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때문에 이민이 급증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라며 “해외 이주자 수가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약 5배나 늘어나 금융위기 후 최대인데, 거리에서, 일터에서, 시장에서 만난 분들께서 저를 보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말씀하셨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황 대표는 마치 문재인 정부 때문에 해외 이주가 급증했다는 얘기를 하다가 생뚱맞게 이승만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황교안 ‘이민 급증’ 근거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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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조선일보 1면에 배치된 해외이주 급증 관련 기사. |
황교안 대표가 인용한 ‘한국을 떠나는 국민 급증’이라는 언론 보도의 출처는 <조선일보>입니다.
7월 6일 <조선일보>는 ‘한국 떠나는 국민, 금융위기 후 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경제가 회복될 것 같지 않고,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는 현 정권이 교체될 것 같지도 않다’라는 여의도 자산가의 입과 사례를 인용(?)하며, 마치 문재인 정부 때문에 이민이 급증했다고 보도합니다.
<조선일보>가 이민이 급증했다는 보도의 근거는 외교부가 발표한 ‘연도별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자료를 토대로 작년 해외 이주 신고자수가 5년 만에 5배가 됐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5월에 <뉴시스>가 ‘팩트체크’한 내용은 <조선일보>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팩트체크 결과, 해외이주 급증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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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별 해외이주 신고자 현황. 자료출처: e-나라지표 외교부 해외이주통계, 뉴시스 |
<뉴시스>의 ‘상속세 피하려 해외이주 급증?…실제이주자 오히려 감소’ 기사에도 똑같이 외교부의 해외이주 통계가 나옵니다.
‘형태별 해외이주신고자 현황’을 보면, 2018년 해외이주신고자는 2200명으로 2017년 825명에 비해 1375명이 증가했습니다. <뉴시스>는 ‘이는 증가 내용을 정확히 보지 않아 생긴 통계상 착시현상’이라고 보도합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17년 12월 21일부터 거주여권제가 폐지되면서 일반 여권을 발급받은 영주권자들이 외교부에 이주신고를 한 것이 통계에 포함되다 보니, 해외이주자가 급증한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기타이주 항목 1461명 중에서 실제로 국내에서 이주한 ‘독립이주자’ 66명으로만 계산하면, 2018년 해외이주 신고자는 총 805명으로 2017년 825에 비하면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뉴시스>의 팩트체크는 5월에 보도된 <한국경제>의 ‘[단독] ‘상속세 폭탄’ 무서워…부자들이 떠난다’라는 기사를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관련 기사에 대한 타 언론사의 팩트체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조선일보>는 통계를 가지고 ‘문재인 정부 때문에 해외 이주가 급증했다’는 왜곡보도를 한 것입니다.
황교안, 대행 시절 가짜 뉴스 근절 지침 내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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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황교안 대표는 가짜뉴스를 규제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2017년 5월, 황 대행은 가짜뉴스의 사실 확인과 철저한 사법 처리 등을 지시합니다. 그러나 2년 뒤인 황교안 대표는 가짜뉴스 근절에 대해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살아 있는 사이버 공간까지 탄압하고 피를 말리려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한 때는 우리 국민 모두를 ‘지옥’으로 몰아넣더니, 이제는 ‘한국 엑소더스’를 설파하며 ‘출한국기’를 쓸 태세”라며 “그러나 황 대표는 해외이주 증가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착시적 통계수치를 악용해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를 또 한번 생산하고 말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등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합니다.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아무 생각 없이 인용하는 황 대표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