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묘연하다는 칼럼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된 일본 언론인
가토 다쓰야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 이 사건은 ‘기사는 부적절하지만 언론으로서 악의적
명예훼손 의도가 없으므로 무죄’라는 판결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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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마친 가토 지국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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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약 4개월 후인 8월3일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서울특파원인 가토
지국장이 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를 쓴 가토는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와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났다는 식의 풍문을 소개한 기사였다.
이에 자유청년연합 등이 가토 다쓰야를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이 그를 기소했다. 그리고 검찰은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청와대에 있었고 정윤회와 최태민과 긴밀한 남녀관계가 아니다”라며 가토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었다.
이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는 지난 3월30일 공판 도중 “가토 전 지국장이 기사에 게재한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이 요구했던 4월16일 당일 청와대 경호기록 사실조회 신청을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에 기초한 사실 조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판결문은 “피고인의 기사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밝히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에서 재판부는 칼럼에 언급된 정윤회씨 관련 내용은 ‘허위임이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칼럼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맞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렇더라도 이 칼럼이)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부정확한 소문'을 언급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사의 주된 내용은 최고위 공직자와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논의에 해당한다”며
“표현방식이 부적절하고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더라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제도를 취하고 있는 이상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의 필수인 언론의 자유를 중시해야 함은
분명하다.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 보호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당사자인 산케이 신문은 물론 국경없는 기자회 등도 무리한 기소에 대해 비난하며 한국을
언론후진국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지난 10월19일 산케이신문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돌아가 국제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해달라”고 밝혔다. 그리고 당사자인 가토 다쓰야 기자 또한 최후진술에서 “전례없는 참사에 박 대통령의 행적은 특파원으로서 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자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경 없는기자회’ 역시 “언론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가의 행동의 시시비비를 밝히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고,
국가적인 비극의 한 가운데서 대통령의 일정이 애매하다는 것은 분명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 문제”라며 “한국의 당국은 가토 지국장에 대한 고발을
각하하고 행동의 제한(출국제한 조처)을 풀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전개와 종결과정을 보며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뒤 국방부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지난
5년여의 재판을 치렀고 오는 1월 25일 선고공판만을 남겨두고 있는 신상철 ‘진실의길-서프라이즈’대표 사건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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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진실의길 대표가 천안함 의혹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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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후 침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민간조사위원으로 위촉된 신상철 대표는 국방부의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설에 동의하지 않고, 많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조사 기록을 바탕으로 좌초설을 제기, 국방부와 맞섰다. 이에 국방부는 신 대표의
의혹제기를 명예훼손으로 보고 검찰에 고소했다. 이 고소에 대해 수사한 검찰은 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뒤 5년 여의 공판을 끝내고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난 12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최행관 검사와 조민호 검사는 “5년간 재판이 진행됨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기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허위사실 적시, 강연을 통해
설파했다”며 “이 때문에 공적인 조사에 불신을 초래하고, 국토를 수호하다 희생당한 희생 장병 명예를 훼손하고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신 대표와 변호인 측은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며 끝까지 맞섰다. 이강훈 변호사는 “증거조사를 통해 북한
어뢰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절단돼 침몰했다는 것과, 피고의 주장이 허위이며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므로
무죄”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특히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글과 비판이지, 천안함 소속부대원, 합조단 간부,
국방부 인사 등의 자연인을 거론한 일이 없다”며 “김태영 김성찬과 같은 개인이 아니라 국방장관 해군참모총장으로서의 정부조직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족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것은 사고원인이 A가 아니라 B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교통사고냐
북한어뢰냐는 것이 대체 명예훼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유족의 입장에서 희생자가 부여받은 전사자 지위에 영향을 줄 뿐 유족의 명예와 관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천안함 사건은 공론의 장으로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며 “정부 발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질식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후진술에 나선 신 대표는 검찰이 2010년 천안함 정부발표 신뢰도가 47%에서 2015년 39%로 줄어들었다고
제시하면서 ‘공적 조사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내게는 감사한 데이터”라며 “정말로 저 때문에 신뢰가 떨어졌다면 그동안 제가
천안함의 진실을 펼치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 선동이 아니라, 그만큼 합리적으로
주장을 펼쳤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검찰이 국가기관의 명예훼손으로 규정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의혹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언론의 자유를 크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원인과 관련한 내용을
명예훼손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역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역사책에 천안함 사건이 쓰이는 것은 환영한다“며 “진실은 호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바지를 뚫고 나와 허벅지를 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 대해서도 “그동안 법정에서 진실을 조사하고 밝힐 수 있도록 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5년간 47차례 재판이 진행돼 수많은 증인들이 법정 증언을 남겨 천암함 침몰의 진상규명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의 구형이 끝난 뒤 이흥권 재판장은 “5년 넘게 재판을 진행하면서 쌍방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다 마쳤다”며
“재판결과를 토대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016년 1월 25일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사건의 동일성은 무엇인가? 우선 둘 다 공적이익에 대한 의혹의 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은 외국인이고 한 사람은 내국인이란 사실만 다를뿐 언론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산케이는 일본 우익신문으로 종이로 발행하는 규모가 큰 언론사이며
진실의길이나 서프라이즈는 종이로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라는 차이도 있지만 언론이란 점은 같다.
특히 산케이의 가토 국장은 자신의 취재가 아니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의 칼럼을 모티브로 ‘소설적 글쓰기’를 한
점, 박근혜 대통령이란 특정한 개인의 명예에 관련된 내용이 기사에서 읽힌 점 등에서 재판부의 ‘기사는 허위’라는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 사건의 최종판단을 무죄로 봤다. 허위지만 언론인으로서 충분히 의심할 만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고인의 기사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비추면 신 대표는 100% 무죄다. 그는 변호인의 변론대로 “김태영 김성찬과 같은 개인이 아니라 국방장관
해군참모총장으로서의 정부조직에 대한 비판”이었지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천안함 승조원으로서 순직한 군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도 없다. 작전 중인 함선이 명확치 않은 이유로 두동강 나서 침몰하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냈으므로 전문가로서 하게 된 합리적
의심을 언론인의 자격으로 제기한 것뿐이다.
그래서다. 검사의 구형이 끝난 뒤 이 재판 주심인 이흥권 재판장은 “5년 넘게 재판을 진행하면서 쌍방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다 마쳤다”며 “재판결과를 토대로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니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개인의 심증이 아니라 공적 영역으로 보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헌재나 대법원이 전원 재판부에서 같은 사안 같은 법률을 두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이 있다고 그 재판관을 재판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처벌할 수 없는 것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서 재판한 것을 소추할 수 없다는 법정신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은 전문가들끼리 함선의 침몰을 두고 견해가 갈린 것일 뿐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가토 사건과 비슷하지만
더 명확한 무죄다. 재판부의 합리적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