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국정원 '증거조작' 팀장이 증언 유출 '언론 플레이'도 주도

道雨 2014. 4. 12. 10:48

 

 

 

국정원 '증거조작' 팀장이 증언 유출 '언론 플레이'도 주도

 

 

탄원서 유출 피해 탈북자
“문화일보에 기사 항의했더니 국정원 팀장이 선물들고 찾아와 ‘소송 말라’ 회유하고 계속 전화”
‘증거조작’ 국면 전환 시도 의혹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ㄱ씨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정에서 비공개 증언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이아무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처장(3급·팀장)이 ㄱ씨를 찾아와 “증언 유출을 문제 삼지 말라”며 회유한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증거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처장이 정보 유출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일 <문화일보>가 나의 탄원서 내용을 보도한 뒤, 문화일보에 ‘소송을 걸겠다’고 항의하자, 이 처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만나러 오겠다는 걸 거부하자, 다음날 점심때 회사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부하 직원 한 명과 함께 쇠고기 선물세트를 사들고 찾아와 ‘아들과 딸을 찾아주겠다. 소송은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처장은 이후에도 전화를 걸어 거듭 회유했다고 ㄱ씨는 말했다.

 

 

이 처장은 국정원이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도록 해 파문이 인 유우성(34)씨 사건 수사를 지휘한 팀장이다.

4급인 대공수사국 김아무개(48·일명 ‘김 사장’·구속기소) 과장, 자살을 기도해 입원중인 권아무개(51) 과장과 함께 증거조작 관련 회의를 주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ㄱ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는 ‘지난해 12월 비공개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이 북한 보위부에 알려져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재판은 판사와 검사, 유씨, 유씨의 변호인 2명만이 참석해 비공개로 열렸기 때문에, 탄원서 내용이 공개되자 유씨 쪽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처장이 이런 점에 착안해,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탄원서 제출 사실을 의도적으로 특정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ㄱ씨는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이 처장이 자신에게 “탄원서 내용에 대해 <동아일보>와 인터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위험한 상황이어서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이미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나갔다고 한다.

ㄱ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나 살자고 새끼들을 죽일 수 없다’며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동아일보는 ㄱ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터뷰를 내보내지 않았다.

 

 

이 처장은 동아일보 인터뷰 게재가 불발되자, 다른 2개 언론사를 소개해줄 테니 다시 인터뷰를 하라고 ㄱ씨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ㄱ씨는 북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문화일보에서 탄원서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충격에 빠진 ㄱ씨가 문화일보 쪽에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 처장이 회유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ㄱ씨는 7일 “유씨 공판에서 한 비공개 증언 사실과 탄원서를 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가 위험에 빠졌다”며, 자신의 증언 내용과 탄원서를 언론에 유출한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병현)는 9일 ㄱ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