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법안’ 발표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 변경
국외·북한·테러 등 수집범위 정리
보안법상 찬양고무·불고지죄 제외

‘기밀누설 우려땐 수사중단 요청권’
새 규정 신설 독소조항 될 우려

국회, 국정원 특활비 680억 삭감




국가정보원이 조직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약칭 ‘정보원’)으로 바꾸고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국정원법 개정안을 보고하면서 “정치관여 등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단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명칭 변경도 “적폐와의 단절을 통해 오로지 국가안보 및 국익수호에만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과 정치 개입의 근거로 악용된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라는 개념을 삭제하고, 그 대신 정보 수집 범위를 △국외 및 북한 정보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 행위 등으로 정리했다.




또 지난 7월 국내정보 파트를 폐지한 데 이어, ‘정치관여 우려가 있는 정보 수집용 편제의 설치’도 법으로 금지했다.
정치관여 실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치관여 목적으로 정보 수집만 해도 처벌(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현재 △형법의 내란·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 및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분야에 대한 정보 수집 기능만 유지하고, 수사는 검찰·경찰 등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찬양고무·불고지죄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양심의 자유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지속돼왔다”며, 수사는 물론 정보 수집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에는 국정원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만 있는 게 아니다. 국정원은 ‘방위산업 및 경제활동 침해’ 관련 정보 수집을 새로운 직무범위에 추가했다. 국정원이 그동안 ‘국내보안정보’의 범주로 정보 수집을 해온 분야이지만, 이를 좀더 세부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국가·공공기관 대상 사이버공격에 대한 예방 및 대응”도 새 직무로 명시했다. 국정원에 사이버테러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읽힌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가 직무상 기밀 누설의 우려가 있을 때 “원장이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 신설도, 국정원의 초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독소조항이 될 우려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이 함께하는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수사권은 이관했지만 ‘안보침해 행위 정보’를 그대로 수집하도록 한 것은 여전히 광범위한 국내정보 수집과 사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은밀한 사찰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국정원이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게 된다면 민간인 사찰과 같은 국정원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법 개정안에서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이 유지된 점도 지적하며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권력기관화를 부추기는 이 조항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의 내년도 특수활동비 중 680억원을 삭감했다. 정보위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680억원 중에서 청와대 상납 등 물의를 빚은 특수공작사업비는 50%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정원법 개정안에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정보원 안에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기밀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니면 지출 증빙자료를 국회 정보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김태규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