 기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차이가 있다면 17일 보도된 <중앙일보>,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26억 원'이라는 구체적 송금 규모가 제시된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유 씨의 '수익'에 대해 <중앙일보>가 8억 원, <조선일보>가 4억 원으로 제시하는 등 정확하게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못 하다.
이들 신문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의혹의 근거는 유 씨가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2009년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 씨가 '망명을 시도했다'고 해서 알려진 영국 어학연수 시절 프랑스 여행 사진을 근거로 "형편이 넉넉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 씨 측의 입장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유 씨의 반박은 <일요신문>에 소개돼 있다.
유 씨는 '브로커' 의혹에 대해 "우선 그 업무를 전혀 한 적 없다. 다만 주변에 탈북자 친구들이 북한에 있는 자신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싶어 해서, 그런 일을 하는 아는 친척 분에게 소개시켜준 일은 있다"고 해명했다.
유 씨는 이어 "10년간 정확히 5명에게 도움을 줬다.
2009년 당시 국내 조사기관도 이 사실을 인정해, 대북송금 업무 혐의에 대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유 씨의 설명에 따르면, 유 씨 가족은 재북화교이고 친척 중에 대북송금 일을 하는 분이 있지만, 유 씨의 부모는 중국에서 생활용품을 떼다 북한에 소매로 파는 장사를 하던 분으로 대북송금을 업으로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유 씨는 "대북송금 일은 재북화교와 북한 회사들도 많이 하는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씨는 "아버지께서는 북한과 중국을 왕복하실 수 있어서, 소일거리 삼아 몇 번 친척의 부탁을 들어주셨던 게 전부"라고 했다.
<조선일보> 등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유럽여행'에 대해서도 유 씨는 적극 해명했다. 그는 "2008년 영국에서 6개월간 세차장 일을 하며 알뜰이 생활했다"며, "내 평생 언제 돈이 있어서 유럽으로 가보겠는가. 귀국하기 전 그동안 모은 약소한 돈으로 기차를 타고 프랑스로 갔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궁핍한 대학생 여행을 했다. 하루는 민박에서 자기도 하고 에펠탑 근처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며, "만약에 내가 부유했다면 프랑스만 갔겠는가? 바로 옆 스위스도 가고 싶고, 독일도 가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을 때였는데 재정 여건으로 결국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고 반문했다.
'북한에서 중산층 이상이라고 들었는데, 연세대 편입 후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할 때 한 달 2만 원을 벌었는데, 북한에서 의사는 돈을 평균 이상으로 버는 직업"이라며, "북한에서 35평대 주택에 산 건 맞지만 중국으로 넘어올 때 350만 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쉽게 말해 북한에 있던 가족들이 고급 아파트를 팔아서 내게 돈을 부쳐줘도 한국에서는 세 달도 못 버티는 값"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북한에서 의사였던 유 씨가 중산층 이상의 제법 여유로운 삶을 살았던 것은 사실이고, 재북화교인 유 씨가 대북송금 일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일이 있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었으며, 영국 어학연수 시절 프랑스 배낭여행을 한 것은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인데 막대한 자금이 드는 것처럼 과장됐다는 것이다.
대북송금 관련 내용도 유 씨의 1심 재판 때, 검찰이 '북한 보위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정황 증거로 주장했으나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출하거나 의견 개진하지 않았고, 재판에서도 잠깐 언급되고 넘어간 정도라고 한다.
오히려 검찰이 이미 지난 일을 다시 꺼내들며 유 씨의 간첩혐의를 부각시키기 위한 '언론 플레이'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이 유 씨의 해명도 없이 관련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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