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시행령 강행, ‘세월호특조위 고사’ 노리나

道雨 2015. 5. 7. 13:38

 

 

 

정부 시행령 강행, ‘세월호특조위 고사’ 노리나

 

 

 

온갖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바로 시행한다지만 반대와 거부는 여전하다.

유족들은 시행령 즉각 폐기를 요구했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시행령이 모법인 특별법에 위반된다며, 시행령 재개정과 함께 별도의 위원회 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또 한참 미뤄지게 됐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조사 대상인 정부가 되레 조사 과정을 장악하고, 조사 범위도 정부의 기존 조사 결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한정한 정부 시행령안에 대해선 처음부터 반대가 거셌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거나 특조위의 발목을 묶으려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시행령안을 일부 고쳤다지만 문제점은 그대로였으니 시늉뿐인 수정이었다. 특조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훼손해 결국 허수아비로 만드는 장치는 별로 바뀌지 않았고, 특별법 내용을 시행령이 타당한 근거도 없이 축소하고 왜곡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수정안의 차관회의 통과 뒤 유족과 특조위가 더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행령 처리를 강행했다. 유족들의 뜻은 끝내 수렴하지 않았고, 특조위와는 협의는커녕 정반대 방향으로만 내달렸다. 일을 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듯하다.

왜 이토록 기를 쓰고 진상규명을 훼방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라면 진상규명이나 성역 없는 조사는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벗어나 독립적인 조사를 하려는 특조위와, 시행령의 좁은 틀 안에 특조위 활동을 제한하려는 정부 사이의 삐걱거림이 이어질 것이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도 전에 특조위가 좌초하거나 표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벌써 시행령 확정으로 특조위 활동이 시작돼 11월1일로 활동을 마치게 된다는 셈법이 나온다. 진상규명에는 손 놓은 채 시간만 가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렇잖아도 정부는 특조위에 일체의 예산배정을 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가 올해 초 이미 소요 예산을 요청했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체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이런 치졸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우리 사회 모두의 다짐대로 진상규명을 통해 다시는 비극이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특조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다. 잘못된 시행령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2015. 5. 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