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3차 감염' 발생에 충청권 발칵
병원 공개 요구 빗발, 수도권 시설 포화로 지방 이송 불가피
세계 최초로 메르스 3차 감염자가 대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전 등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1일 발생한 3차 감염자 70대 노인 2명은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입원실을 쓰던 40세 남자 메르스 환자한테서 감염됐다. 메르스 3차 감염이 발생한 것도 이번이 전세계적으로 처음이고, 수도권 밖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은 대전이 처음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에 2일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해 "현재 '주의' 단계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한 단계 높은 '경계' 단계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추진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중앙정부가 '주의' 단계를 고집하고 있지만, 대전은 독자적으로 '경계' 단계로 상향조정한 것.
대전시에 따르면, 2일 현재 대전에서는 109명이 병원 또는 자가에 격리 상태다.
이밖에 청주의 한 초등학생 교사가 메르스 환자인 부친을 병문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청권 20여개 학교가 3일부터 무더기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문제의 교사는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났으나 지역내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과 경기도 격리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보건복지부가 충북 충주시 안림동 한국자활연수원(옛 충주소년원)에 집단 격리를 추진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충청은 더욱 발칵 뒤집혔다.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충주시청을 방문해 자활연수원을 이른바 '밀접 접촉자 집단격리수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지역내 반발이 거세자 <대전일보>는 3일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금줄을 치고 사람들의 왕래를 막았는데, 지금 정부는 왜 발생 지역을 알려서 전염병의 퍼짐을 막지 않는 것인가"라며, 메르스 발생 병원 공개를 촉구하는 등, 지역언론들도 앞다퉈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메르스 환자와 의심환자를 경주와 대구에 이송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경북이 발칵 뒤집히는가 하면, 경기도에서 150개 가까운 학교가 정부에 대한 극한 불신으로 무더기 휴업에 들어간 데 이어, 충청권에서도 3차 감염 발발에 패닉적 반응이 일어나는 등, 전국 곳곳이 메르스 공포에 전율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의 격리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상태이고, 보건부는 향후 격리대상자가 수천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지방으로의 이송 불가피성을 밝힌 상태여서 지방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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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메르스 격리자 지금보다 '몇 배' 늘어날 것"
발병 병원 공개 요구에는 "불가" 재확인
의료진 격리자 확인 시스템 마련
(세종=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의 격리·관찰대상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지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금번에 발생한 (3차 감염) 사례와 관련, 현재 격리 대상자를 분류하고 있다"며 "분류가 끝나면 현재 격리자 수보다 상당 배수 높은 수치를 분류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격리 대상자는 750여명으로, 이 보다 숫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국내 첫 3차 감염을 일으킨 16번째 환자는 지난달 15~17일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후 20일부터 열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격리되지 않은 채 25~27일 모 병원에 내원했고, 28~30일에는 ⓓ병원 6인실에 입원하면서 같은 병실 환자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국내 첫 메르스 관련 사망자 역시 격리되기 전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5~17일 ⓑ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늦게야 격리됐고, 그 다음날 오후 4시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격리되지 않았던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등이 격리·관찰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그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병원 공개여부에 대한 질의에 "오늘 오전 회의에서도 일부 병원 공개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절대다수에게 병원 명칭을 공개하는 것보다 의료진들이 격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격리 대상자나 밀접 접촉자, 메르스 발생 병원 방문 이력자 등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의료진들이 해당 환자의 진료·방문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병원을 공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이런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지부는 자가 격리로 생업이 중단되는 대상자들에게 긴급생활복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는 "격리로 중단되는 학업을 뒷바라지할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까지 메르스 환자 수는 총 23명이며 이 중 C(76·남)씨, M(35·남)씨, O(40·남)씨 등은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junm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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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메르스, '팬데믹(대창궐)'으로 발전할 수도"
"3년밖에 안된 메르스 모르는 것 많아", 정부는 아직도 '주의'
국내 최고 메르스전문가인 송대섭 고대 약학대 교수는 2일, 메르스 3차 감염 발발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위험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그 사태가 되면 '팬데믹(pandemic)'으로 가는 전초전이기 때문에, 정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며, '팬데믹' 가능성을 우려했다.
송대섭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게 지역사회로 불특정다수로 번져나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예의주시해야 될 것 같다"며, 국가적 총력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팬데믹'이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6단계 가운데 최고 경고등급인 6단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창궐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은 중세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이다. 20세기에는 1918년 스페인독감(사망자 약 2천만~5천만 명 추정), 1957년 아시아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1968년 홍콩독감(사망자 약 80만 명 추정)을 팬데믹으로 볼 수 있다.
WHO는 2009년 6월 '신종플루'로 불린 인플루엔자 A(H1N1)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송 교수는 이처럼 팬데믹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메르스에 대해 경보단계를 '경계'도 아닌 '주의'에 멈추는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3년전 중동에서 첫 메르스가 발발한 이래, 중동을 오가면서 메르스를 직접 연구하고 또 진단키트까지 개발한 전문가인 송 교수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바이러스가 세상에 정체를 노출한지 딱 3년 정도 됐잖나"라고 반문하면서 "정확하게 인플루엔자하고 비교해보면 연구의 양이라든가 깊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너무 사소한 것도 안 밝혀진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 질병 자체가 풍토병처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에서만 발생을 했기 때문에 너무 모르는 부분이 많다"면서 "그래서 이게 연구를 했지만 정말 공기전파가 안 된다 라는 확신을 갖고 있느냐 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공기감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는 '변종' 가능성에 대해서도 "바이러스 자체가 일단 염기서열분석을 하니까 중동하고 똑같다 라고 지금 보고가 나오고 있는데, 그것이 굉장히 주요한 단백질에 대해서만 한 거고 전체 염기서열분석은 아직 안 이루어졌다"면서 "그래서 빨리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해서 이 바이러스가 정말 중동 바이러스와 똑같은 것인지, 아니면 변이가 있는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이 빨리 서야 좀 더 확실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과 2주새 2명이 사망하고 25명이 감염되며 3차 감염까지 발생한 국내 상황에 대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던 그 연구자로서 지금 국내 상황은 상당히 다른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봤을 때 이례적인 상황인 건 맞다"면서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예상을 벗어나는 너무 많은 감염자 수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좀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상태여서 사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사실은"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그는 특히 3차 감염 발발에 대해 "3차 감염은 사실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WHO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또는 여러 연구결과를 볼 때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이 될 때는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3차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지금 이미 3차 감염자가 확인이 됐고 그런 상황이라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제는 불특정다수로 옮아가는 그야말로 지역사회로 전파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오히려 더 관건인 것 같다"며 거듭 '펜데믹' 발발 가능성에 대한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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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무더기 '방한 취소', 메르스 타격 본격화
여행, 항공, 백화점, 유통업계, 요식업계 초비상
메르스 환자가 사망하고 3차 감염이 발발하는 등 메르스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우려했던대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줄이 방한을 취소하기 시작해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6~7월 방한 예정이었던 대만 관광객 1천300여명이 전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또한 다음주 14일까지 입국 예정된 중국인 패키지 관광객 300여명도 전격 예약을 취소했다. 지역별로는 상하이가 200명, 베이징이 100명이다.
여행업계는 이같은 관광 취소가 이제 시작일 뿐으로 앞으로 더욱 많은 취소가 뒤를 이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언론이 연일 메르스 사태를 대서특필하면서 한국이 여행 위험국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명의 사망자와 3차 감염이 발생한 2일에는 로이터와 BBC, CNN 등 주요외신들도 이 소식을 긴급타전했다.
업계는 특히 3차 감염이 발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여행제한구역'으로 확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WHO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직 한국에서 '사람 대 사람' 감염, 즉 3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행제한구역 지정을 하지 않았다.
외국인 방한 취소가 잇따르자, 여행업계뿐 아니라 항공사, 백화점, 유통업계, 요식업계 등 관련 업계들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만성적 내수 장기침체에 그동안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길 경우 치명적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사스 유행 당시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이 전년도보다 11% 이상 감소하는 등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삼성증권은 1일 보고서에서 중국 관광객이 10% 감소할 경우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국내 소비 위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특히 현시점이 여름 인바운드 최대 성수기에 진입(지난해 6~8월 인바운드 수요는 전체 33.0%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메르스 위험국으로 부상한 데다가, 최근 엔화약세의 힘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경쟁상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메르스 타격이 현실화되자 한국관광공사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여행업협회와 함께 지난달 29일 '방한 관광시장 상황점검반'을 구성, 일일 상황점검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해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메르스가 날로 확산되고 있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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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덮친 평택, “통제 안 되는 위험이 진짜 공포” |
[현장] 폐쇄된 병동엔 불안과 적막이… 손소독제·마스크 돈 주고도 못 구해 |
“손 소독제요? 없어요. 진작에 다 팔렸지. 내일 오전에 들어올 거 같은데 또 금방 팔려요. 마스크도 오늘 낮에만 200개 팔았어요. 원래는 이런 게 안 팔리는데 사람들이 워낙 몰리니까 없어서 못 팔아요.” 평택역 앞 ㄱ약국 약사가 말했다. 약사도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바이러스의 95%를 차단해준다는 N95마스크를 살 수 있냐고 묻자 “어디가도 못 구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그랬다. 평택역 앞 3개 약국을 찾아갔지만 N95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ㅇ약국 약사는 “나도 마스크 쓰고 싶은데 괜히 손님들에게 불안감 조장할까봐 망설여지죠”라고 말했다. 그는 N95대신 KF94라도 쓰라고 권했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KF94도 바이러스 침투를 막아주는 보건용 마스크다. 3000원을 주고 KF94마스크를 구매했다. KF94마스크도 그나마 몇장 남아있는 게 전부였다. 손 소독제는 결국 구하지 못했다.
확실히 서울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곳곳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젊은 층이 많았다. 정아무개(25)씨는 마스크를 낀 채 평택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째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들 중에도 한 두명은 마스크를 낀다. 그는 “평택에서 제일 처음 감염됐다는데 메르스 걸리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주변에는 "왜 유난이냐"는 반응이 더 많다고 했다.
21살 김아무개씨는 작은 물방울들이 그려진 마스크를 끼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택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가 사오셨다. 김씨는 “아까 뉴스에 감염자가 또 3명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격리되는 사람도 700명이고 하고. 잘은 모르겠지만 정부가 잘하고 있는 거 같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 평택 A병원 내부 곳곳에 붙여진 공지사항. 사진=이하늬 기자 | ||
▲ 평택 A병원에서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 ||
“손 소독제? 없어서 못 팔아요”
감염자가 발생한 인근 A병원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기사는 “그 병원 폐쇄되지 않았나”라고 중얼거렸다. 그는 차에 손소독제를 구비해놓고 있었다. “불안하니까 하는거죠”라며 기자에게도 손 소독을 권했다. 마스크는 끼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마스크 쓰면 택시 못 해요. 아이고 이거 수그러들 때까지 병원은 가지 말아야겠어. 그냥 약 사서 먹는 수밖에 없지”라고 답했다. 그는 “시원하다”며 얼굴에도 손 소독제를 연신 발랐다.
A병원이 가까워지자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병원에 도착하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이고 근처 주민들까지 모두 푸른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무료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손 소독제 역시 곳곳에 놓여있었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모두 얇은 푸른색 마스크와 N95마스크를 이중으로 착용하고 있었다. 약국에서 구하지 못했던 그 마스크다.
병원 곳곳에는 ‘메르스 현황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본원에서도 진료 중 불가피하게 접촉한 의료진은 2015년 5월 30일 오후 6시부로 1차, 2015년 6월 1일 오전 6시부로 2차에 걸쳐 자택에 격리하였고, 의심되는 경우 역시 격리 구역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원무팀 직원은 “감염자는 (지난달) 27일에 이송한 걸로 알고 있다. 이후에도 의심되는 분들은 질병관리본부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예약 취소가 많냐고 묻자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는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공지하지 않는다. 괜한 불안감과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해당 병원 환자와 의료진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방역적 목적외에는 개인 또는 고유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외래진료 환자는 감소했지만 입원 환자들의 ‘줄퇴원’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입원중인 40대 남성은 “병원에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은 없는데 불안하죠”라며 “퇴원하는 환자들은 별로 없는데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에는 차 댈 곳이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실제 병원 건물 뒤쪽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 그는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다음날 퇴원한다고 했다.
병원 밖에 위치한 매점 주인은 기자에게 “병원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말은 괜찮다고 하는데 응급실 앞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니까 ‘어? 이상하다?’ 싶긴해요. 병원 의료진이 메르스 때문에 격리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여기를 비울 수 없으니까 답답해 죽겠네. 엘리베이터 앞에 가면 공지가 있다는데 아가씨가 보고 좀 알려줄래요?” 그는 ‘괜찮다’는 말만 듣고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었다.
▲ 메르스로 인해 지난달 31일 폐쇄된 B병원 입구. 사진=이하늬 기자 | ||
▲ 메르스로 인해 폐쇄된 평택 B병원 건물에 불이 꺼져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 ||
“정말 폐쇄된거야? 참 큰일났구만”
“정말 병원 폐쇄된거야? 허허 진짜 평택 난리났네. 참 큰일났구만.” B병원에 도착한 택시 운전기사가 말했다. 늦은 오후 도착한 B병원은 1층 로비와 사무실로 보이는 2층 일부 등을 제외한 전층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병원 입구로 들어가는 도로 역시 한산했다. 병원 이름이 쓰인 버스는 한쪽에 방치돼 있었고 응급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지하는 물론이고 지상 주차장에도 주차된 차량은 몇 대가 전부였다.
“네 메르스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병원 로비로 들어서자 문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B병원은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곳이다. 2일 오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감염자 25명 중에 19명이 해당 병원과 관련이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자진휴원’ 결정을 내렸고 31일 폐쇄했다. 입원 환자들은 모두 퇴원했고 예약환자들에게는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휴원은 오는 10일까지다.
병원에 남은 이들은 병원 관계자가 전부였다.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병원 입구에서 심각한 분위기로 무언가를 잠시 논의하다가 차를 타고 떠났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감염자와의 접촉으로 옮기 때문에 지금은 차라리 안전하다”며 “마스크 벗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환자들이 빠져나간 병원 주변은 한산했다. 병원 인근 목욕탕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병원 맞은 편에 위치한 식당 주인은 울상을 지었다.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급감한 탓이다. 1층과 2층 전부를 쓰는 식당에 이 날 저녁 손님은 4개 테이블에 불과했다. 정부가 메르스 접촉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는 이미 다 알려진 탓이다. 실제 이 날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맞은편에 불 꺼진 B병원을 보며 메르스 이야기를 했다.
식당 주인은 “병원 공개 안 하는 게 더 위험한 거 같아요. 모르는 사람들은 막 저 병원에 간다니까요”라며 “환자들이 아직 저 병원에 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막말로 누가 그 감염자들 옮기려고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소문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일부 입원 병동에는 불이 커져 있다”며 ‘진짜’ 라고 강조했다. 실제 해당 병원 7층 오른쪽 끝 병동에 불이 켜져있기는 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의 정보 부재가 소문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모양새였다.
그간 병원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던 보건복지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계에는 메르스를 전파시킨 병원 명칭과 격리대상자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 발병 지역 및 병원 명단이 급속하게 퍼진 이후에야 나온 조치다. 복지부는 “메르스가 아직까지는 관리망 안에 있고 지역사회로 전파될 위험은 절대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단독] 중동발 제3국 경유 입국자 숫자 파악도 안 됐다)
[ 이하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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