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실행 예술위 간부 "문체부서 배제명단 하달"
예술위, 문체부에 '을'입장 '따를 수 밖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간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단체를 어떤 방법으로 배제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간부는 국내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기관의 직원으로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7)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0)의 7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모 예술위 부장(47)은 "문체부의 명단 하달이 없었다면, 예술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며, 이렇게 증언했다.
홍 부장에 따르면, 예술위는 지원 사업을 공모한 뒤 지원신청서를 받으면 ,이를 문서화해 문체부에 이메일로 보냈다. 이를 받아 검토한 문체부는 수일 후 예술위에 주로 전화를 사용해 지원을 배제해야 할 단체나 인사를 알려줬다.
올해 3월 부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해 초 예술위 공연지원부 차장으로 근무하며, 직접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홍 부장은 "2016년도 초반 공연지원부의 핵심사업은 창작산실 사업 등이었다"며 "여기서 일부 지원배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청와대나 국정원에서 내려오는지는 몰랐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이곳으로부터 명단이 문체부를 거쳐서 내려온단 것은 소문으로 돌았다"고 밝혔다.
홍 부장은 '블랙리스트'를 집행하면서 예술위 직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랜 시간 예술인들을 현장에서 만나 사업하고 지원을 했다"며 "그러나 지원배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예술인을 만나는 게 두려워진 직원들이 '회사 관두고 싶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하나'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홍 부장에게 '예술위가 심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데, 궁극적으로 개입해 부당한 일을 했다'며 그 궁극적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홍 부장은 "예술위가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위원장도 장관이 임명하고, 예산도 문체부에 많이 의존한다"며 "문체부의 무리한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요청에 "예술위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업무를 한 것은 시인하고, 많은 예술인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말 사과드린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창피하고, 법의 결정을 통해서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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