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를 다룬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진짜사나이’ 에 일본 군함행진곡이 오프닝 음악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11월 29일 진짜사나이 오프닝은 해병대 출신 임채무씨가 나와 해병대에 입소한 연예인들의 훈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임채무씨의 오프닝 배경음악으로 일본 군함행진곡이 나왔는데, 이 곡은 일본의 대표적인 군가이자 군국주의를 상징하며, 지금도 일본
극우단체의 집회 음악에 사용되고 있는 음악입니다.
1897년 작곡될 당시 곡 제목은 작사가 토리야마의 가사 제목을 따라 ‘이 성(此の城)’ 이라고 불렀지만,
1900년 초연 당시 군함행진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곡입니다. 일제가 전시동원 행사를 하거나
징용, 강제위안부, 학도병 강제 징병때마다 연주됐던 곡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방송 직후 일본 군가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사과문을 올리고,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중지시켰습니다. 그러나 군함행진곡을 검색하면 일본 군함행진곡 내지는 일본군가라는 제목을 알 수 있었는데,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해군 10대 군가 중의 하나인 해군 군함행진곡도 있었는데 왜 이 곡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답답합니다.
일본군 지원병 권유가를 군가로 다시 리메이크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리메이크 군가’(리멤버유)라는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당시 이 앨범에는 1953년부터 불렸던 작자 미상의 ‘혈청지원가’가
포함됐는데, 사실 이 곡은 1943년 ‘혈서지원’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을 개사한 군가였습니다. 조명암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혈서지원’은 남인수 박향림, 백년설이 불렀습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혈서지원’
작사: 조명암, 작곡: 박시춘
1.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日章旗) 그려 놓고 성수만세(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2. 해군의 지원병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감격에 못 이기어 손끝을
깨물어서 나라님의 병정 되기 지원합니다
3. 나라님 허락하신 그 은혜를 잊으리 반도에 태어남을 자랑하여 울면서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4.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핏줄 한 나라 지붕 아래 은혜 깊이 자란
몸 이 때를 놓칠쏜가 목숨을 아낄쏜가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5. 대동아(大東亞) 공영권(共榮圈)을 건설하는 새 아침 구름을 헤치고서 솟아 오는 저 햇발 기쁘고
반가워라 두 손을 합장하고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혈서지원가’는 전형적인 친일 노래입니다. 마치 박정희가 사관학교 입학을 위해 혈서를 쓴 것처럼, 일본군 지원병이
되고 싶어 손가락을 깨물어 일장기를 그려 놓고 만세를 부른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반도에 태어나 천황의 군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막판 전쟁에 젊은이를 끌고 가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