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메일 주소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두말 할 나위 없이 정상이 아니다. 기억력에 큰 문제가 있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현직 국가정보기관 직원이라니 어이없다. 제 전화번호도 기억 못하는 국정원 직원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원세훈 대선개입 사건 재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인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장, 검사, 변호인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검사: 011-000-0000, 이 번호는 증인이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가 맞습니까? 김씨: 그 번호인지...아마도... 재판장: 증인의 핸드폰 번호도 기억 안 납니까? 김씨: 네.... 검사: kim****@yahoo.com, 이것 증인 메일 맞나요? 김씨: 잘 모르겠는데요. 검사: ..... 그렇게 검찰에 진술한 적 있나요? 김씨: 기억이 안 납니다. 그렇게 진술했다면 착각했던 겁니다...받은 건 맞지만... 재판장: 증인은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그러자 김씨 변호인이 나섰다. “증인은 검찰에 체포된 이후 기억력에 문제된 적 있나요? 의사 소통에 지장 있나요?” 이런 식의 질문을 던져 김씨를 감쌌다. 자신의 전화번호도 모를 만큼 기억력에 문제가 있고, 간단한 질문에 횡설수설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정보기관 현직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을까? ‘바보’가 돼서라도... 기막힌 ‘바보놀이’ ‘바보’가 돼 달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이렇게 해서라도 구속 수감 중인 자신들의 전 수장을 보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검찰은 김씨의 메일함에서 30여개 트위터 계정을 발견한 바 있다. 이것이 트위터 대선개입 수사의 단초가 됐다. 이렇게 중요한 증인이 기억력 운운하며 ‘모르쇠 전법’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모르쇠 직원’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조만간 검찰도 국정원 직원처럼 ‘바보 놀이’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우성씨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서다. 증거 위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 먼저 조작에 개입한 범법자들을 찾아내야 한다. 깃털 몇 개 뽑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사건 전모를 밝히는 것은 물론, ‘윗선’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도 당했다”며 일찌감치 꼬리자르기에 돌입한 국정원을 상대로 검찰이 얼마큼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할지 의문이다. 공안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국정원과 항상 ‘한몸’이었다. ‘동지’를 다그쳐서라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정의감이 검찰에게 있을까. 검찰, 간첩사건 수사검사들 어떻게 처리할까 간첩사건 검찰 수사팀 처리 문제. 국정원 수사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국정원으로부터 ‘유우성 간첩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보완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증거조작 여부를 알았는지 밝혀내는 것 또한 검찰이 해야 할 숙제다. ‘동료’가 저지른 범죄행위라 할지라도 사실대로 파헤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검찰에게 남아 있을까. 수사검사들이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최소한 위조 가능성 정도는 충분히 염두해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작된 문서를 두고 “정상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입수한 것”이라고 우기다가 위조 사실이 드러나자 말을 바꾼 게 어디 한두 번인가. 1심에서는 중국에서 찍은 사진을 북한에서 촬영한 거라며 핵심 증거자료로 재판부에 냈다가 유씨 변호인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똑똑한 검찰’이 왜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된 사건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건지. 위조사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수두룩 ‘모르쇠 전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증거 위조 사실을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고위인사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을 믿지 않으면 검찰이 어떻게 수사할 수 있느냐”고 대답했단다.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럼 국정원이 검찰을 속였다는 말인가. 1심에서도 ‘가짜 증거’를 제출해 망신을 당한 검찰이 2심에서는 위조된 증거로 재판부를 속이려 한 것이다. 이목도 있으니 일단 담당 수사검사들을 불러 조사는 할 것이다. 하지만 사법처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수사검사들이 위조 의혹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저술한 '국가보안법'은 "미필적 고의라도 국보법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형량은 간첩죄에 준한다. 최소 7년 징역형. 동료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릴 검찰이 아니다. 검찰의 특기 중 하나가 ‘제 식구 감싸기’ 아닌가. 검찰도 이미 ‘모르쇠', '바보 놀이'할 게 뻔하다 모른다고 할 것이다. 문서 발급도 관할기관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도장 또한 육안으로도 날조된 거라는 게 확인될 정도다. 그런데도 ‘진짜’ 인 줄 믿었다고 우긴다면 스스로 ‘나는 바보’라고 외치는 거나 다름없다. ‘동아일보’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블랙요원인 김모 과장 등 국정원 직원들이 ‘문제의 문서들은 검찰 측이 먼저 제안해 입수를 시도했으며 입수 경위도 검사에게 상세히 설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수사검사가 위조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수사검사들의 대답은 ‘몰랐다’일 터. 검찰은 이 답변이 사실이라고 우길 것이다. ‘몰랐다’는 말을 풀어쓴다면 ‘기본적인 것도 놓칠 정도로 실력이 없고 무능하다’ 쯤 될 게다. ‘무능한 바보’가 돼서라도 사법처리를 피하려들 게 확실해 보인다. 검찰과 국정원에 이렇게 ‘바보’가 많은 건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똑똑한 검찰과 국정원, 영영 기대할 수 없는 환상일 뿐인가.
검찰과 국정원의 ‘모르쇠’, 기막힌 ‘바보 놀이’
왜 이렇게 ‘바보’가 많은 건지 말문이 막힐 뿐
육근성 | 2014-03-18 10:31:38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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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직원, 자신에게 쓴 메일도 "기억 안난다"
원세훈 대선개입 재판 증인 나와 수사 단초된 내용 “모르겠다”
휴대폰 번호 등도 ‘모르쇠’ 일관, 재판장 “묻는 말에 답하라” 지적
“011-○○○-○○○○는 증인이 사용한 휴대전화번호 맞습니까?”(검사)
“그 번호인지 (아마) 있을 겁니다.”(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
“증인이 쓴 핸드폰 번호도 기억 안 나요?”(재판장)
“네….”(김씨)
“kim*******@yahoo.com은 증인 메일 맞습니까?”(검사)
“잘 모르겠는데요.”(김씨)
방청석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여러 차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59)씨는 자신이 사용한 휴대전화나 전자우편 계정이 맞는지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조차 “모르겠다”며 답을 회피했다.
이날 김씨의 증인신문은 검찰과 변호인 양쪽에 모두 중요했다. 지난해 검찰은 김씨의 개인 전자우편을 압수수색해 2010년 2월~2013년 9월 김씨가 ‘내게 쓴 메일함’으로 보낸 메일 수십통을 확보했다. 여기서 30여개 트위터 계정과 비밀번호, 사용한 직원 이름이 적힌 ‘시큐리티’ 파일을 발견했는데, 이는 트위터를 통한 대선개입 수사의 단초가 됐다. 이 파일이 증거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원 전 원장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김씨는 법정에서 “여기저기서 자료를 긁어모은 뒤 내게 쓴 메일로 보낸 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트위터 계정이나 여론조작용 ‘이슈 및 논지’가 담긴 메일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묻자 “기억 안 난다”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다만 이 메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거나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준 적은 없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2년 2월 심리전단 안보5팀이 신설되자, 자신이 만든 트위터 계정 15개와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계정 15개를 합해 모두 30개 계정으로 트위터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파트장으로부터 구두 또는 전자우편으로 전달받은 국정원 차원의 ‘이슈 및 논지’를 정리해 전자우편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기억이 안 난다.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다면 뭔가 착각이었다. 이슈를 파트장으로부터 받은 건 맞지만 논지는 스스로 작성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씨는 검사가 묻는 말에도 계속 “기억 안 난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판장이 “다른 얘기 하지 말고 묻는 말에 답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급기야 변호인이 “증인은 검찰에 체포된 이후 기억력에 문제 된 적이 있나” “평소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지장이 있나”라며 김씨를 감싸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하루에 트위터 글을 30~50건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직접 작성한 것은 3~4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리트위트(재전송)라고 밝혔다. 재판장이 “하루 종일 하는 업무가 이게 전부냐”라고 묻자 “그렇다. 나머지는 (인터넷) 검색”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쪽은 검찰이 공무상 비밀이 들어 있는 김씨의 개인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승낙을 받지 않았으므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김씨는 “개인 컴퓨터에는 비밀자료가 없다”고 밝혀 원 전 원장 쪽 주장과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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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국정원 댓글 직원들 돌연 '모르쇠'
원세훈 재판에서 진술 번복
본인 휴대폰 번호도 “모른다”
“그렇게 길게 얘기했다니 제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는 30여년 경력의 국정원 직원들이 “기억 안 난다”, “검찰 조사 때는 위축돼 정신이 혼미했다”며 검찰에서 한 진술을 잇따라 뒤집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33년 베테랑이라는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씨는 검찰 조사 때 했던 말을 대부분 번복했다.
검찰이 김씨의 진술이라며 “매일 하달되는 내용이 정치적 중립과 어긋날 때가 종종 있어 일선에서 활동하는 파트원으로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태산4(taesan4) 계정이 내가 쓴 게 맞다. 태산 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살아가야겠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초년병부터 묵묵히 일했는데 진급도 안 시켜주고 말년에 이런 일로 문제되니 초조하다”는 등의 발언을 법정에서 읽어주자, 그는 “그렇게 길게 얘기했다니 제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제가 일목요연하게 진술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10월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 대해 “그날 아침 키 크고 덩치 크신 팀장(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오셔서 ‘너네 말이야, 무조건 진술해야 네가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압박이 상당해서 뭐라도 얘기 안 하면 다칠 것 같았고…, 제가 이 자리(법정)에 앉아 있지만 지금 제가 아닙니다. 저는 혼이 딴 데 가 있습니다”라는 말도 했다.
김씨는 체포된 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모두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서 내용을 읽고 서명했다. 재판장이 “그 당시 왜 조서에 서명했는가”라고 묻자, 김씨는 “30여년간 열심히 일하다가 순식간에 자식들 보는 앞에서 체포돼, 제가 쌓아온 게 모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 변호사님이 들어오셨지만, 저라는 인간의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초인종 누르는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라고 답했다.
전날 법정에 선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휴대전화 번호나 자신의 전자우편 주소가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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