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1번어뢰 사고지점서 90m떨어져…사고와 무관”
김황수 교수 유실물·어뢰 위치분석 “잠수함충돌론 설명가능” 군 “절대 불가능, 용골 왜 위로 휘였나”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5-01-16)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여러 침몰원인 가운데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는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가, 이번에는 폭발원점(사고원점 또는 반파원점)으로부터 약 90여m 떨어진 곳에서 1번어뢰가 발견된 점을 들어, 천안함 사고와 1번어뢰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봐도 천안함 침몰원인은 어뢰밖에 없으며, 잠수함 충돌론은 의문을 위한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김황수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천안함 폭침론을 부정하는 사건현장의 유실물 분포현황과 충돌론을 뒷받침하는 합조단 보고서 내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천안함 합조단 보고서에 있는 그림(보고서 108쪽 <그림 3장-2-6> ‘1구역 선체 식별 및 인양 현황’)에 적시된 폭발원점의 위치와 실제 좌표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림을 보면, 천안함 단정엔진커버(인양)와 게 통발(미인양) 사이의 지점이 폭발원점으로 표기돼 있으나, 실제 좌표는 그보다 약 93m 위쪽인 가스터빈 및 가스터빈실 발견지점이라고 김 교수는 지목했다.
가스터빈실 좌표는 지난 2010년 5월 24일 박정이 합조단 군측단장이 국회 천안함 특위에 나와, 박영선 당시 민주당 위원의 질의에 대해 “가스터빈의 위치는 북위 37도55분45초, 동경 124도36분02초”라고 밝혔다. 이 좌표는 폭발원점의 좌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위치이다.
보고서엔 가스터빈실의 좌표를 기록해둔 것은 없으나, 유실물 그림(108쪽)에 그 위치는 표기돼 있다. 여기에 따르면 가스터빈실은 선체를 포함한 여러 유실물 가운데 가장 위쪽에 있다. 그러므로 가스터빈실의 위치가 곧 천안함 폭발원점의 위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합조단은 약 93m 아래 유실물 사이로 폭발원점을 뒤바꿔 보고서에 기재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 그림의 폭발원점을 가스터빈실 발견지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1번 어뢰 잔해의 발견 지점에 대해 김 교수는 이른바 폭발원점과 거리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보고서 195쪽(그림 3장-8-2 ‘증거물 수거지역’)에 나와있는 어뢰 수거 작업 좌표와 어뢰발견추정 지점을 각각의 좌표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북위 37도55분42초, 동경 124도36분02.5초로 나오며, 이는 폭발원점으로부터 약 98m 아래 쪽에 떨어진 장소이다.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어뢰가 폭발해서 천안함을 두동강 낸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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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108쪽. 1구역 선체 식별 및 인양현황. 김황수 교수가 일부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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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천안함 1번어뢰를 수거했다는 좌표 구역과 이를 방향을 정확히 수정한 좌표(아래). 사진=김황수 교수 |
김 교수의 분석은 어뢰의 발견장소가 곧 폭발장소라는 것을 전제로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뢰 폭발장소와 발견장소가 정확히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기껏 10여m 안팎일 것”이라며 “작용 반작용 법칙에 의해 폭발순간 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진행하던 운동량과 폭발했을 때 뒤로 밀리는 운동량이 상쇄돼 거의 그 자리여야 천안함에 적용이 가능한데, 100m 가까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쌍끌이 작업을 통해 어뢰를 수거한 것과 관련해, 작업장 부근에 가스터빈, 가스터빈실, 가스터빈 덮개 등 수십톤의 철구조물이 있는 곳에서 작업했는데도 그물이 멀쩡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의문을 제기했다.
1번어뢰는 2010년 5월 15일 인양한 반면, 가스터빈실은 그달 19일에 인양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가스터빈실이 그대로 있는 자리에서 쌍끌이 작업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현재 천안함 선체의 손상형태를 두고, 어뢰폭발 보다 잠수함 충돌론으로 설명이 더 잘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어뢰폭발로 생긴 버블제트와 물기둥에 의한 충격힘은 물기둥 원 중심에 대해 대체로 대칭적이며 수직 상방향(上)이나, 함수와 함미를 이어주는 갑판 구조물들이 부분적으로 붙어있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며 “솟구치는 물기둥은 부채꼴 형태로 위로 퍼져나가므로, 이 타원 안 부분 형체들은 당연히 양 옆 갑판 쪽으로 젖혀 있어야 하지만, 실제 천안함 상갑판은 일부 이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천안함 선저 절단면이 한 곳이 아니라 가스터빈 외파의 길이인 10m 간격으로 두 곳에서 절단된 점을 들어 “정작 합조단 보고서에서 ‘버블제트에 의한 소성파괴 시물레이션’을 보면 절단면이 대체로 단일면으로 나오는데, 이와 천안함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우현쪽 함수와 함미에 선체 변형주름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난 점도 폭발이 대칭적으로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다르다고 제시했다.
이에 반해 잠수함과의 충돌로 상정할 경우를 두고 김 교수는 “잠수함 충돌에 의한 ‘충격힘’은 상방향과 선체길이의 수직방향 및 평행방향으로 작용하며, 충돌시간에 따른 함수(값) 즉 동적으로 나타난다”며, “천안함 가스터빈실 중앙선저 바닥 가까이 잠수함이 밀고 들어와 천안함이 잠수함 위에 걸쳐질 때, 소성파괴(변형이 커지다가 파괴되는 현상)와 절단된 뒤 상부 갑판은 찢어지는 형태로 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 천안함 상태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함수의 함교 쪽의 견시데크 부분에 둥그렇게 찌그러진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함수가 잠수함위로 걸쳐지는 와중에 충돌 힘을 받아 눌린 흔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폭발로는 (옆에 있는) 이 곳이 찌그러질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수가 TOD 상에서 사고 직후 200도 가량 회전한 이유와 관련해,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지형의 조류는 남동쪽 한 방향”이라며, “회전각은 최대 90도이며, 여러번 실험해보니 실제로는 30~40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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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수의 견시데크에 있는 찌그러진 모습. 사진구성=김황수 교수 |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폭침론이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다른 가능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잠수함 충돌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가설이라고 군은 전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폭침론이 100% 증명안된다 치더라도, 다른 가능성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며, “잠수함 충돌론은 의문을 위한 의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천안함 사고 당시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를 했던 김 대변인은 어뢰발견위치와 폭발원점에 거리차가 있는 것에 대해 “당시 취재하기로 천안함이 샤프하게 확 잘리고 배가 뒤집어졌다”며, “그 이후 위치에 따라 조류에 밀려서 끌려내려가 (어뢰발견) 위치가 조금 바뀌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그 쪽 주장이 맞다면, 미국의 가장 작은 잠수함이 8000톤 짜리인데, 이런 규모의 잠수함은 깊이가 30m 정도 되니 47m 정도의 수심에선 제대로 잠수하지 못해 옆으로 기동하다 들이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옆에서 들이받은 흔적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더구나 용골대가 하늘로 휘어져 있는 것을 잠수함 충돌로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그런데 어떻게 용골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느냐. 절대 잠수함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사람들이 주장하려는 것은 어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고, 결국 어뢰가 가짜다, 자작극이다 라고 하고 싶은 것 아니냐”며, “그 말이 맞으려면, 북한이 과거에 쐈던 어뢰를 우리가 우연히 건졌거나, 우리가 급조해서 만들어 건졌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해역의 바닷 속에서 은밀히 어뢰 실험을 했을 리 없으니 결국 우리가 조작했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최소 조작과정에 50명은 동원돼야 하지 않느냐. 이들의 입을 닫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황수 교수는 김 대변인의 주장을 두고 “내가 상정한 충돌 모형은 잠수함 앞 부분이 선저를 들어 올리는 충돌로, 옆구리 충돌이 아니다”라며 “들어올리니 용골이 휠 수 있는 것이며, 충돌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 가지수가 나온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어뢰잔해는 작은 무거운 쇠덩어리이므로 조류에 떠내려온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정 주장하고자 한다면 실험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