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다 안 떼내 불안? 걱정할 필요 없다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것을 적정하다고 한다.
거의 같은 평수, 거의 같은 시설의 아파트를 어떤 이는 2억 원에 샀고 다른 이는 10억 원에 구매했다면 후자는 과다하게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이고,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그런 구매를 했다면 속아서 과잉 지불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질병의 진단과 치료도 적정해야 이상적이다.
갑상선(갑상샘) 초음파 검진을 하지 않는, 인구 6300만 명의 영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갑상선암 환자수는 2700명 남짓 정도고, 이들 중 사망자는 340명 남짓 정도다.
초음파 검진을 무지하게 해대는, 인구 5000만 명의 한국은 암환자 수가 5만3천명이 넘는데도, 사망자 수는 매년 340명 정도다.
사망률로 보면 영국이 13%, 우리나라는 0%대라서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이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검진을 하든 안 하든 사망자 수는 거의 같다는 뜻이다. 즉 검진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정진료인 것이 분명하다.
1cm 이하의 갑상선암 환자 1235명을 수술 없이 지켜 본 연구에 의하면, 18년 생존률이 100%였다.
수술한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생존률을 보인다면, 지켜보다가 커지는 경우에만 수술하는 것이 적정한 진료임이 분명하다.
재발하더라도 재수술로 90% 이상 완치
▲ 갑상선암 관련, 적정진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 |
ⓒ sxc |
갑상선을 얼마나 절제하는 것이 적정진료인가에 대한 답은 '갑상선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정상 갑상선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일 테다.
과거의 통계를 보면, 전절제시 재발률이 7%라면, 반절제시 9% 정도가 된다. 이 9% 중 1% 정도는 남겨진 갑상선에서 재발한 것이고, 나머지 1%는 림프절 재발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재발하더라도 재수술로 90% 이상 완치 되기 때문에, 사실 이 두 군 간의 재발율 차이는 임상적으로 무의미하다.
생존률은 어떤가?
생존률은 두 군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절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그 근거로 내세우는 2007년 Billimoria 등의 연구에서는 전절제시 98%, 반 절제시 97%의 10년 생존률을 보이고 있고, 2010 Mendelson의 연구에서는 오히려 부분 절제술 때의 생존률이 더 높게 나온다. 즉 두 군 간의 생존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발률과 생존률에 차이가 거의 없다면, 가급적 갑상선을 보존하는 편이 적정진료일 것이다.
물론 혹이 매우 크거나(4cm 이상), 주변을 침범했거나, 림프절 전이가 1cm 이상 되며 여러 개이거나 이미 폐에 전이가 되어 있는 등, 수술만으로는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방사선 동위원소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정상 갑상선을 모두 제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경우는 전절제술이 적정진료일 것이다.
멀쩡한 갑상선 모두 떼어내는 것은 과잉 치료
필자도 적정진료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절제하는 경우보다 지켜보거나 한쪽만 제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한 최근 발견되는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매우 작은 암으로서, 전체 길이 5cm 정도 되는 갑상선의 극히 일부분만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정밀한 초음파 덕분에 남겨질 부위에 이상이 없는지 수술 전에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 멀쩡한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는 것은 과잉 치료일 수 있다. 이런 환자에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정상 조직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부분 절제술'이라고 한다. 혹만 떼어내는 수술이 아닌 것이며, 초음파와 수술소견상 이상이 없는 부위를 남기기 때문에 재발을 염려할 것은 없다.
▲ 갑상선과 갑상샘 | |
ⓒ wiki commons |
이 때 암이 전이될 만한 주변의 림프절 청소도 완벽하게 함은 물론이다. 반절제술과의 유일한 차이는 갑상선이 조금 더 많이 남겨지기 때문에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에 관해서 서로 상반된 주장이 나오다보니, 최종 소비자인 환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해 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찾아 다녀 환자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 논란의 와중에서 보면 누가 옳은 주장을 하고 있고, 누가 그른 말을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적정진료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의문이 풀리리라 믿는다.
2억 원이면 살 아파트를 10억 원을 주고 샀을 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몰라도 불필요하게 많이 지불한 것이 잘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은가?
개인의 행복과 의료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도 적정한 진료가 더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입니다.
[ 이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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