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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공개한 ‘이재용 말씀자료’…“합병 성사시켜야”

道雨 2017. 6. 22. 17:29





특검이 공개한 ‘이재용 말씀자료’…“합병 성사시켜야”

‘삼성 뇌물 재판’ 31회, “합병 플랜비 없다” “이번에 성사돼야” “지주회사 체제 고려” 등 이재용 구체적 발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 현안을 부정청탁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직접 현안 지원을 요구한 증거를 공개했다. ‘CEO 말씀자료’란 제목으로 정리된 ‘이 부회장 발언 요약’ 문건이다.


CEO 말씀자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의가 한창이던 2015년 7월8일,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자리에서 말한 발언을 정리한 보고서다. 7개 문단으로 구성된 A4 두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면담에 함께 한 채아무개 국민연금관리공단 리서치팀장이 작성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면담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이번엔 성사시켜야 한다”면서 “플랜비는 없다”고 말한 것이 확인됐다.

CEO말씀자료에는 “플랜비에 대해서 묻는다면, 플랜비는 없다고 답하겠다. 이 정도의 대가와 노력을 치르고, 또 한번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수주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지금은 위임장 받으러 다니고 있다. 이번에 성사시켜야 한다”고 적혀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은 언론·시민사회 등에서 제기된 ‘합병 비율 재조정’ 요구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CEO 면담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합병비율 재조정 등의 요구가 있었던것으로 알고 있다. 실무적 차원에서 법률을 검토한 결과, 이는 실행불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합병관련 정보가 사전 유출돼 주가가 급등락한 경우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가능한 규정이라는 것이 법무팀의 의견이다. 법이 허용한다면 그 이상의 비용도 부담할 용의가 있다. 합병 비율 ±10% 조정은 사실 비용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CEO 면담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그룹은 다들 알다시피 지분구조가 복잡하다. 회장님 계실 때부터 순환출자고리를 정리하자고 여러 번 제안드린바 있다”며 “순환출자금지 법안이 도입된 이후 지분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있다.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그룹사가 3년 전 86개였지만 현재까지 10여개로 정리했고 이번 합병이 가결되는 경우 7개로 줄어들게 된다. 2016년 말까지 0개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공단 측이 요구했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취지로 답변했다. CEO 면담자료엔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으며, 연금공단에서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도 주주환원정책을 진정으로 하고 싶다. 삼성전자 1년에 설비투자 30조 원 정도로 돌아간다는 점 감안하면, 현재 현금보유 55조 원은 많은 게 아니다”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연금공단 측에 “앞으로 1년에 한번씩 국민연금 본부장, 팀장을 면담하는 자리를 마련해, 전략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면서, 주주 거버넌스 설치, 사외이사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검은 이를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을 이끌어내려고 제시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지주회사 체제’를 그룹 지배구조 개선방향으로 염두에 둔다는 발언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CEO 면담자료를 보면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보면, 지주회사 체제로 갈지 준지주회사 체제로 갈지 정확히 모르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대체로 그쪽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장악하거나 다음 세대로 남겨주기 위한 행위는 안할 것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지분 또한 다 합쳐도 17%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경영을 잘해야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면담에 참여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면담자료에 나온 내용 대부분에 대해 “그런 취지의 말이 있었다” “그런 톤의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순환출자고리 해소’ 부분에 대해서 “이 부회장이 말했는지 최지성 실장이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면담자리에 배석했던 정아무개 책임투자팀장은 특검 조사에서 “CEO 면담자료 내용은 모두 이재용 부회장이 우리에게 말한 것”이라며 “우리가 질문하고 삼성 측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먼저 답했고 세부적인 건 다른 참석자들이 답한 걸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제31회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공판에서 ‘CEO 면담자료’ 증거를 공개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12시간 가량 신문 과정에 임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공판 도중 “CEO 면담자료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라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증거물로 채택한다”고 결정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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