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거짓말', 비밀TF 해명자료도 '엉터리'
▲ 지난 25일 오후 8시 3분 서울 혜화동 국립국제교육원의 한 건물 현관. 야당의원들이 교육부 직원과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 |
ⓒ 윤근혁 |
교육부가 국정화 티에프(TF) 사무실을 비밀리에 운영한 사실이 '들통' 났다. 28일 오후 늦게, 교육부는 티에프 사무실의 존재가 드러난 지난 25일 상황에 대한 '야간'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 내용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국회 보좌진들은 "금방 털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몰려온 사람들 누군지 알 수 없어 공포 느꼈다고?
▲ 야당 의원들과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공개(TF)팀과의 대치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내부에서 TF 관계자가 취재진의 눈을 피해 종이가방 들고 2층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 |
ⓒ 유성호 |
교육부는 28일 오후 10시 36분에 낸 해명자료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쳐, 출입문과 창문을 통해 사무실로 들어오려고 시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요일 밤에 20여 명 이상 몰려와 강제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카메라를 비추는 데서 심각한 위협감과 공포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문을 깨거나 침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수 사람들의 강한 침입 시도가 있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끝으로 교육부는 "사실관계가 이러하니 과도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교육부 주장의 줄거리는 ▲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20명이 몰려왔다는 것과 ▲ 이들이 창문 등을 통해 강한 침입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국회 보좌진들은 이 '두 가지의 주장 모두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도 당시 비밀사무실이 들통 나던 초기 현장에 있었다.
▲ 박근혜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부 내 전담팀과 별개로 비공개(TF) 사무실을 꾸리고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내 비공개 사무실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교문위 소속의원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
ⓒ 이희훈 |
지난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서울 혜화동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에 차려진 비밀 티에프 사무실 현관문 앞에 선 시각은 오후 8시 3분이다. 양복을 차려입은 김태년, 도종환, 유기홍 의원(이상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진후 의원(정의당) 등 4명이었다.
현관 유리문 1m 앞에 나란히 선 4명의 의원 가운데 유기홍 의원이 먼저 입을 뗐다. 티에프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도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국회 교육상임위 국회의원들입니다. 여기 교육부 직원들 있는 것 다 알고 왔어요. 일하고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1층 실내 오른편 건물관리실에서 등치가 좋은 남자 직원이 현관 안쪽 유리문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국회의원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자, 문 열어요, 외국인 장학생 기숙사가 국가보안시설입니까"라면서 이 직원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특별한 언급 없이 몸을 휙 돌려 1층 비밀 티에프 사무실 쪽으로 바삐 걸어갔다.
이처럼 당시 티에프 사무실에 있었던 3∼5명으로 추정되는 교육부 직원들은 방문자들이 국회의원과 기자들인 사실을 초기 단계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교육부 직원들은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경찰에 건 9차례의 신고전화에서 "국회의원과 기자들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부 해명자료에서 밝힌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왔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의원들은 현관문을 흔들며 "오석환 국장님, 김관복 기조실장님, 빨리 문을 열어요"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이로부터 다시 20여 분 뒤 티에프 사무실 불이 꺼졌다.
이 모습을 10여 명의 기자가 그대로 지켜봤다. 카메라 기자 가운데 일부는 잠기지 않은 한두 개의 창문을 열고 사무실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설명이다. 한 기자는 "창문이 잠겨 있지 않아 망원렌즈로 밖에서 촬영하려고 했던 것일 뿐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창문을 통해 강한 침입시도를 했다"는 교육부의 해명자료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른 것이다.
비슷한 시각인 이날 오후 8시 20분, 티에프 사무실에 있던 교육부 직원들이 경찰서에 다급하게 신고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밤 10시 30분까지 모두 9차례 건 전화에서 "여기 털리면 큰일 나요, 교육부 작업실이란 말이에요"라면서 "창문 깨고 들어오려고 그런단 말이에요, 이거 (경찰)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말했다.
다음날 티에프 사무실 주변에서는 파쇄기로 문서를 잘게 부순 쓰레기 더미가 발견됐다. 교육부는 정당한 역사교육지원팀의 업무를 진행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문을 걸어 잠근 채 경찰을 부른 뒤,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문서를 없애는 '철야' 업무를 벌였다.
"털리면 큰일 나요" 교육부, 왜 금방 털릴 거짓말 할까?
▲ 박근혜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부 내 전담팀과 별개로 비공개(TF) 사무실을 꾸리고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내 비공개 사무실을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유기홍, 김태년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자, 이들이 사무실 창문을 걸어 잠그며 손으로 가리고 있다. | |
ⓒ 유성호 |
앞서 이날 오후 7시 20분쯤 티에프 단장을 맡은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 등 3명은 청와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상태였다. 같은 시각 21명의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저녁을 먹기 위해 밖에 나가 있어 당시 상황을 보지 못했다.
현장에 있었던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기 털리면 큰일 난다'는 내용이 담긴 경찰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자, 궁지에 몰린 교육부가 금방 털릴 거짓말을 또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보도자료를 낸 역사교육지원팀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관계자는 끝내 받지 않았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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