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시국선언 교수 다 정리하라" "인터넷 청소한다는 자세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전(全) 부서장회의 발언록 입수
국가정보원 내부 문서에 따르면, 원세훈(69) 전 국가정보원장이 원장 재임 시절에 간부 회의에서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을 겨냥해 “다 정리하라”는 발언을 했다.
문서에는 그가 “인터넷이 종북좌파들에게 점령됐다.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는 자세로 다 끌어내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내용은 중앙일보가 23일 입수한 ‘국정원 전(全) 부서장회의’ 회의록에 있다. 이 회의록은 지난달 24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며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2009년 6월 19일자 부서장 회의 ‘모두 말씀’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각 부문 대학에서 교수들이나 전교조까지 이제 나서서 시국선언 한다는데 …정당을 자기가 만들어 가지고 정치 이야기를 해야지”라며 “여러분들이 다 정리하는 맨 앞장서는 일을 해주셔야 된다”고 말했다.
당시 교수, 종교계 인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잇달았다.
회의 전날인 18일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 1만7000여 명이 “이명박 정권의 독단ㆍ독선적인 정국운영에 따라 민주주의, 서민 생계, 남북관계, 교육 등 국가의 미래가 총체적인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이틀 전에는 조계종 승려들이 ‘이명박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447인 시국 선언’을 했다. 불교계 시국선언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같은 달 3일에는 서울대 교수 124명, 중앙대 교수 68명 등이 이명박 정부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2011년 10월 21일 부서장회의 발언록에는 원 전 원장이 “지금 인터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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