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우병우 살리려 이석수 죽이려 해. 비열한 정권"
"채동욱을 몰아내려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손을 잡았던 상황 재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논란과 관련, "원세훈을 살리기 위해 채동욱을 죽였고, 우병우를 살리기 위해 이석수를 죽이려 한다"며 주장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비열한 정권"이라며 박근혜 정권을 맹비난했다.
조 교수는 장문의 글을 통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SNS를 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며 MBC 첫 보도의 사실 관계가 잘못됐음을 지적한 뒤, "그러자 MBC는 이석수가 A사 기자와 SNS를 하며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1차 보도를 수정하면서, A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유출됐고, 우리가 이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그리고 동아일보와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석수가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고 공세를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MBC와 동아일보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석수와 기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은 특별감찰관법 위반이 아니다”며 “특별감찰관의 언론 접촉은 금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통화 내용에 들어 있는 감찰기간은 이미 법에 정해져 있는 사안이고,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사안도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기소될 사안도 아니고, 기소되더라도 100% 무죄 나올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모 기자간 통화 내역이 어떻게 유출됐느냐라며,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A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유출됐고 우리가 이를 입수했다는 과정에 불법이 있을 소지가 높다”며 “누가 무슨 목적을 갖고, 어떠한 방식으로 유출하고 입수했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우병우 포함 관련 정권 핵심이 이석수의 감찰을 본격적으로 막으려 한다는 신호”라면서 “조만간 극우시민단체는 이석수를 고발할 것이다. 그러면 동아일보 등은 공정한 특별감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이석수의 자진사퇴를 요구할 것이고, 청와대도 우회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손을 잡았던 상황이 재현됐다. 단, 이번에는 조선일보 역할을 다른 언론이 하고 있을 뿐이다”라면서 “원세훈을 살리기 위해 채동욱을 죽였고, 우병우를 살리기 위해 이석수를 죽이려 한다. 비열한 정권이다”라고 맹비난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었다.
나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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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이 뒤바뀐 청와대의 ‘우병우 구하기’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 청와대가 취해야 할 행동은 너무나 분명하다. 우병우 수석의 경질과 대국민 사과다. 그것이 상식이고 민심의 요구다. 하지만 청와대의 대응은 완전히 거꾸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유출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난하면서, 유출 내용 및 경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병우 해임’ 대신 ‘이석수 공격’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의 오만함과 적반하장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청와대가 연출한 최악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 특별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와 나눴다는 대화록 내용을 보면, 실제로는 기밀 사항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우 수석과 경찰의 비협조를 개탄하고, 감찰 활동 만기일이 언제인지, 감찰 대상이 누구인지를 이야기한 것 정도를 두고 청와대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난한 것은 가당치 않다.
‘국기를 흔드는 일’로 따지자면 ‘비리 백화점 민정수석’이 여전히 다른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현실이 훨씬 심각하다.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어차피 쟁점으로 등장한 이상 진실규명은 불가피하다. 특히 이 감찰관과 기자의 대화 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문화방송>에 흘러들어 갔는지를 확실히 규명함으로써, 권력기관의 불법 해킹 의혹, 우 수석 본인의 개입 여부 등을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안의 경중과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은 우 수석의 비리 의혹에 비하면 곁가지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뭣이 중헌디?”라는 질문을 길 가는 시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라. 대답은 모두 한 가지, ‘우병우 의혹의 진실규명’일 것이다. 청와대는 너무나 명백한 상식과 민심을 외면한 채 어이없는 본말전도 행위를 하고 있다.
청와대의 속성상 이 특별감찰관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죽이면서까지 우 수석을 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 수석 없이는 하루도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여길 정도로 ‘우병우 중독증’이 너무 심각한 탓인가. 아니면 청와대 내 ‘우병우 사단’ 인의 장막에 가려 판단력 마비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혹시 일각의 관측처럼 청와대 내 다른 인사들의 비리 혐의가 우 수석의 비리 혐의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각해서 서로서로 약점을 쥐고 봐주는 분위기인가.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청와대의 판단력 실종과 의사결정 마비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우 수석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 ‘한숨만 푹푹 쉬었다’는 대목이 이를 웅변한다.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우병우 감싸기에 나서면서 상황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청와대의 발표는 사실상 검찰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만큼 검찰 수사의 한계도 명백해졌다. 특별검사제 등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과 싸우고 민심과 맞서겠다고 나선 청와대를 더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 2016. 8. 2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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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왜 우병우를 버리지 못할까?
우 수석, 박 대통령의 ‘신임’으로 사실상 국정 전반 ‘대리 통치’
외교관 인사에도 관여…수석비서관 뛰어넘어 국정 운영 ‘몸통’으로
‘정윤회 사건’ 처리하며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 됐을 가능성
옷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장관급 인사가 19일 아침 뉴스를 듣다 흥분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 문란 사범’으로 몰며 수사 필요성을 거론한 장면에서다.
“아! 우병우 하나 살리려다 나라가 절단나겠구나”하는 위기감이 몰려 들었다.
그는 곧바로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는 한 개인의 억울함 차원을 떠났습니다. 국민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왕에게 직언을 올리기 위해 도끼 상소를 했습니다.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의미입니다. 당신께서 목을 내놓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를 해결해주십시요.”
그러나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본인이 현명하게 처신하지 않겠습니까. 기다려보시죠.”
그는 기자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99%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은 사람까지 절망하게 만드는 게 지금의 ‘우병우 사태’다.
도대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을 이토록 감싸고 도는 것일까?
우선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신뢰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능가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어떻게 범죄인으로 몰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의복이라면 우병우와 3인방은 장기다. 의복이야 기분에 따라서 또는 날씨에 따라서 언제든지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지만, 장기는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 우병우도 처음에는 의복이었지만, 피부처럼 스며들었다가 이제는 아예 장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데는 3인방과의 ‘우정’이 토대가 됐다고 한다. 그는 2014년 5월 청와대에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3인방과 활발하게 교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수석들이 나이 어린 3인방을 불편하게 여긴 반면, 우 수석은 3인방 가운데 둘과 동갑내기여서 관계 트기가 자연스러웠다. 재력가인 우 수석이 적극적으로 밥 자리 술 자리 등을 만들며 3인방과 친분을 쌓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우 수석과 3인방 사이에서 질적인 전환이 이뤄진 것은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해서다. 이 사건 이후 3인방이 직접 나서기가 어려워지자 우 수석이 그들의 몫까지 떠안아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 수석이 관여하는 영역은 단순히 민정을 넘어 국정 전반에 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수석비서관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의 권한까지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우 수석은 “대통령의 뜻”임을 내세워 다른 수석이나 부처의 반발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아 불만을 많이 샀다.
최근 청와대를 나온 한 고위 관계자는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 수석이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어, 다른 수석들을 허깨비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렇다면 우 수석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국정 전반을 ‘대리 통치’한 셈이 된다.
실제로 우 수석이 외교관 인사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청와대 뜻에 반한 공문을 보낸 외교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좌천성 인사를 당했는데, 그 중심에 우 수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세 수석비서관의 위상을 뛰어넘어 국정 운영의 몸통이 된 셈이다. 그러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우 수석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도 잘라낼 수 없는 것이다.
일종의 ‘우병우 역할론’인데, 그보다 더 내밀한 사정이 있는 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등 주로 법조계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이 또한 정윤회 사건을 계기로 본다.
우병우 수석이 정윤회 사건을 처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감추고 싶어하는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지만 박근령 등 가족관계나 동생들과의 재산 분쟁 등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깊숙히 알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우 수석을 잘 아는 어느 변호사는 “현직 검사 시절 우 수석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나 기소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다방면에 걸쳐 정보를 파악하고는 했다. 그런 정보를 가지고 검사장이나 부장 등 윗선과 협상을 할 때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유능하다고 평가 받는 데는 이런 이면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와 나눈 걸로 알려진 대화록을 보면, 우 수석의 막강한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감찰관이 “감찰 개시한다고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려라,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되나’라고 했더니, (이 실장이) 한숨만 푹푹 쉬더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어쩌지 못하는 우병우 수석, 그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놓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담은 박근혜 대통령이 떠안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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