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가 발생하자, MB정권과 군 당국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조사를 거듭 약속하였고, 천안함 진상규명을 위한 민군합동조사단 구성을 발표하면서, 군 전문가, 학계, 연구기관, 국회추천 조사위원, 그에 더하여 다국적 조사단을 꾸린다며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를 참여시켜, 누가 보아도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국회추천 조사위원 가운데 당시 야당인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 몫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만, 첫 조사 때부터 진상규명의 방향은 전혀 엉뚱한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미국 조사단은 오로지 ‘폭발’만을 브리핑하였고, 영국 조사단은 ‘폭발 계측 장비’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호주와 스웨덴 조사단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상당한 시일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미국 조사단 대표단장인 토마스에클스는 미 해군 잠수함 프로젝트 전문가였으며, 제3의 부표에 침몰한 미상의 잠수함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왔던 것이고, 영국의 대표단은 폭발계측장비 관련 사업가였으며, 호주대표단은 미국과 영국의 최대 우호국으로서 동참하게 되었으며, 스웨덴 전문가는 손상된 천안함 프로펠러 제작회사의 관계자였습니다.
미국 대표단이 설정하고 MB정부와 군 당국이 몰아간 방향으로 진행된 조사는, 오로지 야당추천 조사위원인 저 혼자만의 강력한 반발과 항의, 그리고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표하는 것조차 깔아뭉갠 채,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결론을 내리고, 2010년 5월 20일 최종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미국 주도하고 MB정부가 대행한 최종 발표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졌던 해양강국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MB정부에게 천안함 조사 참여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MB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최종결과 발표 열흘 뒤인 5월 31일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에 입국하여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그 결과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내용은 미국과 MB정부의 최종결론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1. ‘러시아 조사단’조사결과에 대한 언론보도 내용
조선일보 2010. 6. 9
한겨레신문 2010. 7. 8
2. 국방부, “러시아 보고서, 들은 것도 받은 것도 없다”
국방부는 “러시아發 천안함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합니다.
3. 뉴스타파 - ‘러시아 보고서’ 드러나다 (2014. 10. 7)
뉴스타파 최승호 PD(현 KBS 대표이사)는 2014년 10월 7일 러시아 보고서에 대한 심층취재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재미과학자 안수명 박사를 만납니다. 안수명 박사는 美 해군과 사업을 하는 對잠수함전 전문가입니다.
국방부 천안함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안수명 박사
안수명 박사는 천안함 보고서를 ‘비과학적이고 비양심적인 보고서’라고 못을 박고,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3년3개월 만에 중요한 자료들을 받아낸 사실을 공개합니다.
미국의 ‘정보공개법’에 따라 미 정부로부터 받아 낸 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토마스 에클스가 본부와 교신한 이메일 자료였습니다.
국방부가 마치 ‘신(神)’처럼 추앙하는 토마스 에클스가 본부와 교신한 내용 속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진실들이 담겨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보고서에 관한 내용입니다.
러시아 해군의 잠수함 및 어뢰전문가로 구성된 러시아조사단은, 최종결과 발표 열흘 후인 2010년 5월 31일 입국하여, 7일간 언론과 접촉하지 않고 비공개 조사를 실시하고 돌아가며, “만약 천안함이 잠수함 어뢰에 격침당했다면, 함상에 있는 사람들은 해군이 아니라 밥통”이라는 말을 남깁니다.
러시아 조사단이 러시아로 귀국하자마자 인타르팍스 통신을 통해 흘러나온 뉴스들은 “천안함 침몰 북한 소행 단정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 측은 대단히 긴박한 상황으로 접어들었음을, 안수명 박사의 정보공개를 통해 제공된 ‘토마스 에클스의 이메일’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드미트리 메드메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자체조사 결과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며,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러시아의 조사결과로 인하여, 유엔안보리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규탄’이라는 문구 삽입여부를 두고 한 달 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으며,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한국 정부도 알고 있었음이 이후 토마스에클스의 이메일을 통해 밝혀지는데, 토마스 에클스는 로저 마이클 소장으로부터 러시아 조사보고서 요약본을 이메일로 전달 받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토마스에클스의 이메일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상철 (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