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VIP는 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미르재단 설립, 블랙리스트, 고위직인사, 朴 퇴임후 사저 등 거론
최순실 최측근이던 고영태가 측근들과 나눈 2천여개의 녹음파일, 세칭 '고영태 녹취록'에 최순실 국정농단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경향신문><JTBC>가 입수한 고영태 녹취록에 따르면, 여기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정부부처 인사 개입,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건립 등에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기 1년 반 전인 2015년 4월 7일, 고영태는 최철 문체부장관 보좌관과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뭐 하나 결정도"라며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다 오케이하고.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라고 말했다.
고영태는 또 “전혀 비서에 대해 모르는 애들을 꽂아놓고 일이 안돼. 헬스장 트레이너(윤전추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 꽂아놨으니 뭐하겠어”라며 “그래서 소장(최순실)이 (업무를) 다 봤다고. 한 시간에 두세 번씩 전화통화를 하다가 손을 놓고 싶어도 놓지 못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태가 그러면서 "이번에 큰 문제(정윤회 문건 파동)가 터졌잖아. 그래서 약간 거기에서 손을 놓은 것 같다"고 하자, 최철 보좌관은 "그럼 안된다.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영태는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고영태는 이어 “VIP가 쳐낼 놈은 소장 말 한마디면 다 따내는 거야.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밖에 없어"라며 "소장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밖에 없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영태는 2015년 7월29일에는 이들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초안이 나오자 의견 제시를 부탁했다.
고영태가 “일단은 니들 머리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짜줘 봐”라고 말하자, 이들은 “30억원씩 받아서 300억원짜리 재단인데”(최철), “10개 대기업에서 30억원씩 꽂아가지고 300억원짜리가 됐어. 돗자리는 문체부에서 펴주고 복지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가는 거다, 이렇게 해야지”(김수현)라고 호응했다. 이 대화는 최순실이 재단 설립과 관련해 청와대 문건으로 추정되는 A4용지 1장을 고영태에게 전달한 직후 이뤄졌다.
녹취록에는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도 최순실이 관여한 정황도 나온다.
고영태는 2015년 4월7일 최 전 보좌관과 장애인 연극단체 다빈나오와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장에 대해 언급했다.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좌파’라고 지칭하면서 고씨에게 정보 수집을 시켰는데 그 일환으로 두 사람이 접촉해서 대화를 나눈 것.
정부부처 고위직 인사에 대한 논의도 있다. 한번은 고영태가 “(문체부) 1차(관) 누구냐? 박민권? 얘를 먼저 없애려면 사람이 있어야 해”라고 하자 최 전 보좌관이 “윤○○. 기재부 출신이고. 우리는 그쪽 분야에서 빨아들일 수 있잖아”라고 호응했다.
2016년 1월27일에는 고영태가 관세청 인사를 언급했다. 고영태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최씨가 ‘관세청 차장하고 인사국장 등이 국가 비상사태에서 술자리를 했다는데 새로운 사람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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