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세월호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다. 특조위원장 농성까지 부른 정부의 ‘세월호 몽니’

道雨 2015. 4. 29. 13:06

 

 

 

세월호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다

 

 

 

몇년 전 전인권 콘서트의 제목이 바로 이랬다.

‘폼 잡는 건 쉽지, 폼 나는 게 어렵지’.

그렇구나 싶었다. 폼이야 누구나 그럴싸하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폼이 나려면 명실공히 안과 밖이 어울리고, 내면에서 우러나온 무엇인가가 바깥을 자연스레 폼 나게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지금 광화문에선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길바닥에서 농성중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5월1일까지 광화문에서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특조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을 뿐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이 온 국민이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보았던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특조위의 활동을 격려하고 엄중한 조사를 당부한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여론에 떠밀려 특조위를 만들었지만,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린 시간벌기용이 아니었나 싶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은 특별조사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특조위는 정부나 관계기관의 간섭이나 개입에서 벗어난 독립된 조직이어야 하는데, 조사 범위를 정부기관이 정한 대로 하고, 결과도 정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토하는 수준으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특조위나 특검은 비상한 경우에 만들어지는 것이며, 기존의 조직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움직인다는 상식을 뒤엎는 조직이 된 것이다.

활동을 시작한 지 한달이 넘도록, 1원의 예산도 지원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느닷없이 날아간 남미의 어디선가 과로해서 인두염을 얻어 청와대에서 와병중이라는 소식만 들린다. 요즘 같아서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없어도, 국무총리가 없어도 그냥 돌아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임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보수 정객은 박근혜 정부를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무엇보다 함량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설마했는데 정말 그렇다.

총리 후보자 지명이 여섯번째를 앞두고 있다. 2년 반 동안 다섯명의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세월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가, 두달 만에 나가떨어진 이완구 총리를 빼면 이 정부의 유일한 총리다.

지명되었던 세명의 총리 후보는 청문회도 못 가고 사퇴했다. 대통령은 청문회가 ‘사람 망신 주어서’라고 입법부를 비난했다. 정말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자질과 함량이 미달인 채로 흘러가고만 말 것인가.

 

아베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아베가 위안부를 잡아간 원흉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일본의 총리이기 때문에 70년이 지난 과거사를 그에게 묻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해 대통령의 답변이 필요한 것은 그가 한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이 아니다. 몇십 년 전 일이 아니다. 1년 전 바로 그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상징적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은 현장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현안에 대해 답변해야 하고,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대통령의 임무다.

선장 한 사람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8년 2월에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 퇴임 뒤 어떤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과거는 물을 생각이 없다. 대선 자금과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해도 더는 거론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세월호 문제만큼은 자신의 임기 중에 백서를 만들고 해결하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항상 국민 앞에서 숨는다는 느낌, 숨바꼭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까지 총탄에 부모를 잃은 불쌍한 영애의 포즈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인가.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것만은 제대로 해결하고 가는 것만으로도 폼 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왜 모르는가.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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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원장 농성까지 부른 정부의 ‘세월호 몽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참사 발생 이후 6개월도 더 지난 지난해 11월7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직·활동 등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안은, 그로부터 다시 다섯달 가까이 흐른 3월27일에야 입법예고됐다. 그나마 유가족과 특조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어서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의 버티기로 또 한 달이 갔다. 급기야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왜 이리도 유가족의 애를 태우는가. 요구하지도 않은 배·보상 금액은 서둘러 발표하더니, 선체 인양 결정은 세월호 수색 중단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 아들딸의 주검조차 거두지 못한 유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결정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고, 막판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행령안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더 막무가내다. 인양 여부처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아니고,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데도, 촌각이 아까운 유가족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든 정부의 이런 태도 탓에, 세월호 1주기를 맞은 민심이 들끓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참사 1주기는 정부가 유가족을 위로하며 온 나라가 함께 애도하는 시간이 됐어야 맞다. 하지만 유가족은 아직도 거리에서 정부를 향한 외침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외침의 내용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특조위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해나갈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주요 조사 대상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수준으로 묶어두는 지금의 시행령안은 누가 봐도 특조위를 ‘관제기구’로 전락시킬 게 뻔하다.

시행령 문제에 대해 “자녀를 졸지에 잃은 부모님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의 말도 정부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특조위 활동마저 중단한 채 5월1일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30일에는 정부 차관급회의에서 시행령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주를 넘기지 말기 바란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한시라도 빠를수록 좋다.

정부가 진상규명 의지를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2015. 4. 28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