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의 죽음까지 불러온 국정원 문제, 어느 정권에서나 한 번씩은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안기부 X파일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까지, 국정원 사건은 늘 국정원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행동이 나왔을 때, 이를 대하는 대통령들의 자세와 모습은 전혀 달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국정원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대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적극적인 지시와 소통 vs 불통과 셀프개혁’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과거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일명 ‘안기부 X 파일’
사건이 터지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엄청난 정치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강력한 검찰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는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를 사실대로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거나 “(국정원이)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주기 바란다”는 소극적인 태도뿐이었습니다.
2005년 8월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은 “과거의 불법 감청에 대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면서, 과거 안기부 불법 도청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8월 8일 ‘안기부 X파일’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계속해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다양한 질문에 답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등에 관련한 기자간담회나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에 오면서 오히려 경호원을 대동하며 무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나 달랐습니다.
‘국정원을 국정원으로 놔둔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외로 국정원 개혁을 크게 서두르거나 강력하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정원을 천천히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비전만 제시했습니다.
“국정원 이제 겁 안 나지요? 개혁을 할 과제가 얼마나 있는지, 제도적으로
어떤 개혁을 해야 되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한다면,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크게 개혁하지 않아도… 국정원은 대통령이 민주적이면 민주적인
기관이 되고, 그전까지는 못 그랬습니다만, 지금 와 있는 수준은 대통령이 나쁜 일 시키지 않으면 혼자서 나쁜 일 하지 않을 수준까지 와 있는 것
같아요.”
-2006년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중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원이 겁이 나지 않고,
개혁을 크게 서두르거나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정원장 독대 금지, 정치보고 폐지 등, 탈정치, 탈권력화로 국정원과의 거리 두기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장과 독대를 하게 되면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권력자가 이용하게 제공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독대를 금지함으로 정보기관의 힘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 비전 2005’와 같은 세부 계획이나 정치중립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짜
국익을 위한 정보기관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노력과 개혁을 알기에 임기 말로 갈수록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전폭적인 개혁이
필요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이미 국정원이 바뀌고 있고, 바뀌게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국정원을 믿지 않았던 박근혜, 이제와서는 무조건 믿으라니’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나 국정원이 무슨 말을 한들 국민이 믿겠느냐”며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급기야는 “현재는 도청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누가 알 수 있겠나.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국정원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면서 강력한 해명과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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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연설 ⓒ뉴스Y(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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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을 믿지 못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는 맹목적인 믿음을 보여줍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벌어지자, 국정원의 해명을 그대로 믿고는, 왜 국정원을 믿지 못하느냐며 오히려 문재인 후보를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을 그토록 부르짖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와서는 ‘셀프개혁’을 하라며 모든 것을 국정원에 맡깁니다.
국정원이 진짜 바뀌었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최면을 걸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8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터져 나와버린 진실을 덮을
수는 없고, 앞에 부닥친 진실을 비켜갈 수도 없다. 내가 부닥친 이상 최선을 다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국정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국정원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국정원 문제, 2005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주장처럼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